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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점장이 아니라 고객을 대만족시켜라” [이창용 프랜차이즈 실패학]

아르바이트생에게 주인정신 심어주고
지속할 정신적·물질적 보상체계 마련

 
 
서울 중구에 있는 한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에서 직원이 머그컵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대유행 소강 상태로 접어든 후 프랜차이즈 최고경영자(CEO) 모임에서 일류 CEO를 알게 된 삼류 CEO는 그에게 조언과 감동을 받고자 자신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에서 “차 한잔 대접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며칠 뒤 매장에서 만난 일류 CEO는 “매장에 별 문제 없냐?”고 물었다.  
 
이에 삼류 CEO는 최근 선발한 키 큰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최근 목격담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얼마전 커피전문점 오픈 일정이 잡혀 인터넷에 아르바이트생 채용공고를 냈는데 며칠 후 영철이라는 학생이 지원서를 들고 찾아 왔다. 이제 대학에 입학한 20살 나이에 키 크고 성숙해 보였고 처음 며칠 동안 지켜보니 일을 썩 잘 했다. 지시를 제대로 따르면서 작은 일까지 꼼꼼히 처리 했고 커피 가게의 메뉴얼에 따라 문제를 일으키거나 불평이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문제점들이 나타났다. 손님들이 줄을 길게 서건 말건 아랑곳 않고 멀찌감치 떨어져 있거나, 손님이 없을 때 기둥에 기대어 있거나, 핸드폰으로 게임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본사 직원과 내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영철군의 일하는 태도가 확연히 달랐다. 사장 앞에서는 손님들에게 상냥하게 인사 잘하고, 카운터와 컨디바도 깨끗이 청소하고 그라인더의 원두가 떨어지면 다시 채워 넣고, 본사 직원과 점장들의 일도 곧잘 도왔다. 그런데 본사직원과 점장이 없으면 다르게 행동했다.  
 
그러다가 CEO가 불시에 가게를 방문하면서 영철군의 불성실한 행동이 드러나게 됐다. 이유를 묻자 영철군은 시선을 피한 채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 그는 자신의 어떤 행동이 잘못됐으며 무엇이 문제인지 조차 분간하지 못했다. 가게 주인인 본사가 만족하면 그것으로 자기 할 일은 다한 것으로 착각하고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철군이 관심을 기울이고 만족시켜야 할 대상은 본사직원과 점장이 아니라 고객인데,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날 일류 CEO는 삼류 CEO에게 영철군에게 충고해야 할 조언을 설명했다. “아르바이트 학생이 할 일은 주인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만족을 주는 것이며, 고객에게 항상 친절하고 공손하게 질 좋은 커피를 제공해야 하며 단순한 만족이 아닌 매우 만족의 감동을 받으면 고객의 재방문율이 높아갈 것이고 주인과 본사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만족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서 한 관람객이 창업 홍보지를 읽고 있다. [연합뉴스]

매출장부 기록, 1년전 비교해 목표 상향 달성 유도

이는 아르바이트생(판매원)의 기본 태도에 해당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든 정신적 보상과 물질적 보상 없이는 주인정신을 지속적으로 갖고 일할 수 없다. 고객을 최전방에서 접하는 아르바이트생·점장·슈퍼바이져에게 담당 매장에 대한 주인정신을 심어줄 수 있는 보상기준을 책정하고 평가하는 방법이 매뉴얼에 포함되지 않아 시행착오가 발생했던 부분이었다.  
 
그래서 삼류 CEO는 일류 CEO의 조언에 따라 본사 직원들과 회의하며 바로 시스템 메뉴얼에 ‘프랜이알피(FranERP)’ 그룹웨어를 도입하고 매장에 전체에 공지 후 협업하기로 했다.
 
첫번째, 고객을 접하는 아르바이트생 채용 전 담당할 매장의 미스터리쇼퍼를 진행해 장단점과 개선사항을 제출하고, 채용 후 주인정신을 위한 보상체제로 ‘어제 보다 잘하기’(Best Yesterday)라고 불리는 장부를 사용한다. 이 장부는 정확히 1년 전 그날과 비교 할 수 있도록 매일매일 매출액을 기재하게 돼 있다. 이 장부를 사용해 매출액을 계속 높여감으로써 새로운 도전을 위한 자극제로 삼고 개선과 노력을 멈추게 할 수 없는 시스템 매뉴얼을 창안했다.  
 
이는 프랜차이즈 기업용 ERP로 작년 같은 월·주·요일의 시간당 매출액으로 근무 평가해 작년보다 매출이 높으면 시급이 올라가도록 설정했다. 이는 전체 매장·본사와 공유돼 실시간 협업으로 작업·수정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2021년 8월 첫째 주 월요일 오픈 조 07시부터 14시까지 매출 10만원이 2202년 8월 첫째 주 월요일 오픈 조 7시부터 14시까지 근무자인 영철군이 달성 해야 할 목표 매출이다. 실제로 영철군은 12만원의 매출을 올릴 시 작년보다 2만원의 매출을 더 올렸고 차액 2만원에 대한 보상으로 기존시급에서 1만원당 100원씩 시급이 올라간다. 이렇게 본인 열의에 따라 시급이 변하기 때문에 열정을 가지고 고객에게 매우만족 서비스를 드리고 일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주인정신으로 업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서울 시내의 한 패스트푸드 전문점 매장 모습. [연합뉴스]

프랜차이즈 사업은 상품판매 아닌 교육사업

두번째, 매장 점장들이 개선 노력을 영원히 멈출 수 없는 시스템 매뉴얼을 창안했다. 예전에는 목표기준이 총매출이었으나, 이제는 총매출-매출원가=매출이익에서 판관비를 제외한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해 원가·판관비·폐기율 등이 줄어들게 했다. 또한 평가기준에서 자연 상승율을 방지하기 위해 동년 전월 3개월의 평균영업이익보다 높아야 하고, 전년 동월영업이익보다 5% 높아야 하고, 전년 동월 후 3개월의 평균 영업이익보다 높을 시 보상이 주어지게 되었다. 다만 최근 2년간 코로나로 매출액에 악영향을 많이 받은 매장은 3년전 기준으로 했다.  
 
그리고 전체 매장 점장의 순위를 매기면서 다른 점장들과 비교해 성과를 상대적으로 측정함으로써 한번 달성하면 그 이후엔 편안해질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이 존재할 수 없도록 했다. 예를 들어 현재 2208월 영업이익 목표설정을 위해 동년 전월 3개월의 평균영업이익, 전년 동월 5% 이상 영업이익, 전년 동월 후 3개월 평균영업이익보다 높아야 한다.  
 
영업이익 달성뿐만 아니라 정신적 보상을 위해 혁신상·교육상·매일점검상·프로모션상·미스터리쇼퍼상·바리스타상·슈퍼바이져상등 매월 판매원·점장들에게 보상이 주어지며 고객 만족도를 조사해 보너스와 본사직원 승진에 연계시키고 매월 점수를 매년 합산해 최고득점자에게 미국 본사 답사 기회를 줘 정신적 보상과 물질적 보상이 함께 이루어지게 됐다.
 
세번째, 본사 직원들도 상대적 평가로 등급을 매기는 제도를 갖추게 됐다. 슈퍼바이져라면 누구든지 자신의 담당 점장들에게 최상위의 등급을 부여하고 싶겠지만, 등급 평가회에서 결정된 합계 점수와 비교해 이달의 슈퍼바이져가 선정된다. 바리스타 대회를 통해 모든 점원들의 실습평가로 경합을 벌여 직급별로 등급을 매기며 슈퍼바이져도 실습평가에 참여하게 된다.
 
이런 절차는 매우 까다롭게 끈질기며 불편한 일이고, 어는 점장도 자신이 속한 직속 상사인 슈퍼바이져에게만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해서 보상과 승진이 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점원 또한 슈퍼바이져를 평가를 받게 해 회사 전체의 부서 책임자들로 하여금 매장에서 절약 정신과 주인정신을 갖고 일하도록 만들었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결국 교육사업이다. CEO가 생각하는 비전인 최종소비자에게 단순만족이 아닌 매우만족을 드리고, 재방문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접하는 판매원들에게 비전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매뉴얼을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만들고 이를 시스템화하고 전사적자원관리(ERP) 그룹웨어를 구축해 교육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 필자는 23년 경력의 프랜차이즈 전문가다. 중앙대·연세대·평택대와 매일경제 등 학계와 언론계에서 CEO에게 프랜차이즈 창업·경영을 강의해 왔다. 현재 프랜차이즈ERP연구소와 프랜차이즈M&A거래소를 운영하면서 가맹 본사를 대상으로 ERP 구축, M&A 자문, 경영 컨설팅 등 프랜차이즈 사업 전반에 대한 맞춤형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창용 프랜차이즈ERP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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