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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문화재 환수에 진심인 라이엇 게임즈…6번째 환수 성공

조선 왕실 유물 ‘보록’ 영국에서 귀환…문화재적 가치는 물론 학술 연구 가치 높아
오는 8월 국립고궁박물관 전시 통해 대중과 만날 예정

 
 
'보록' 귀환 언론간담회 현장 모습 [사진 라이엇 게임즈]
PC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로 유명한 라이엇게임즈의 후원으로 또 하나의 국외소재문화재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6번째 환수 성공 사례다.  
 
라이엇 게임즈는 27일 충무로에 위치한 ‘한국의 집 민속극장’에서 진행된 ‘환수 문화재 언론공개회’를 통해 국외소재문화재 ‘보록(寶盝)’의 국내 환수 성공 소식을 전했다.  
 

영국에서 왕실 유물 ‘보록’ 환수…구매 자금 등 지원

왕실 유물 ‘보록’은 조선 왕실의 인장인 ‘어보’를 넣는 ‘보통’을 보관하는 외함이다. 당시 문화와 생활 양식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서 가치가 매우 높은 문화재로 평가된다. 어보는 국가와 왕권을 상징하는 예물로, 일반적으로 왕·왕비·왕세자 등 왕실의 의례용 도장을 통칭한다.
 
특히 보록은 조선시대 300여 년에 걸쳐 단일품목으로 꾸준하게 제작된 공예품으로 금속, 섬유, 가죽 등 다양한 소재로 제작됐다. 궁중 공예품의 양식 및 재질이 변화·발전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편년자료로서의 가치가 높다. 아울러 많은 이가 보편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대량 제작한 것이 아닌, 왕과 왕비를 위한 왕실 의례에 따라 제작된 만큼 조선 왕실의 정통성과 역사성을 상징한다는 점에서도 높게 평가된다.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는 종묘로부터 이관한 312건의 보록과 인록이 소장돼 있다. 현존하는 보록은 모두 임진왜란 이후인 1600년대로부터 순종 때까지 300여 년에 걸쳐 제작된 것이다.
 
이번에 들어온 보록은 천판 중심에 손잡이인 거북형 뉴(龜紐)가 설치돼 있고 내면에는 홍색의 방주를 바르고 표면은 가죽으로 싸고 그 위에 주칠을 했다. 정황상 19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  
 
왕실 유물 '보록' [사진 라이엇 게임즈]
보록에 담겨져 있는 어보 자체가 보록을 설명하는 ‘프로비넌스(provenance, 기원이라는 뜻)’다. 이번과 같이 보록만 발견된 경우는 보록의 주인을 밝히기 위한 추가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환수 완료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최근 수년 간 코로나19로 인해 국외소재문화재 발굴 및 협의를 위한 인력 파견 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라이엇 게임즈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문화재청의 국외 문화재 환수 행보를 위해 매해 기금을 축적했다.
 
특히 이번 환수 유물 보록의 경우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난해 정보를 입수, 소장자를 설득하는 과정과 전문가들의 평가와 실견을 거쳐 매입에 성공했다. 재단이 정보를 입수했을 당시, 이번 유물은 영국 법인이 경매를 통해 구입한 후 판매를 위해 협상이 진행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재단은 조선왕실의 문화재인 보록의 국내 귀환을 위해 문화재청과 긴밀히 협의하고 관련 검토를 거쳐 매입을 추진했다. 소장자에게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당위성을 전달하고 설득한 끝에 국내로 들여올 수 있었다. 라이엇 게임즈는 구매 자금 등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문화재지킴이 자처…게임업계 유일

이번 보록 환수는 라이엇 게임즈가 지원 참여한 여섯 번째 국외 문화재 환수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앞서 라이엇 게임즈는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 사회환원 사업 일환으로 2014년 ‘석가삼존도’를 시작으로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2018년) ▶척암선생문집 책판(2019년) ▶백자이동궁명사각호(2019년) ▶중화궁인(2019년) 등 총 다섯 번의 국외소재문화재 환수를 지원했다.  
 
조선시대 불화(佛畫) ‘석가 삼존도’는 미국 버지니아주 노포크 소재의 ‘허미티지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던 문화재다. 현존 불화 중 도상의 배치가 희소해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유물이다. 일제시대 때 반출된 후 뉴욕에서 진행된 경매를 통해 박물관 측이 인수해 보관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라이엇 게임즈는 불화 반환 관련 비용 일체를 지원했으며, 외국계 기업이 문화재 반환 사업에 참여한 최초의 사례라는 기록을 남겼다.
‘환수 문화재 언론공개회’ 현장 모습 [사진 원태영 기자]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의 경우 프랑스에서 개인이 소장하던 중 경매에 나온 것이 발견돼, 라이엇 게임즈의 기부금을 활용한 매입 작업을 통해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척암선생문집 책판’은 오스트리아에서 개인이 소장하던 중 2019년 2월 독일 경매에 출품됐고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이를 발견, 라이엇 게임즈에서 후원한 ‘국외소재 문화재 환수기금’을 활용해 매입했다. ‘백자이동궁명사각호’와 ‘중화궁인’ 또한 지난 2019년 미국 뉴욕 경매에 출품된 것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발견해 라이엇 게임즈에서 후원한 환수기금을 활용해 매입했다.  
 
라이엇 게임즈가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에 나선 배경은 라이엇 게임즈의 ‘플레이어 중심(Player-focused)’ 철학에 의거한다. 대표적 ‘놀이 문화’인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기업으로서, 문화의 뿌리인 ‘문화유산’을 지키고 보호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라이엇 게임즈 관계자는 “젊은 세대 이용률이 높은 게임 콘텐트를 개발, 서비스하는 기업으로서 문화의 소중함과 가치에 대한 대중, 특히 젊은 세대의 관심을 환기하고자 지속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을 위해 문화재청과 후원 약정을 맺고 문화재청 산하 특수법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등 관계 기관 및 협업사들과 함께 연 단위의 구체적 실행 계획을 설정하고 있다. 매년 수억 원에 이르는 기부를 진행해 그 실행을 도우며, 지금껏 라이엇 게임즈가 관련 프로젝트를 위해 기부한 지원금은 68억7000만원으로, 이는 문화재청과의 민관협력 사례 중 최고 금액에 해당한다.
 
특히 국외소재문화재 환수를 돕는 것은 해당 문화재가 유통 시장에 등장하는 시점이나 매입 성공 여부 등을 사전에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민간 기업의 지원 사례가 극히 드물다. 10년 째 장기적으로 국외 문화재 환수를 돕고 있는 민간 기업은 라이엇 게임즈가 유일하다.
 
이번에 환수된 보록은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전시회를 통해 오는 8월 중 시민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해당 전시에는 라이엇 게임즈가 환수를 지원한 3종의 유물이 이미 포함돼 있기도 하다.
 
구기향 라이엇 게임즈 총괄은 “오늘 날의 문화를 만드는 기업으로서 우리 문화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 10년의 노력을 이어왔다”며 “올해 이렇게 또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게 돼 더욱 기쁘다”고 밝혔다.

원태영 기자 won7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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