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거래소 상반기 실적 “시원찮네”…NFT로 타개할 수 있을까
두나무·빗썸, 순이익 전년 동기 대비 88%·98% 폭락
‘사이펄리’ ‘내모월드’ 등 NFT 거래소로 수익 다각화 노력
8월 NFT 거래량, 1월 대비 10분의 1…시장 상황 녹록지 않아
올해 들어 암호화폐(가상시장) 시장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국내 주요 거래소들의 상반기 실적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대부분 거래소가 매출과 순이익이 60~80% 떨어지고, 크게는 98%나 하락한 곳도 있었다. 이에 일부 거래소들은 거래 수수료에만 의존하던 수익구조를 벗어나 대체불가능한토큰(NFT) 거래소를 신설하는 등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NFT 시장도 최근 거래량이 급감하는 등 부침을 겪고 있어 NFT 사업 타개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수익(매출)은 78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291억원보다 61.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5661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8709억원보다 69.7%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1728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4685억원 대비 88.2% 급감했다.
빗썸 역시 암호화폐 시장 침체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빗썸코리아의 올 상반기 매출은 204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6087억원보다 66.4%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74억원으로 전년 동기 6033억원보다 98.7%나 감소했다.
코인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코인원 2대 주주인 컴투스홀딩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코인원의 올 상반기 매출은 224억원, 당기순이익은 149억원으로 나타났다. 2021년 코인원 매출액은 1735억원, 당기순이익은 708억원이었다. 지난해 전체 실적을 절반으로 나눠 비교해도 부진한 성적이다.
코빗과 고팍스(스트리미)는 별도로 반기 실적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들 역시 실적에 타격을 입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들 암호화폐 거래소의 매출이 급감한 데엔 글로벌 유동성 축소에 따라 암호화폐 시장도 위축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코인 가격 급락에 투자심리가 식으면서 거래량도 급감했다. 당기순이익 감소에는 거래소가 보유 중인 암호화폐들이 시세하락으로 평가손실이 증가한 게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다수 코인의 값어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암호화폐 시장은 지난 5월 루나·테라 폭락 사태를 시작으로 암호화폐 헤지펀드 쓰리애로우캐피탈(3AC), 암호화폐 담보대출업체 셀시우스 등의 파산 소식이 이어지면서 ‘겨울(crypto winter)’을 맞이했다. 실제 대장 코인으로 불리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은 이날, 올해 초보다 각각 57.9%, 58.4%나 하락했다.
암호화폐 시장 내부 악재뿐 아니라 거시경제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일례로 미국 노동부가 6월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981년 11월 이후 최고치인 9.1%를 기록한 후, 인플레이션 우려로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보유한 코인들을 대량 매도하면서 시세가 급락하기도 했다.
NFT 거래소 개시한다지만…거래량 급감해 쉽지 않을 듯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거래소들이 NFT·메타버스 등 신사업으로 수입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두나무는 벌써 첫발을 뗐다. 두나무의 자회사 람다256은 지난 7월 말 NFT 거래소 ‘사이펄리(CYPHRLY)’를 론칭해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두나무는 이미 ‘업비트 NFT’를 운영 중이나 사이펄리의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이펄리는 세계 26개 클라우드 거점을 갖춘 아마존웹서비스(AWS)를 갖추기도 했다.
지난 25일에는 제일기획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제일기획은 사이펄리가 글로벌 NFT 거래소라는 점을 이용해 본사뿐만 아니라 해외법인과 자회사도 사업 제휴에 참여시킬 예정이다. 현재 제일기획은 해외 45개 국가에서 법인을 운영 중이며 9개의 해외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5월에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와 두나무는 ‘레벨스(Levvels)’라는 합작법인도 세웠다. 아티스트를 활용한 NFT 사업을 꾸린다는 계획이다. 레벨스는 우선 NFT 거래소를 설립하고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담은 NFT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빗썸의 자회사 빗썸메타도 NFT 거래소 ‘내모월드(Naemo world)’를 선보인다. 빗썸메타는 지난 2월 빗썸이 NFT와 메타버스 등 신규사업 진출을 위해 단독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LG CNS, CJ올리브네트웍스, 드림어스컴퍼니 등 여러 기업이 투자 및 협력하고 있다. LG CNS는 자사 블록체인 플랫폼 ‘모나체인’을 기반으로 NFT 거래소 플랫폼 개발을 진행 중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NFT 제작 솔루션을 담당할 예정이다.
다만 내모월드는 당초 이달 내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아직 론칭되지 않았다. 빗썸 관계자는 “시장 기대보다는 다소 늦어지곤 있지만 정식 오픈을 앞둔 건 맞다”고 말했다.
코빗의 경우 이미 지난해 국내 거래소 중 최초로 론칭한 ‘코빗 NFT’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다만 올 들어 NFT 시장의 거래량이나 가격 등이 하락하는 등 열기가 한풀 꺾인 상황이라는 점에서 NFT가 확실한 ‘캐시카우’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일부 거래소들은 아직 NFT 사업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코인원은 연초 차명훈 대표가 명품, 부동산 등 실물자산과 연계한 NFT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긴 했으나 현재까지 관련 사업 계획을 내놓고 있지 않다. 고팍스의 경우 지난 4월 론칭 예정이었던 NFT 거래소가 연내 출시로 계획이 변경됐다.
암호화폐 정보 플랫폼 더블록에 따르면 이달(30일까지) NFT 거래량은 5억5000만 달러로 지난 1년 동안 가장 저조한 수치를 보였다. 지난 1월 거래량이 56억3000만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한 관계자는 “이미 NFT 거래소를 운영 중인 업체들은 해당 부문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며 “최근 시장 침체도 맞물려 NFT 사업을 추진하려 했던 곳들이 진출 시점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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