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나쁜 건 알겠는데…왜 소비자 지갑만 털리나요[구글 인앱결제 의무화 여파①]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에 콘텐트 이용료 일괄 인상
기업이 떠안을 부담 고객에게 전가 비판 나와
콘텐트업계의 서비스 이용료 인상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포문은 OTT업계가 열었다.
웨이브는 지난 4월부터 자사 안드로이드 앱에서 파는 베이직, 스탠다드, 프리미엄 구독 상품의 가격을 15%가량 올렸다. 비슷한 시기 티빙도 안드로이드 고객의 요금을 인상했다. 기존 요금제와 견줘 14~15%가량 인상됐다.
KT의 OTT 서비스 시즌 역시 지난 5월 플레인 이용권 가격을 5500원에서 6300원으로, 믹스 이용권 가격은 9900원에서 1만1400원으로 올렸다. 인상률은 15%안팎이다.
릴레이 인상은 음원 업계에서도 이어졌다. SK스퀘어의 음원 플랫폼 플로는 구글플레이 앱 이용권 가격을 14% 인상했고, 네이버 바이브는 ‘무제한 듣기’ 이용권의 구글플레이 월 이용료를 16%(8500원→9900원) 인상했다. 업계 점유율 1위로 꼽히는 멜론도 최근 이용료를 10%가량 인상했다.
웹툰·웹소설 이용 고객의 부담도 늘었다. 네이버웹툰은 안드로이드 앱에서 구매하는 쿠키 가격을 개당 100원에서 120원으로 20% 인상했다. 쿠키는 유료 콘텐트를 구매할 때 활용하는 디지털 재화다. 네이버는 주문형 비디오(VOD) 플랫폼 ‘시리즈온’의 캐시 가격도 100캐시당 100원에서 110원으로 올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결제수단으로 쓰는 캐시의 구입 요금을 인상했다. 기존엔 1000캐시당 1000원이었는데, 지금은 1200원을 내야 한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조치 여파다. 구글은 현재 자사의 결제 시스템을 활용해 유료 앱과 콘텐트를 결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 경우, 구글에 결제금액 일부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구글은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외부 결제 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를 제공하는 앱을 구글플레이에서 삭제하겠다고 공지했다.
콘텐트업계 ‘릴레이 인상’ 시작
이 문제를 구글의 갑질로 보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초기에는 진입장벽을 낮춰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뒤 수수료를 올리는 거대 플랫폼의 횡포라는 거다. 지난해 8월 우리나라 국회가 앱마켓의 인앱결제 의무화를 법으로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던 것도 이런 이유다.
이 법은 앱마켓 사업자가 콘텐트 사업자들에게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법이 시행됐지만, 구글은 꼼수로 인앱결제 의무화를 밀어붙였다. 개발사 자체결제 시스템을 허용하는 방침을 추가했는데, 이 시스템의 수수료율 역시 26%로 기존 수수료율(최대 30%)과 큰 차이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자체적으로 결제 시스템을 활용해 구글에 수수료를 내지 않던 앱 개발사들은 수수료 부담이 늘어나게 된 셈이고, 이를 고객 서비스 요금에 반영한 것이다.
기업이 수수료 부담을 모두 고객에게 전가하는 게 맞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제품 가격은 소비자가 지갑을 열 때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기업이 가격을 결정하는 변수는 여럿인데,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해야 제품을 많이 팔고 이익도 남길 수 있다. 특히 가격 인상은 소비자 불만을 키우는 위험한 경영 결정이다. 제품 가치에 알맞은 가격이 아니란 인식이 퍼지면 고객이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있다.
모 앱 개발사 대표는 “경영진 입장에선 가격이 올라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요금 인상은 소비자가 가장 민감하게 저항하는 결정이기에 쉽사리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서 “이번 경우에도 제품으로 따지면 생산원가가 상승하게 된 건데, 원가가 올랐다고 판매가를 즉각 올려버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구글의 수수료 인상분을 기업이 모두 부담하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즉각 고객에게 전가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가격을 결정하는데 ‘인앱결제 수수료’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겼는데,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다른 전략을 고민하기보다 사용자의 요금을 인상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별로 보면 요금 인상률이 조금씩 다르다. 구글이 수수료 비율을 서비스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책정했는데도 그렇다. 가령 음원업계에선 바이브의 경우 구글이 콘텐트 이용료에 부과하는 수수료율인 15%를 웃도는 16%를 이용료 인상률을 보인 반면, 멜론은 요금 인상폭을 10%로 수수료율보다 낮게 설정했다.
아직 요금을 올리지 않은 서비스도 있다. 음원업계에선 지니뮤직과 NHN벅스가 요금인상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NHN벅스 관계자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인 건 맞다”면서 “다만 시기와 인상 폭을 두고는 회사 내부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의 정책에 반기를 든 서비스도 있다. 카카오톡은 이모티콘 구독 결제창에 웹 결제가 가능한 아웃링크를 걸어놓았다. 구글이 아웃링크를 연결하면 앱을 앱마켓에서 삭제한다고 엄포를 놨음에도 카카오는 아웃링크 안내를 이어오고 있다.
구글이 ‘과도한 수수료 장사’란 비난에도 인앱결제를 강행하는 명분엔 ‘고객 편의’가 있다는 점도 앱 개발사엔 부담이다. 구글은 자체 시스템을 통해 고객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결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율의 수수료는 그에 따른 이용료가 되는 셈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앱 개발사 입장에선 결제 시스템의 구축·운영 비용을 덜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중소 앱 개발사 대표는 “우리 같은 작은 스타트업은 자체결제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수수료를 내면서 구글의 인앱결제를 활용하고 있었다”면서 “수수료 30%가 고율이긴 하지만 결제 시스템을 갖추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 점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인앱결제 수수료와 비슷한 비율의 요금 인상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대체재가 없다. 애플 앱스토어는 일찌감치 구글과 달리 처음부터 인앱결제를 강제해왔고, 수수료 30%를 적용해오고 있다. 대안으로 꼽히는 토종 앱마켓인 원스토어는 최근 미디어·콘텐트 앱에 기본 수수료를 기존의 절반인 10%로 인하했지만,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다.
한국모바일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국내 앱마켓별 매출액 비중으로 따졌을 때 구글플레이스토어가 약 63.4%, 애플 앱스토어가 24.6%, 원스토어는 11.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IT업계 관계자는 “15~30%에 달하는 고율의 수수료를 강제적으로 받겠다는 구글의 정책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수수료율과 비슷한 비율의 인상 폭을 즉각 결정한 앱 개발사 역시 고객의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면서 “구글의 수수료 부담 이슈는 지난해 초부터 불거졌는데도 그간 아무런 대책 없이 이제와 이용료만 올리는 걸 납득하기 어려운 이들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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