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짜리 ‘휴지조각’ 된 루나…‘암호화폐 겨울’ 왔다 [위클리 코인리뷰]
‘한국산 코인’ 폭락 사태에 30살 코인계 거물 ‘사면초가’
바이낸스, 루나 상장폐지…고팍스 등 국내 거래소 동참
옐런 美 재무 장관 “스테이블 코인 뱅크런 같은 위험 있어”
위클리 코인리뷰는 한 주간의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을 돌아보는 코너입니다. 너무나도 복잡하게 흩어져있는 시장의 정보를 ‘코인러’ 여러분께 정리해 전달해 드립니다. 지난 일주일에 대한 리뷰이므로 현재 시세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투자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편집자]
여름이 다가오는 계절,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는 때아닌 ‘겨울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세계 거시 경제 지표가 좋지 않고, 글로벌 증시가 침체에 접어들며 암호화폐 시장에도 강하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정적 한 방’은 따로 있었다.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와 자매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USD(UST)가 연일 폭락해 코인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준 것이다.
두 코인을 발행한 테라폼랩스는 UST를 예치하면 루나로 바꿔주고 최대 20% 이율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았다. 테라폼랩스의 대표 권도형(도권)은 얼마 전만 해도 ‘한국판 일론 머스크’로 불리며 암호화폐 업계의 총아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 폭락 사태를 거치면서 외신들은 그가 실리콘밸리 최대 사기극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홈스 전 테라노스 최고책임자(CEO)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권 대표를 비롯한 테라 측은 “방법을 찾겠다”며 방어에 나섰지만 의미있는 진척은 없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을 비롯한 주요 금융 규제 당국은 스테이블 코인을 제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원한 몰락일지, 전화위복일지 스테이블 코인을 비롯해 암호화폐 시장이 갈림길에 서 있다.
주간 코인 시세: 2.6K 무너진 비트코인…암호화폐 시총 258조원 증발
비트코인 가격은 미 동부시간 기준, 12일 한때 최저 2만5402.04달러까지 떨어져 지난 2020년 12월 이후 16개월 만에 2만6000달러 선이 무너졌다. 13일 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은 3만 달러선을 회복했지만 9일 고점과 비교하면 11%가량 급락한 상태다.
CNBC에 따르면 12일 하루만 무려 2000억 달러(약 258조원) 이상의 글로벌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 부진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 전환과 일부 스테이블 코인의 디커플링 사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UST 루나의 급락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나머지 시가총액 탑5 코인인 이더리움·리플·에이다·솔라나도 비트코인과 비슷하게 급락했다. 지난 6일 오후 4시 20분 이더리움은 274만3000원, 리플은 584원, 에이다는 765원, 솔라나는 6만7540원에 거래됐다.
주간 이슈①: 모래성처럼 무너진 테라 프로젝트…권도형은 누구인가
루나는 지난달 119달러까지 급등, 글로벌 암호화폐 시가총액 8위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2일 오전 10시 루나는 1.17달러로 24시간 전 대비 93.29% 폭락했다. 이어 13일 오후 4시 기준으로는 24시간 전보다 99.98% 내린 0.00005925 달러(약 0.073원)에 거래됐다. 90%대 폭락을 연일 맞아 사실상 가치가 ‘0’인 셈이 됐다.
UST는 한때 시총 규모가 180억 달러(약 23조2000억원)로 스테이블 코인 가운데 3위에 자리했다. 하지만 13일 오후 4시 UST는 통상 가격인 1달러의 10분의 1 수준인 0.1818달러에 거래됐다.
그간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등 실물자산에 연동하도록 설계돼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 시장에서 안정적인 자산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UST는 실물자산 대신 루나라는 코인을 담보로 루나 발행량을 조절해 1개당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는 특징이 있다. UST 가격이 달러 밑으로 내려가면 루나를 발행해 UST를 사들이고, UST 가격이 달러보다 높아지면 비트코인을 사들여 가치를 1달러에 고정하는 구조다.
그런데 최근 UST의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루나의 시세마저 급락하고, 이것이 다시 두 암호화폐의 가격 하락을 촉발하는 악순환에 빠져들었단 분석이 나온다. 리서치업체 펀드스트랫은 “루나와 UST의 가격 급락은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사라져버릴 수 있는 ‘죽음의 소용돌이’”라고 진단했다.
루나와 UST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개발한 암호화폐다.
권 대표는 한국의 외국어고교를 졸업한 뒤 미국 실리콘밸리 인재의 산실로 불리는 스탠퍼드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빅테크 기업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엔지니어를 거쳐 2018년 소셜커머스 티몬 창업자 신현성 대표와 손을 잡고 테라폼랩스를 설립했다.
그는 테라폼랩스가 발행하는 루나와 UST 코인을 통해 암호화폐 업계 거물로 성장했다. 불과 한 달 전에는 암호화폐의 큰손을 뜻하는 ‘비트코인 고래’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가 설립한 ‘루나파운데이션가드’가 UST 가치를 떠받치는 안전장치의 일환으로 15억 달러(약 1조9300억원)어치 비트코인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한국과 테라폼랩스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를 오가며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권(Do Kwon)’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그의 트위터 팔로워는 63만명이 넘는다.
그는 국내외 언론과는 접촉을 피하면서 ‘루나틱’이라고 불리는 루나의 열성 투자자들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소통했다. 이런 모습이 트위터를 애용하는 세계 최대 부자 머스크와 닮았다고 해서 ‘한국판 머스크’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폭락 사태로 탄탄대로를 걷던 그의 발목이 잡혔다.
권 대표는 폭락을 해결하기 위해 15억 달러 자금 조달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테라폼랩스가 암호화폐 업계의 여러 기업과 접촉했으나 자금 조달에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권 대표가 사면초가에 몰린 가운데 그의 과거 행적과 트위터 발언을 들추며 비판하는 외신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코인데스크는 권 대표가 과거 실패한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인 베이시스 캐시를 익명으로 공동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해 7월 영국의 한 경제학자가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모델의 실패 가능성을 지적하자 권 대표는 “난 가난한 사람과 토론하지 않는다”고 조롱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전했다.
코인데스크의 데이비드 모리스 수석 칼럼니스트는 “권 대표는 암호화폐 영역에서 실리콘밸리 최대 사기극을 벌인 엘리자베스 홈스 전 테라노스 CEO와 같다”며 루나, UST 폭락 사태를 둘러싼 소송과 형사 고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권 대표가 루나의 근본 구조에 대한 비판에 ‘바퀴벌레’ ‘바보’라고 대응한 적이 있다”며 “그는 함선에 구멍을 낸 뒤 침몰하는 배의 구멍에 쏟아부을 자본을 찾고자 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13일 오후 5시 30분 기준으로 루나 및 UST를 완전 상장폐지 한다고 공지했다. 이날 오전 9시 40분 LUNA/BUSD, UST/BUSD 페어를 제외한 모든 루나 거래 페어를 상장 폐지한 데 이어 두 페어마저 완전히 거래를 중지한 것이다. 바이낸스 USD(BUSD)는 바이낸스가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도 루나 상장폐지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이날 고팍스는 오는 16일 오후 3시 루나에 대한 입금 및 거래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업비트도 공식 사이트를 통해 20일 오후 12시 BTC 마켓에서 루나를 상장폐지한다고 공지했다. 같은 날 빗썸도 27일 오후 3시 루나의 거래지원을 종료한다고 전했다.
주간 이슈②: 옐런 美 재무 “스테이블 코인 규제해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강력한 어조로 스테이블 코인 규제 필요성을 주장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옐런 장관은 “현재 규모로 봤을 때 이번 사태가 금융 안정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특징짓지는 않겠다”면서도 “스테이블 코인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뱅크런과 관련해 수백 년간 알려진 것과 같은 종류의 위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 대해 은행이 지급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신뢰가 깨질 경우 발생하는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인 ‘뱅크런’과 비슷하다고 본 것이다.
블록체인 전문매체 디크립트는 이번 회의에서 제기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논의는 “백악관과 의회가 암호화폐 시장에 새로운 규제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했다.
옐런 장관은 지난 10일에도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도 스테이블 코인 발행업체를 은행처럼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주간 인물: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저자 “BTC, 2200만원에 추매할 것”
그는 1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가격이 1만7000달러 바닥을 테스트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비트코인 폭락은 좋은 소식”이라며 “앞서 나는 비트코인 가격이 2만 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추가 매수할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고 말했다.
또 기요사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재닛 옐련 미국 재무장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등 3명의 멍청이가 미국을 이끄는 이상 비트코인이 승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달에는 가장 큰 거품 붕괴가 다가온다며 정부, 월가, 연준 이사회를 ‘도둑 집단’이라 지칭하고 초인플레이션과 불황의 원인이 그들에게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그는 지난 3월 인플레이션 유발자로 바이든 대통령을 가리키며 달러가 붕괴할 것이라며 금과 은, 비트코인, 솔라나, 이더리움을 사라고 추천한 바 있다.
주간 NFT: 저커버그 “인스타그램에 ‘3D NFT’ 도입한다”
10일(현지시각) 크립토포테이토 보도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는 웹3 사업가인 탐 빌류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스타그램이 NFT 테스트를 시작했으며 페이스북도 곧 유사한 기능을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9일(현지시간)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 기반 사용자 중 일부를 선별해 인스타그램 피드, 스토리, 메시지에서 NFT 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전했다. 이더리움, 폴리곤, 솔라나, 플로우 등 주요 블록체인 기반의 NFT를 지원한다.
크립토포테이토에 따르면 앞으로 인스타그램은 사용자들의 메인 피드 및 스토리, 메시지에서 제3자 디지털 지갑과 연결된 링크로 NFT를 공유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제3자 디지털 지갑은 레인보우, 메타마스크, 트러스트월렛이 협력 중이며 곧 코인베이스, 대퍼, 펜톤도 이용할 수 있다.
한편 지난 3월 독일 종합금융회사인 도이치방크는 자체 보고서에서 “인스타그램의 NFT 기술 배치는 관련 자산의 거래 과정을 간소화하고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며 “가상자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NFT를 주류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형준 기자 yoon.hyeongjun@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러 루블, 달러 대비 가치 2년여 만에 최저…은행 제재 여파
2“또 올랐다고?”…주유소 기름값 6주 연속 상승
3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키로…日대표 야스쿠니 참배이력 문제
4알렉스 웡 美안보부좌관 지명자, 알고 보니 ‘쿠팡 임원’이었다
51조4000억원짜리 에메랄드, ‘저주받은’ 꼬리표 떼고 23년 만에 고향으로
6“초저가 온라인 쇼핑 관리 태만”…中 정부에 쓴소리 뱉은 생수업체 회장
7美공화당 첫 성소수자 장관 탄생?…트럼프 2기 재무 베센트는 누구
8자본시장연구원 신임 원장에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 내정
9“‘元’ 하나 잘못 보고”…中 여성, ‘1박 5만원’ 제주도 숙소에 1100만원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