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을 자신 있는 사람만 돈 빌려?
7월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 LTV 80%
5억원 아파트 구매 시 대출 여력 1억원 더 생겨
DSR 규제 강화 기조는 그대로…“상환능력 없는 차주는 관리 필요”
7월부터 대출 환경이 또 변한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를 위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높아지며 실수요자 중심으로 대출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시적으로 높아졌던 신용대출 문턱도 다시 낮아진다. 다만 내막을 보면 대출 규제는 더 강고해진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3단계가 7월부터 시작되고 이자부담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상환능력 있는 차주가 대출을 받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입장이다.
LTV 풀리고 신용대출 규제 사라진다
기존에는 생애 최초 주택구매 가구를 기준으로 LTV 최대 상한이 60~70%였지만 앞으로는 최대 80%까지 높아진다. 정부는 나머지 가구에 대해서도 지역과 상관없이 LTV를 70%로 단일화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담보가 있는 대출자의 대출 한도는 높아질 예정이다. 예를 들어 서울의 5억원 아파트를 살 때 기존에는 LTV 60% 기준으로 3억원까지만 대출이 나왔다면, 7월부터는 4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신용대출 규제도 풀린다. 기존에는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마다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했지만, 오는 7월부터는 이 규제가 풀리면서 신용대출 한도가 사라진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는 신용대출 연 소득 이내 취급 제한 규정을 금융 행정지도로서 ‘가계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기준’에 명시하고 효력 기한을 올해 6월 30일로 둔 바 있다. 이로 인해 다음 달부터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연 소득의 2~3배에 달하는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 은행권에 다시 나올 예정이다.
LTV 풀렸지만 DSR 규제 강화는 그대로
정부와 금융당국은 DSR 기준만 충족한다면 LTV 상향 조정과 신용대출 한도 철폐를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에서 정책 목표를 ‘상환능력 중심의 대출 관행 정착’으로 정하며 “대출자산 건전성을 높이고 외부 충격에 대비한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윤 정부도 이런 방침을 이어나간다고 밝혔다. 서민‧실수요자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지만, DSR을 통한 가계대출 관리를 이어나가야 대출 폭증을 막고 가계대출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부동산 실수요자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DSR 산정에 미래소득을 반영하고, 주담대 만기를 40년 이상으로 높여 상환 능력이 확대되는 효과도 낸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1억원 이상 가계대출 대출자는 전체 차주의 29.8% 수준이고, 금액 기준으로 보면 전체 가계대출의 77.2%가 1억원 이상 대출에 해당한다. 이에 7월부터는 전체 대출자의 약 30%가 추가 대출이 어려울 수 있고 신규 대출자도 소득이 높지 않으면 1억원 이상부터는 대출 가능액이 크게 감소할 예정이다.
규제 풀린다지만 ‘금리’도 복병
아울러 5월 27일 기준으로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 금리는 5월 말 연 4.048∼6.39%를 기록했고,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는 연 3.550~5.348%를 기록했다. 금융업계는 한국은행이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일각에선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는 만큼 대출금리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4월 잔액 기준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은 77.3%로 전달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신규 가계대출 기준 변동금리 비중은 80.8%를 기록했다. 대출 금리가 급상승하고 변동금리 비중도 높아 서민들 입장에서는 대출 규제가 없어도 추가로 대출을 받을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LTV는 완화하고 DSR은 강화하는 결합된 규제가 필요한 것은 맞다”며 “LTV는 기본적으로 차주가 파산했을 때 잔존가치가 남아있게 하는 것인데 파산의 위험은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과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안정적인 상환능력이 있는 사람이 대출을 받도록 해주고, 그렇지 않은 대출은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금리를 통해 관리를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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