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러시아군 전력 재배치, 우크라이나 동부 재격돌 전운 고조

돈바스 등 동부에 러시아 병력 대규모 이동
우크라이나 군도 대공방어망 강화 재배치 중
“얼음 녹아 질퍽해진 땅이 전쟁 변수 될 것”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레바논 베이루트 동부지역 야르제에 있는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제 수이스 부차(Je Suis Butcha)' 기념 행사에 참여해 촛불을 켜고 러시아 침공으로 희생된 어린이·여성·노인 등 민간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의 도화선이 됐던 동부 지역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일대에서 전운이 또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국·유럽은 이 지역에서 러시아 군이 전열을 재배치하는 움직임이 포착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재격돌을 우려하고 있다.  
 
AFP·B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유럽 군 관계자와 이 지역 일대 주민들을 인용해 러시아 군이 이 지역에 병력을 집중시키면서 전열을 다시 가다듬고 있으며 곧 두 번째 대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를 전했다.  
 
영국 국방부는 12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의 최근 정보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전투에 병력을 재배치하기 위해 벨라루스에 주둔하던 병력을 이동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는 또한 “러시아 군이 돈바스 지역을 주요 공격 대상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남부 헤르손과 미콜라이우 주변 지역을 공격하며 동부 크라마토르스크 방면을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총장, 전범 국제 범죄 수사팀 구성원. 법의학 수사관 등이 4월 12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부차 지역의 집단 묘지를 방문, 대규모 무덤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자행한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한데 따른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분석에 따르면 부차에는 러시아 군이 학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약 410구의 민간인 시신이 있다. [EPA=연합뉴스]
 

대규모 러시아 군 병력 돈바스 일대에 재집결 중

헤르손은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잇는 중간지대다. 미콜라이우는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 오데사에 연결된 전략적 요충지다. 크라마토르스크는 돈바스 도네츠크의 북부 도시로, 지난 8일(현지 시간) 러시아 군이 쏜 탄도 미사일이 기차역을 타격해 50여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당한 사건이 알려진 곳이다.  
 
미 국방부도 11일(현지 시간)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일대에 재집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 군이 재배치 중이며, 돈바스에 집중하고 있다”며 “러시아 군 차량이 동부 요충지인 이지움 인근으로 몰려가는 것으로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커비 대변인은 “러시아 군이 얼마나 많은 차량을 이동시키고 있고 무엇을 운반 중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며 “인력과 무기를 실은 차량이 섞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 군이 전투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병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해석했다.
 
BBC는 위성에 우크라이나 동부로 향하는 러시아 차량 행렬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군보다 더 큰 규모의 러시아 군 병력이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6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 세베로도네츠크 시내에서 러시아 군의 포격으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돈바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 군의 대규모 공세가 임박했다고 판단해 이 지역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AFP=연합뉴스]
 
이 지역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3만∼4만명 규모의 비슷한 병력으로 대치 중이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가 이 지역의 전력을 2∼3배로 늘리려고 한다고 분석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지금까지 약 약 20%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부대를 재구성하고 전열을 가다듬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동부지역 대부분은 시야가 멀리까지 트인 평야 지대로 이뤄져 있다. 그러다 보니 러시아 군과 우크라이나 군은 서로의 움직임이 쉽게 포착되는 상황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러시아 군은 드론·전투기·탱크 등으로 공세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군은 장갑차, 장거리 대공방어무기, 포병, 지대공 미사일 등으로 맞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의 이 같은 전략전술은 지금까진 효과를 거뒀다. 우크라이나를 빠른 시간 안에 정복할 것으로 예측했던 러시아 군의 전략에 차질을 빚게 했다. 우크라이나 군은 이런 전략전술이 계속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병력의 위치를 수시로 바꾸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은 이 지역에 지난 8년 동안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도네츠크·루한스크 인민공화국)과 싸우며 강하게 단련된 부대를 집중 배치하고 있다. 미국·유럽 등 서방세계 국가들로부터 러시아 군이 움직이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인 돈바스 루한스크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다연장 로켓포 BM-21 'Grad'로 러시아 군의 진지를 포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내부 친러 세력 간첩활동 고민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내부에서 간첩활동을 하는 세력 때문에 고민이 깊다. 내부에서 공작원 등 친러시아 세력들이 정보를 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군의 한 지휘관은 “전쟁이 끝나면 점령군을 도왔던 사람들을 어떻게 처분할지 (어떻게든) 정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제임스 히피 영국 국방부 정무차관은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군의 숫자가 많긴 하지만 돈바스 지역 전투에서 결국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돈바스 침공 작전을 추진하는 것은 2차 대전에서 러시아가 파시즘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는 5월 9일 승리 퍼레이드 때 군사적 큰 성과를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봄이 되고 얼음이 녹고 있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땅이 질퍽해져 러시아 군은 진격에 방해를 받게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대통령실, 라인사태에 “단호히 대응”...네이버 노조 “매각 반대”

2“방시혁, 뉴진스 인사 안 받아”...하이브 “일방적 주장”

3 中 왕이 “최근 한중관계, 공동이익 부합하지 않아”

4공정위, 쿠팡 ‘PB 부당 우대 의혹’ 조사...법인 고발까지 검토

5상주시, 귀농청년과 은퇴자 위한 복합 주거단지 조성... "공동육아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 지원해"

6경북-강원-충북 연결하는 '마구령 터널' 8년만에 개통

7글로벌 축제로 도약한 '파워풀대구 페스티벌' 성황리 마무리

8 권익위 “尹 검사시절 ‘한우 업무추진비’ 위반 아냐”

9학원가 댓글 조작 폭로...스타강사 ‘삽자루’ 향년 59세 사망

실시간 뉴스

1대통령실, 라인사태에 “단호히 대응”...네이버 노조 “매각 반대”

2“방시혁, 뉴진스 인사 안 받아”...하이브 “일방적 주장”

3 中 왕이 “최근 한중관계, 공동이익 부합하지 않아”

4공정위, 쿠팡 ‘PB 부당 우대 의혹’ 조사...법인 고발까지 검토

5상주시, 귀농청년과 은퇴자 위한 복합 주거단지 조성... "공동육아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 지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