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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폭탄에 “편의점만 신났다”…편의점표 도시락·PB제품 ‘불티’

[안 팔리는 시대 잘 파는 방법]② 직장인도 주부도 편의점行
편의점 구독 서비스 인기, 오피스가·대학가 사용률 높아
‘장포족’ 증가, 식재료·빵 구입도 편의점에서 해결
백화점·마트 매출 부진한데…편의점 경기 전망만 ‘맑음’

 
 
편의점 업계가 초저가 자체브랜드(PB)와 가격을 낮춘 소포장 채소 판매로 고물가 대응에 나섰다. [연합뉴스]
 
“밥값에 커피값까지 하면 이제 1만원이 아니라 2만원이죠”
 
치솟는 외식 물가에 점심값이 1만원이 아닌 2만원인 시대가 도래하자 식비를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너도나도 편의점을 찾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가 널뛰면서 ‘런치플레이션’, ‘빵플레이션’ 등의 신조어까지 등장한 가운데 학생들과 직장인들은 편의점 구독 서비스를 통해 점심을 해결하고, 1~2인 가구는 편의점에서 소포장 상품을 구매하며 마트 장보기를 대신하고 있다.
 

월 4000원에 도시락 구독…‘장포족’들 편의점으로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올해 1~5월 구독 쿠폰 서비스 사용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3% 늘었다고 밝혔다. [사진 BGF리테일]
 
이마트24에 따르면 구독 서비스 이용 건수는 7월에 전월 동기 대비 133% 뛰었고, 6월은 5월 대비 62% 증가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도 올해 1~5월 구독 쿠폰 서비스 사용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3% 늘었다. 편의점 구독 서비스는 원하는 카테고리에 월 구독료를 지불하면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CU에 따르면 7월 CU의 구독 쿠폰 사용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1% 늘었고, 오피스가와 대학가에서의 신장률은 각각 70.8%, 88.4%를 기록했다. 외식 물가가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직장인과 학생들이 늘어 구독 쿠폰 인기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CU 관계자는 “외식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7월 도시락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6% 늘어 가장 눈에 띄었다”며 “소비자물가가 외식이나 식품 쪽에 민감하다 보니 간편 식사류 카테고리에 구독 쿠폰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에서 식재료를 사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계속되는 물가 인상에 ‘장포족(장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 생겨나며 편의점에서 소포장 형태의 식재료를 구매해 지출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이와 함께 ‘가성비’를 앞세운 PB(자체브랜드) 상품 판매량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가격을 올리자 편의점과 마트업계는 봉지빵으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연합뉴스]
 
CU는 6월 13일부터 소포장 냉장육(삼겹살·항정살)과 신선 채소 판매에 나섰다. 채소 15종을 1~2끼 양으로 소분해 판매하는 ‘싱싱채소’ 시리즈의 가격은 900~4500원 수준으로 업계 평균가보다 30% 이상 저렴하다. CU가 최근 내놓은 초저가 PB 상품 라인 ‘득템 시리즈’도 1~2인 가구 덕에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15구짜리 계란 상품인 ‘계란 득템’은 출시 직후 계란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라면득템과 쌀밥득템 제품도 각각 23.1%와 20.2%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세븐일레븐은 6월 30일 초저가 장보기 브랜드 ‘굿민(Good People)’을 출시했다. ‘안심달걀 10입’, ‘한입삼겹살 500g’, ‘대패삼겹살 500g’ 등 5종을 1차로 선보였고 신선식품에서 주요 생필품 위주로 굿민 브랜드 상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밀가루 가격이 치솟으면서 빵 가격이 오르자 소비자들은 빵도 편의점에서 구매하기에 이르렀다. 편의점 봉지빵 가격이 프랜차이즈 빵집보다 저렴한데도 품질은 크게 떨어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CU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빵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1% 증가했고, GS25의 빵 매출은 47.8% 올랐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보다 2배 신장, 이마트24는 전년 동기대비 63%의 신장률을 보였다.      
 

백화점·마트·온라인 울상인데…변화한 소비패턴

 
 
계속되는 물가 상승에 유통업계의 매출 부진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의 경기 전망만 밝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소매유통업체 500개사의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직전 분기보다 15포인트 하락한 84를 기록했다. RBSI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백화점(111→97), 대형마트(97→86), 슈퍼마켓(99→51), 온라인쇼핑(96→88) 모두 기준치(100)를 하회한 가운데 편의점 RBSI가 103을 기록하며 업태 중에서 유일하게 기준치(100)를 상회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리오프닝에 따른 외출, 야외활동 증가로 편의점이 성수기를 맞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치솟는 외식 물가에 편의점 도시락이나 간편 식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초저가 PB상품이나 소포장 신선식품이 확대되면서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금리와 물가가 뛰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어 당분간 소비심리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경기 변동에 따른 소비패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가격·상품 경쟁력 확보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7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08.74(2020=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6.3% 급등했다. 이는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6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08.22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4∼9월 6개월간 2%대를 보이다가 지난해 10월(3.2%) 3%대로 올라섰다. 올해 3월(4.1%)과 4월(4.8%)에는 4%대, 5월(5.4%) 5%대를 기록했고, 6월엔 6%대를 돌파하며 끝없이 오르고 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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