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2차전지株 성장주 투자 적기 [이종우 증시 맥짚기]
고물가 잡히면 美 금리인상 3.5%에서 멈출 듯
박스권 갇히면 시장보단 종목 선택이 더 중요
주가 반등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대에서 8%대로 떨어진 게 주가를 끌어올린 역할을 했다. 이런 세세한 부분이 아니더라도 지금 주식시장은 일정 수준까지 올라갈 힘을 가지고 있다. 주가가 저점에 도달한 후 반등과 반락을 거듭하며 박스권을 만들었던 과거 사례에 비춰봤을 때 최소한 박스권 상단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주식시장은 상당 기간 2300 밑으로 떨어지지도 그렇다고 2600위로 올라가지도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박스권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서 최소한 연말까지는 이런 움직임이 이어질 거로 보인다.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하는 건 경제가 주가를 받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가 둔화를 넘어 침체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 상황이어서 경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기업 이익이 크게 늘기 어렵고, 주가도 매력적인 수준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몇 달 동안 주가를 끌어내렸던 금리가 안정 국면에 들어가 더는 시장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존재가 됐다는 사실이다.
금리 고점을 측정하는 방법이 여럿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게 물가와 성장률을 더한 만큼을 적정금리로 보는 건데, 현실과 잘 맞지 않는다. 그래서 자주 과거 금리 움직임을 통해 고점을 추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과거에 금리가 고점에 도달했을 때 기준금리가 시장금리와 비슷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두 금리가 비슷해지면 사람들이 금리가 높다고 느껴 추가 매수를 자제하기 때문에 금리가 더는 올라가지 않는다. 고점이 만들어진 이후에는 오랜 시간 옆으로 횡보했다.
미국 금리 인상은 기준금리가 3.5% 정도 되면 끝날 거로 예상된다. 고물가가 계속되지 않는 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3.5%보다 높일 이유가 없어서다. 현재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3% 밑에 있다. 이대로 가면 조만간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역전되게 된다. 금리가 고점에 도달했을 때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비슷했다는 경험칙이 작동할 때가 된 것이다.
기업이익 3년 이상 늘어난 사례 없어
이번 금리 상승은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 때문에 촉발됐지만, 시장 내적으로는 지나치게 낮았던 금리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힘도 작용했다. 시장금리가 3%를 넘으면, 금리가 더는 크게 오르거나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금리가 정상이 돼 앞으로 금리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주식시장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기업이익은 사정이 만만치 않다. 국내 상장기업의 이익이 3년 이상 계속 늘어난 사례가 없다. 이는 경기 확장 기간이 3년을 넘지 못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지난해 242조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했다. 242조원은 정부가 무상으로 가계에 예산을 지원하는 비정상과 금리를 최저점까지 내리는 비정상이 만나 만들어낸 수치다.
앞으로 몇 년간 242조원을 뛰어넘는 이익이 나오기 힘들다. 언제 다시 정부가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돈을 나눠주고, 이자를 거의 받지 않고 돈을 빌려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242조원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만들어진 수치인지 알 수 있다.
이익의 역할이 변할 가능성도 생각해 둬야 한다. 당분간 이익 증가분이 얼만큼인지를 나타내는 이익 모멘텀은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반면 이익의 절대 규모가 관심을 끌 거로 보인다. 이익의 절대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익은 주가가 이익보다 현저히 낮아졌을 때만 역할을 하게 된다. 이익의 역할이 주가를 적극적으로 끌어올리는 공격적인 형태보다 주가를 일정수준 밑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방어하는 형태로 바뀌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기업이익과 주가의 관계를 보면 이익이 최고점 밑에 있을 때는 이익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2018년이다. 2015년에 분기당 32조원이 영업이익이 발생했다. 직전 최고였던 2010년의 30조원보다 약간 많은 수치지만 주가가 오르지 않았다. 과거 최고이익과 현재 발생한 이익 사이에 차이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가가 이익 증가를 재료로 본격적으로 상승한 건 2016년 4분기부터다. 기업이익이 2010년보다 40% 이상 늘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 주가가 오랜 박스권을 뚫고 나왔다.
성장이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기업이익이 늘어나는 폭도 줄어든다. 경기 확장이 오래 계속되면 증가분이 쌓여서 영업이익이 242조원을 넘을 수 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삼성전자 비롯한 반도체 주가는 하락
종목 간 주가 움직임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주식의 주가가 하락했다. 미국 반도체 회사의 실적이 좋지 않을 거란 우려 때문이다. 반면 전기차, 2차전지, 태양광 등은 연일 상승을 계속해 바닥에서 20% 넘게 올랐다. 주식시장이 성장을 중시하는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미국 블룸버그는 2010년 수천 대에 불과했던 전 세계 전기차 판매가 2025년에 1000만대, 2030년에 2800만대, 2040년에는 56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추정했다. 2040년 판매되는 승용차의 57%, 전 세계 승용차의 30% 이상이 전기차가 될 거라는 전망이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가장 빨라서 2025년 승용차 판매의 19%를 전기차가 담당하고, EU와 미국은 같은 해에 14%와 11%가 될 거로 예상했다. 내연 자동차가 전기차로 본격 대체되는 시간이 머지않았다는 의미다.
전기차의 영향력이 이렇게 커지는 건 그동안 전기차 구매를 가로막았던 여러 장애물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주행거리가 내연기관 자동차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늘어났고, 정부 보조금과 유지 비용을 고려하면 가격도 일반 승용차와 큰 차이가 나게 됐다. 전기차 종류도 다양해졌다. 전기차 판매가 늘어 주변에서 전기차를 자주 접함에 따라 그동안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우려가 사라졌다.
배터리의 영향도 컸다. 전기차용 배터리 팩 가격이 2010년 1183달러에서 2021년에 132달러로 떨어졌다. 연평균 19%씩 가격이 하락한 건데, 이 추세대로라면 2024년에는 전기차와 내연 자동차의 가격이 비슷해질 가능성이 있다. 가격 하락과 반대로 배터리의 평균 에너지밀도는 매년 5~7%씩 늘고 있다. 18개월마다 반도체의 집적도가 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이 배터리에도 적용되고 있는 건데, 크기가 작지만 오래 쓸 수 있는 배터리가 나오면서 전기차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당분간 시장은 여러 형태의 성장을 찾아다닐 것이다. 주가가 박스권에 갇히면 성장주 외에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으로 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형주의 이익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아니어서 대형주가 시장을 끌고 가는 역할을 할 수 없다. 시장이 새로운 성장주를 찾으면 주가 상승을 이어나갈 수 있지만, 중간에 끊어지면 주가가 다시 한번 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시장보다 종목을 우선하는 전략을 짰으면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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