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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르게 보폭 넓히는 재계 1, 2위 수장

[윤석열 정부 출범, 재계에 미칠 영향과 관전 포인트는?] ④
이재용·최태원, 尹 ‘기업인 저승사자’ 시절 나란히 악연
취임식 초청받은 李, 어떤 대화 나눌까… ‘광복절 사면’?
崔, 취임 전 3차례 만나…엑스포 민간위원장도 맡겨

 
 
지난해 1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희망 온(ON) 참여기업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재계 1, 2위 삼성과 SK를 각각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들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악연은 뒤로 한 채 보다 활발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정농단 악연 딛고 親기업 파트너로 부상하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관계는 사실 껄끄럽다. 2017년 국정농단 사건 때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이던 윤 당선인은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영장을 재청구해 결국 이 부회장은 구속됐다.
 
이후 재판을 통해 유죄 판결을 받은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됐지만 오는 7월 형 집행 종료일로부터 5년 동안 취업을 제한받는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사면을 통해 ‘자유의 몸’을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불발됐다.  
 
재계에서는 새 정부 출범 후 이뤄질 ‘광복절 특사’ 경제인 사면 명단에 이 부회장이 포함되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첫 출발은 나쁘지 않다. 오는 10일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과 함께 이 부회장이 초대받았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당선인이 ‘기업인’으로서 이 부회장을 공식 석상에서 만난 적은 없다. 재계에서 윤 당선인과 이 부회장의 만남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 열릴 취임식 날 저녁 만찬에서 윤 당선인이 이 부회장과 만나 구속 수사 등으로 꼬인 관계를 어떻게 풀어낼지는 취임식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윤 당선인과 이 부회장은 이른 시일 안에 다시 만날 가능성이 크다. 오는 20~22일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기간에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방문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윤 당선인이 동행할 수 있다.  
 
재계에 따르면 이미 주한 미국대사관 등 방한 준비팀은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측도 사업장 내 전시 부스 공사를 진행 중이라는 후문이다.  
 
재계에서는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삼성그룹 측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따르면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027년 반도체 수출액을 현재보다 30% 이상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전력 반도체, 센서 등 경쟁력이 취약하다고 지적된 분야도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새 정부의 이 같은 기업 친화적 행보에 발맞춰 반도체 관련 투자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이 악연으로 시작했지만 새 정부에서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맞춰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취임 전 이미 3차례 만나 관계 설정…엑스포 유치 중책  

윤 당선인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인연도 순탄치는 않았다. 2012년 최 회장이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기소가 됐을 때 윤 당선인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서 공소유지를 담당했다. 2014년 대법원은 최 회장에 대해 징역 4년을 확정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과거의 인연은 뒤로 한 채 당선 이후에는 최 회장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취임도 하기 전에 두 사람은 경제 단체장 오찬 간담회,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대회 참석, SK바이오사이언스 방문 등 공식 석상에서 이미 3차례나 마주했다. 최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터라 만남의 명분은 분명했지만, 취임 전의 이 같은 조우는 이례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최 회장은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민간위원장으로서의 역할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움직임이다. 내달 22일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해 2차 경쟁 프리젠테이션 등 유치 지원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지난달 2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장 간담회를 마친 후 이동하며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공동취재]
인수위 측은 그간 최 회장을 민간위원장으로 위촉하기 위해 꾸준히 의사를 타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부산엑스포를 유치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인 셈이다.  
 
지난달 22일 윤 당선인도 참석한 가운데 부산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결의대회’에서 최 회장은 “부산엑스포 유치는 국가 경제 도약의 기회이자 부산이 글로벌 메가시티로 도약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해외 마케팅 채널을 적극 활용해 민관 협력의 파트너로 엑스포 유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하면서 국정농단 여파로 위상이 추락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대신해 정부와 재계의 소통창구로 활약하며 대한상의의 입지를 끌어올린 바 있다. 재계에서는 부산엑스포 유치지원 민간위원장으로 최 회장이 윤석열 정부에서 보다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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