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비상’…美 찾는 정부 합동대표단…성과 전망은 '흐림'
우리 전기차 최대 1000만원 보조금 제외 대상
2024년에야 美서 직접 생산
민·관 협력한 대응 필요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전기차도 미국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될까. 정부 합동대표단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 시행에 대한 국내 자동차 업계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29일 미국을 긴급 방문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IRA는 북미지역에서 최종 조립하는 전기차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서명해 시행에 들어간다. 북미지역에서 인기몰이하는 아이오닉 5, EV6 등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모두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데 이 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보조금은 전기차 한 대당 최대 1000만원에 육박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미국 전기차들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판매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글로벌 공급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여기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들까지 타격을 받으면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우리 정부가 합동대표단을 꾸려 미국에 방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에 따르면 합동대표단에는 안성일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 기획재정부 손웅기 통상현안대책반장, 외교부 이미연 양자경제외교국장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29일부터 사흘간 미국 워싱턴 D.C.에 머물면서 무역대표부(USTR), 재무부, 상무부 등 미국 행정부 주요 기관과 의회를 방문할 예정이다. IRA 내용 중 전기차 보조금 제도에 대한 우리 측의 우려와 입장을 전달하고 보완 대책에 대한 협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IRA에 대해 우리 정부와 현대차그룹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3일 미국으로 떠났다. IRA에 대한 대처와 후속 조치 등 다방면에 대한 계획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지난 26일 외교부 청사에서 방한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만나 우려를 전달했다. 한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위반 소지가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 측의 우려가 해소되도록 구체적인 조치를 신속히 취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美 자국 기업 보호에 일자리↑, 바이든 지지율↑
현대차가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완공 시점을 2025년에서 2024년으로 앞당기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미국 전기차 업체들은 현대차와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하기까지 약 2년의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IRA가 자국 기업을 우선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가 표현된 법안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미국 정부는 이런 정책을 통해 자국 내 일자리 창출과 민심 잡기를 통한 중간선거 효과까지 노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로비 단체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를 인용해 올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 효과로 미국에 35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20일 보도했다. 2010년에 리쇼어링으로 늘어난 미국 내 일자리는 6000개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18만 개, 지난해에는 26만 개로 불어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겪은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효과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지지율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26일(현지시간) 기준 44%를 기록했다. 갤럽 조사에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이지만,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뒤집기엔 역부족”이라며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현대차뿐 아니라 다른 우리 기업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대응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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