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IPO 연타석 흥행…‘3兆 대어’ 더블유씨피, 열기 이어갈까
2차전지기업 기관 수요 예측 1500대 1 이상
상반기 호실적 반영 위해 WCP 상장 일정 미뤄
증시 하락장 속에서도 2차전지 관련 기업 IPO(기업공개)가 약진하고 있다. 2차전지 리사이클링 기업 성일하이텍이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한 데 이어 동종업계인 새빗켐 역시 수요예측과 청약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실적과 성장성이 무기인 2차전지 기업이 침체한 IPO 시장 분위기를 바꿀지 주목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7월 기관 수요 예측을 진행한 기업 중 15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인 곳은 모두 2차전지 관련 기업으로 나타났다. 성일하이텍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해 역대급 기관 수요 예측 기록을 썼다. 기관 수요 예측 경쟁률은 2269.7대 1로, 기존 최고 기록인 LG에너지솔루션(2023대 1)을 넘어섰다. 공모가는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5만원으로 결정됐다. 일반청약에서도 1207대 1의 경쟁률을 썼고 청약증거금 20조1431억원을 모았다. 성일하이텍은 오는 28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성일하이텍에 이어 2차전지 리사이클링 기업 새빗켐(1670.9대 1), 2차전지 장비 초정밀부품을 제조하는 HYTC(1480.8대 1)도 기관 수요 예측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새빗켐은 공모가를 희망밴드(2만5000~3만원) 최상단을 초과한 3만5000원에, HYTC는 희망밴드(1만3000~1만5000원) 상단인 1만5000원으로 결정했다.
반면 2차전지외의 기업 기관 수요 예측 경쟁률은 저조했다. 의료AI 기업 루닛 경쟁률은 7.1대 1에 그쳤다. 바이오 신약 개발 기업 에이프릴바이오(14.43대 1), 친환경 회로 소재 기업 아이씨에이치(57.3대 1), 코스피 상장에 도전하는 플랜트 기업 수산인더스트리(130.37대 1) 등은 2차전지 기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흥행에 실패했다.
2차전지 관련 기업에 투심이 몰린 건 성장성 때문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2차전지 리사이클링 산업에 기대감이 몰렸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2025년까지 글로벌 배터리 업체의 공격적인 증설로 성장이 예상되고 2025년부터 본격적인 전기차 폐배터리 발생량이 증가해 지속적인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적도 상승세다. 성일하이텍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지난 2020년 659억원보다 123% 늘어난 147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연결기준 매출액 515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62%, 영업이익은 153% 늘었다.
새빗켐 실적도 좋다. 새빗켐은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액은 334억원, 영업이익은 5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9%, 112% 성장했다. 당기순이익도 2020년 21억원에서 지난해 44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103억원, 영업이익 34억원, 당기순이익 28억원을 기록했다.
호실적을 반영하기 위해 상장을 미룬 기업도 있다. ‘2차전지 대어’로 불리는 더블유씨피(WCP)는 이날 코스닥 시장 상장을 연기하는 정정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회사 관계자는 “상반기 호실적이 예상돼 공모 일정을 미루는 것”이라면서 “매년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2차전지 흥행과 더불어 IPO 시장에서 성공적인 공모를 자신한다”고 설명했다.
더블유씨피는 2차전지 핵심 소재인 분리막 제조회사다. 더블유씨피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최대 3조4010억원에 달한다. 국내 분리막 제조사 가운데선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에 이어 국내 2위 기업으로, 삼성SDI가 최대 고객사다. 지난해 매출액 1854억9867만원, 영업이익 404억5798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65.8%, 314.5% 상승한 수치다.
이번 상장 연기는 호실적을 반영해 몸값을 끌어올리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더블유씨피는 당초 오는 8월 1일~2일 기관 수요 예측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오는 9월 14일~15일로 미뤘다. WCP는 19일 공모가를 확정하고 20일~21일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9월 말 코스닥 시장 상장 예정이며, 상장주관사는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다.
홍다원 기자 daon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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