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에 임창정까지 도전장…‘아재술’ 막걸리가 젊어졌다
국내 막걸리 소매시장 5000억원 돌파
막걸리 찾는 2030세대 급증, 매출도 오름세
이색적인 맛, 유명인 레시피 앞세워 신제품 출시
‘아재술’의 대명사였던 막걸리가 제2전성기를 맞았다. 중장년층에 국한돼 있던 막걸리의 소비층이 20~30대까지 확대되며 편의점에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업계는 기존 막걸리와는 다른 세련된 디자인과 차별화된 맛의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있으며 유명인들까지 막걸리 사업에 뛰어들며 젊은 세대를 사로잡고 있다.
백걸리부터 임창정 막걸리까지…이색 막걸리 찾는 2030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오는 6일부터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백술도가에서 개발한 ‘백걸리’(백종원 막걸리)를 업계 최초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백걸리는 물 첨가를 최소한으로 한 원액에 가까운 주류로 알코올 도수가 일반 막걸리보다 두 배 이상 높은 14도다. 고도주처럼 스트레이트 잔에 담거나 물 또는 얼음에 희석해 마시는 등 취향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내용물도 페트병이 아닌 유리병에 담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단 설명이다.
CU가 백걸리 단독 판매에 나선 이유는 최근 막걸리를 찾는 젊은 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CU가 지난해와 올해 막걸리의 연령대별 매출 비중을 살펴본 결과 2021년 상반기 20대 비중은 6.1%에서 올해 9.1%로 늘었고, 30대 역시 9.5%에서 14.7%로 증가했다. 20·30세대의 비중이 14.6%에서 24.0%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막걸리를 찾는 연령대가 젊은 층까지 확대되면서 매출도 오름세다. CU 막걸리의 지난해 대비 매출신장률은 2019년 16.7%, 2020년 23.2%, 2021년 36.9%로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을 보이고 있고 올해 상반기도 39.3%를 기록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5월 가수 임창정이 직접 레시피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임창정미숫가루꿀막걸리’를 단독 출시했다. 이 막걸리는 임창정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고깃집의 베스트 메뉴 중 하나로, 편의점 출시 3주 만에 초도 생산 물량 10만개 완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세븐일레븐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1~6월까지 막걸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신장했다.
GS25는 싸이월드와 국내 막걸리 제조회사 우리술과 함께 출시한 ‘싸이월드 도토리 ㅁㄱㄹ’를 선보였다. 이 막걸리는 싸이월드의 아이콘인 ‘도토리’를 모티브로 도토리 특유의 고소함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막걸리 병에는 싸이월드 어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 할 수 있는 QR코드도 삽입돼 있어 2030세대에게 호응을 얻었다. 이마트24 역시 코오롱스포츠와 서울장수가 손잡아 만든 ‘장수하솟! 솟솟막걸리’를 출시한 바 있다.
와인 인기 이어 막걸리 전성시대…‘믹솔로지’ 트렌드 영향
막걸리가 젊은 층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최근 업계에서 전통주의 이미지를 깨는 이색적이고 차별화된 막걸리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특이한 맛뿐만 아니라 유명인의 이름이 걸린 레시피로 만들어진 막걸리를 출시해 2030세대의 눈길을 끌고 있단 분석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와인 매출의 성장률이 눈에 띄게 늘었었는데 올해는 전통주 쪽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기존의 막걸리와는 다른 맛과 패키지의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어 전통 주류의 재발견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 세대들은 주류를 그 자체로만 먹는 게 아니라 다른 음료나 또 다른 주류와 섞어 완전히 새로운 술로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해 전통 주류를 찾는 수요도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는 자신의 취향에 맞게 직접 주류를 만들어 즐기는 ‘믹솔로지(Mixology)’ 트렌드와 다양한 레시피를 공유하는 것이 유행으로 확산하고 있단 설명이다. GS25 관계자에 따르면 2030세대를 중심으로 믹솔로지 재료로 쓰이는 토닉워터, 탄산음료, 주스 등 매출이 올해 2월까지 각각 54.1%, 24.8%, 13.5% 신장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최근 ‘홈텐딩’(홈+바텐딩) 트렌드 확산으로 집에서 여러 술을 다양한 레시피로 섞어 마시는 것이 유행”이라며 “이 때문에 프리미엄 소주라 불리는 ‘증류주’와 막걸리 등을 찾는 젊은 소비자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막걸리 시장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6년 3000억원대였던 국내 막걸리 소매시장 규모는 2017년 3500억원대, 2018년 4000억원대, 2019년 4500억원대 규모로 성장했고, 2020년에는 5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상품 출고가를 기준으로 한 국세청 수치로, 실제 각 음식점과 유통채널 소비자 판매까지 고려하면 연간 8000억~1조원에 달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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