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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작은 틈새로 파고들어 심장을 위협해야 한다”

[인터뷰]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Swit의 임상석 CTO & 박진호 한국지사장
구글·마이크로소프트 솔루션과 완벽한 통합 이뤄낸 유일한 협업툴
창업 후 400억원 투자 유치 성공…시리즈B 투자 유치 성공하면 유니콘 등극
180여 개국 4만여 개의 고객사 보유…4~5년 내 나스닥 상장이 목표

 
 
글로벌 협업툴 Swit의 임상석 CTO(왼쪽)와 박진호 한국지사장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기까지의 여정을 말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 2014년 서울 신촌의 한 식당에서 필리핀에서 활동하고 있는 개발자 출신의 유명한 창업가와 30대 초반의 젊은 창업가가 만났다. 젊은 창업가는 마치 학생과 같은 분위기가 날 정도로 젊어 보였다. 엑시트까지 경험한 창업가의 눈에 비친 젊은이는 특이했다. 그 젊은 창업가에겐 모든 게 부족했다. 자본도 없었고 제대로 된 팀도 꾸려지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기술적인 이해도가 높았고 아이디어 좋았고 무엇보다 하고자 하는 열정이 충만했다. 예전 같으면 짧은 조언만 건네고 헤어졌겠지만, 이날 젊은 창업가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개발하려면 어떻게 하느냐’는 젊은 창업가의 질문에 선배 창업가는 “그럼 내가 만들어줄게”라고 화답했다.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은 형 동생이 됐고,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됐다. 글로벌 협업툴 시장에서 미래 유니콘으로 꼽히는 Swit(스윗)의 공동창업자인 이주환(Josh Lee) CEO와 임상석(Max Lim) CTO의 인연이다. 눈치챘겠지만 엑시트를 경험한 개발자 출신의 창업가가 바로 임상석 CTO다. 모든 게 부족했지만 열정이 충만했던 젊은 창업가가 이주환 대표다.
 
# 2008년 서울대에 있는 전국 연합동아리에서 두 사람은 만났다. 당시 6살 어린 후배는 동아리의 대표였고, 나이 많은 선배는 대표 곁에서 도움을 주는 스태프 역할을 했다.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 선배를 보고 동아리 대표는 힘을 얻었고, 그렇게 두 사람은 친한 형, 동생 사이가 됐다. 화학공학 전공을 했던 동생은 전공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졸업 후 커피 관련 스타트업에 취업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무역 관련 일도 하고, 오프라인 카페 만드는 프로젝트를 하는 등 B2C 관련 일을 했다. 동아리에서 친하게 지냈던 형도 졸업 후에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두 사람은 스타트업계에서 일한다는 공통점과 친분 때문에 가끔 만나서 서로의 고민과 어려움을 나눴다. 그러다 두 사람은 2014년 지니어스 팩토리라는 교육 관련 스타트업을 함께 창업하면서 다시 뭉쳤다. 형이 바로 Swit의 이주환 대표이고 동생이 Swit 한국지사장을 맡고 있는 박진호(Jay Park) 지사장이다.
 
Swit의 공동창업가로 이름을 올린 3명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대부분 미국에서 활동하는 이 대표 대신 Swit의 성과와 미래를 듣기 위해 국내에 있는 임 CTO와 박 지사장을 한국지사에서 만났다.
 
우선 공동창업자 세명이 어떻게 손을 잡게 됐는지 궁금했다. 특히 2018년 초에 합류한 임 CTO는 2001년 미국 이베이가 1700억원에 인수한 한국 최초의 인터넷 경매 서비스인 옥션의 시스템 총괄을 맡았던 업계 유명인사다. 임 CTO는 엑시트에 성공한 후에도 업계에서 다양한 구애를 받았다. 필리핀옥션도 설립했고, 이후 게임 개발사까지 창업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던 그가 2018년 임직원 10여 명 규모의 작은 스타트업에 합류한 이유가 뭘까.
 
임 CTO는 “엑시트에 성공한 후 다양한 사업을 펼치면서 엔지니어의 길과 기업가의 길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기업을 운영하려면 엔지니어가 아닌 기업가로서의 철학이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던 차에 2017년 말 합류 제안을 받았고, 오랫동안 이 대표를 지켜보면서 그의 장점과 비전을 믿었기에 합류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던 박 지사장도 “대표와 제가 교육 관련 일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임 CTO를 찾았고 그때마다 많은 도움을 줬다”면서 “그 과정에서 우리들과 신뢰가 쌓였던 것 같다. ‘십고초려’로 임 CTO를 영입한 것이다”며 웃었다. 임 CTO도 “합류 제안을 받았을 때 비즈니스와 아이디어는 충분했다. 당시 기술만 없는 상황이었고, 나의 기술력을 합하면 좋은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확신했다”며 “한국 사람이 전 세계적인 서비스를 만들자라는 시도는 누구도 이루지 못했지만, 가능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협업툴 단점 해결하고, 협업툴 허브로 인지도 높여 

Swit은 한국인 창업가들이 개발한 협업툴이지만,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시장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협업툴은 슬랙(slack), 아사나(asana), 트렐로(Trello), 노션(Notion) 등이 있다. 여기에 구글의 워크스페이스(Workspace),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Teams)는 메일이나 오피스 툴까지 통합해 위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마케츠에 따르면 전 세계 협업툴 시장 규모는 지난해 472억 달러(약 58조원)에 이른다. 매년 12.7%씩 성장해 2026년에는 858(약 106조원)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임상석 CTO는 미국 이베이가 인수했던 한국 최초의 경매 인터넷 서비스 옥션의 창업 멤버이기도 하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유명한 개발자로 통한다. 신인섭 기자
이런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Swit은 각각의 협업툴을 통합하는 솔루션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Swit 측은 ‘협업 필수 기능을 한 곳에서 제공하는(All our work in one place) 전 세계 유일한 Work OS를 지향하는 협업 소프트웨어’라고 홍보하고 있다.
 
Swit을 조금만 사용해보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된다. Swit은 크게 업무와 프로젝트를 협업할 수 있게 하는 ‘채널’과 소통을 위한 ‘챗’ 기능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채널 메뉴를 이용하면 팀, 혹은 부서 더 나아가서 기업과 기업 사이에 진행되는 협업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다. 만들어진 채널을 통해 다양한 소통을 할 수 있다. 메시지 메뉴를 통해 함께 협업을 하는 사람이나 팀, 부서 등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카톡에서 대화방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트렐로나 슬랙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Swit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Swit Store로 외부 협업툴을 Swit 안에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팀즈에서 앱을 설치해서 외부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과 비슷하다. 현재 Swit Store에 구글 드라이브와 줌, 지메일, 아웃룩메일, 원드라이브, 아웃룩 캘린더 등 구글과 MS의 서비스가 들어가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협업툴을 Swit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임 CTO는 “Swit 안에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앱 등이 하나인 것처럼 동작하게 만든다는 것은 어찌 보면 무식한 발상이었다”면서 “이것을 구현한 것이 Swit이다”고 강조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대부분 협업툴에서 외부 솔루션을 이용하려면 각각의 서비스로 넘어가게 된다. 예를 들면 팀즈에서 외부 앱을 설치하면 탭이라는 메뉴 안에 설치된다. 외부 앱을 이용하려면 탭을 눌러야 하고, 그러면 화면이 전환되면서 그 서비스로 넘어가게 된다.
 
Swit의 강점은 한 화면 내에서 외부의 기능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drag & drop’ 방식으로 채널이나 메시지 방에 바로 연결해서 구성원들이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팀원 중 한 명이 프로젝트 관련된 이와 모두 공유해야 한다면, 그 메일을 바로 채널이나 메시지 방에 끌어다가 놓으면 된다. 구성원에게 메일을 다시 보낼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실시간으로 참여자가 확인할 수 있다. 구글 워크스페이와 마이크로소프트 365와 완전한 기능 연동이 된다는 점도 놀랍다. 마치 MMORPG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게임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임 CTO는 “우리가 Swit을 개발할 때 개발팀에서 ‘우리가 게임을 만드는 것 같다’라는 말이 나온 이유”라고 설명했다. Swit의 기능에 대해서 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봤다.
 

'게임'처럼 Swit 사용자들 실시간으로 업무 파악 가능  

이코노미스트 : Swit이 다른 협업툴과 다른 것 같은데, 개발 과정은 어려웠나?
임상석 CTO(임 CTO) : 물론이다. 나는 전자상거래 쪽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 쿠팡이나 옥션 같은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대용량 데이터 처리 기술이 있으면 만들 수 있다. 순간적으로 변하는 것들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그런 동적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결과만 표시해주면 된다. 아주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보여줄 수 있는 처리 기술이 전자상거래의 핵심이다. Swit은 여기에다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담아야 한다. 실시간 처리 기술을 사용하는 분야가 바로 게임이다. 수많은 동시접속자가 실시간으로 뭔가를 하면 서버에서 그걸 다 처리를 해줘야 한다. 게임 사용자들은 게임에서 마치 현실 세계에 있는 것처럼 활동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비즈니스 툴 분야에 그런 게 없었다. Swit이 처음이다. 우리 개발팀에서 Swit을 개발할 때 ‘우리가 게임을 만드는 것 같다’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박진호 지사장(박 지사장) : 일반적으로 작은 기업들도 보통 4개에서 10개 정도의 협업 툴을 사용한다. IT 회사가 아니라면 카카오톡이나 심지어 네이트온을 사용하는 곳도 있다. 우리가 처음 협업툴의 불편함을 해결해보자라고 나선 이유가 있다. 슬랙이나 트렐로 등도 외부 솔루션과 연동이 되는 데 그 수준이 알림만 보내는 식이다. 트렐로에 연결된 솔루션을 이용하려면 그 솔루션을 열어야 하는 식이다. 그게 너무 불편했다. 또한 내가 공유한 자료가 어디에 있는지 찾는 것도 어려웠다. 이 대표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을 방문하면서 실제로 협업툴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를 직접 조사를 하기도 했다. 그런 문제만 해결하면 좋은 협업툴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이에 도전했다.  
임 CTO : Swit은 슬랙과 트렐로와 완전히 다른 협업툴이다. Swit의 메인 기능은 업무 관리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기 위해 챗을 붙인 것이다. 업무를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가 갖춰져야 하고,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모두가 실시간으로 확인한다면 업무의 질이 높아지고 시간이 줄어든다. 누가 뭘 어떻게 했는지를 나중에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박 지사장 : 기존에 협업 툴을 사용했던 이들은 Swit을 처음 이용할 때부터 매력을 바로 느끼게 된다.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UI/UX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여주기 위해서 탬플릿 기능도 만들려고 한다.  
임 CTO : Swit처럼 협업툴을 묶어보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우리처럼 성공한 곳은 없다. 후발주자들이 Swit처럼 만들려고 한다면 수년은 걸릴 것이다. Swit이 출범할 때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경쟁사들도 우리의 괴이한 모습 때문에 경쟁의식이 없었다. 그렇지만 결국 Swit이 필수적인 통합도구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고, 우리를 따라 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Swit이 대기업을 이길 수 있던 것은 작은 틈새를 끊임없이 파고들어 그들의 심장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비대면 업무 늘어난 코로나19 계기로 Swit 성장 

2018년 7월 테스트 버전이 처음 나왔고, 2019년 3월 공식 출시됐다. 공식 버전 출시 후 1년 동안 150여 회의 업데이트가 이뤄질 정도로 편의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공식 버전 출시 후 바로 유료로 전환했을 만큼 서비스에 자신도 있었다. 유료고객 이탈률이 1% 미만이라는 수치는 Swit의 힘을 느끼게 한다.
 
Swit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협업을 하면서 실리콘밸리에서 부상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업무가 늘어나면서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박 지사장이 “운이 정말 좋았다”고 말할 정도다. 유명 콘퍼런스 등에서 수상하면서 더욱 인지도를 높였다. 2021년 ‘스타트업 그라인드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올해의 스타트업 대상을 수상했고,  수상, 2021년 구글은 스타트업 뉴스레터에서 Swit의 기사를 다루기도 했다. 또한 IT 전문지 ‘CIO 리뷰’는 2021 가장 유망한 원격업무 기술 솔루션 1위로 Swit을 선정했고, 구글 마켓플레이스가 뽑은 혁신적인 앱으로 2021년에 선정된 바 있다.
 
박진호 Swit 한국지사장이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신인섭 기자
매출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2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지사장은 “매출액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올해 매출 목표는 이룰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Swit은 전 세계 180여 개국에서 4만여 개의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의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티켓몬스터, 자비스 등의 국내 기업도 Swit을 기업 협업툴로 사용하고 있다.
 
Swit은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다. 미국 본사에는 30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있고, R&D를 담당하는 한국 지사에는 100여 명의 인력이 일하고 있다. 박 지사장은 “올해 한국 인력은 150여 명 정도로 확대하고, 미국 본사도 50여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17년 설립된 후 지금까지 4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시리즈B 투자 유치에 들어갈 예정이고, Swit은 유니콘에 등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지사장은 “4~5년 후에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 :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임 CTO : Swit이 지향하는 WorkOS에 유일한 회사가 되기를 바란다. 고객이 업무를 하는 데 편하고, 높은 품질의 일을 많이 할 수 있도록 Swit 제품은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다. 내년부터 다양한 언어로 서비스가 되고 본격적으로 글로벌 진출이 현실화되면 여전히 바쁘겠지만, 그 이상 보람도 많을 것 같다.  
박 지사장 : Swit의 목표는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프로덕트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또한 지속성장 가능한 조직도 유지해야 한다. 이 근본적인 목표를 달성하면 다른 숫자 지표들과 전략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최영진 기자 choi.yo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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