“웃거나 떨거나”…윤석열 시대, 기대와 우려로 엇갈린 유통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이전 공약들로
대형마트 및 소상공인 기대감 커지고
사드 추가 배치 언급에 면세·뷰티업계 긴장
제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유통업계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기간 동안 내놓은 공약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그동안 유통업계에서는 유통산업발전법 등으로 적용된 규제가 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일부 기업들은 윤 당선인이 ‘규제 완화’ 카드를 빼 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먼저 윤석열 후보의 당선이 결정된 후, 가장 웃는 쪽으로는 ‘대형마트 및 쇼핑몰’을 꼽을 수 있다. 윤 당선인은 지역 복합쇼핑몰 유치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유통산업발전법 개선에 호의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 인근에 대형마트 등 대규모 유통시설의 입점을 제한하고 월 2회 의무휴업과 자정에서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하고 있다.
이 법안은 전통시장을 살리고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최근에는 실효성 논란이 제기돼 왔다.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가 급증하는 가운데, 골목 상권만을 보호하자는 논리로 펼치는 유통산업발전법은 디지털 시대와는 동떨어진 구시대적인 법령이라는 비판이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쉬는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을 방문한다고 답한 소비자는 8.3%에 그치고, 반면 대형마트 영업일이 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근처 슈퍼마켓을 이용한다는 답변이 60%를 넘었다. 오히려 소비자 불편을 가중하는 등 전통시장 살리기라는 법령 목적과 전혀 다른 결과를 내는 셈이다.
한국노총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유통규제가 절대 선(善)이라는 프레임으로 정치권에서 진행됐다면, 이제는 실제 국민의 생활편익과 유통노동자의 일자리를 생각해야 할 때”라며 “코로나 위기와 온라인 쇼핑으로의 산업 변화, 수년간의 유통규제로 인해 대형마트와 각종 오프라인 유통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기에 처했는데, 계속해서 시대에 안 맞는 규제 일변도의 법들이 유통산업 후퇴와 노동자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있다”고 입장을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광주광역시 내 대형마트 설립 여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윤 당선자가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광주는 인구가 144만명이지만,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복합쇼핑몰이나 창고형 할인 매장이 없는 지역이기도 하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그동안 여러 차례 광주 진출을 시도했지만, 골목상권에 피해를 준다는 지역 상인회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혀 개발 계획이 중단됐다.
윤 당선인은 광주 송정매일 시장에서 열린 유세현장에서 “광주 시민들은 다른 지역에 다 있는 복합쇼핑몰을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민주당이 반대해 무산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소상공인, 간편결제 수수료 낮출 것 기대
또 간편결제 수수료 부담 최소화 역시 공약했다. 윤 당선인은 간편결제 수수료가 신용카드 결제수수료보다 최대 3배 이상 높은 점을 지적하며 이 같은 공약을 내세웠다.
특히 간편결제는 신용카드와 달리 가맹점 수수료율을 자체적으로 정하고, 영세 소상공인에게 적용하는 우대 수수료와 같은 규정이 없는 점을 꼬집었다. 신용카드사는 우대 가맹점 기준인 연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 수수료율을 0.8~1.6%로 책정하지만, 간편결제 수수료는 평균 2.0~3.08%로 집계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윤 당선인은 “빅테크 금융업 규율에 대한 ‘동일기능, 동일규제’ 적용 원칙에 따라 간편결제 수수료도 신용카드 등과 같이 준수 사항을 정할 계획”이라고 공약을 설명했다.
제2의 한한령 걱정하는 면세·뷰티업계
하지만 사드 배치는 남북문제를 넘어, 한중 관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중국은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지난 2016년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한령’ 펼쳐온 바 있다.
당시 중국과 거래가 활발했던 면세와 뷰티업계는 직격탄을 맞은 경험이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고 간신히 버티면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사드 추가 배치 공약으로 제2의 한한령을 맞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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