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선물세트부터 스팸까지…‘추석선물 되팔기’ 불티
명절 기간 중고거래 플랫폼에 쏟아지는 선물세트 매물
尹대통령 선물세트 20만원대, 스팸 가격 시세표까지 등장
처치곤란 선물 팔아 수익화, 고물가에 생필품 저렴히 구매
“지금 회사 앞으로 바로 와주실 수 있는 분”
본격적인 추석 연휴 시즌이 시작되면서 중고거래 플랫폼에 스팸, 식용유, 건강기능식품 등 명절 선물 세트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회사에서 받은 선물 세트 부피가 커 집에 갖고 가기 번거롭거나 원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이들이 정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올리면 생활용품이나 식음료를 중고거래 앱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는 식으로 관련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명절기간 중고거래…‘선물세트·스팸’ 가장 많이 검색
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을 맞아 당근마켓과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추석선물세트’를 판매하고 이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당근마켓이 9월 3일과 4일 주말 이틀간 중고거래 홈 피드 검색어 순위를 확인해본 결과 ‘선물세트’가 4위에 올랐다.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이었던 9월 19일~22일에는 ‘선물세트’가 3위, ‘스팸’이 4위에 올랐다. 올해 설 연휴 기간이었던 1월 30일~2월 2일에도 ‘선물세트’가 검색어 순위에서 4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명절 기간 검색어 순위를 살펴보니 ‘선물’과 관련한 키워드가 눈에 띄었는데 올해 설과 추석 기간에도 인기 키워드가 비슷하게 나타났다”며 “중고물품 거래가 보편화되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당근마켓에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추석 선물세트’도 20만~30만원대 가격에 판매글이 올라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한 이용자는 “직접 사용하려고 했지만 도저히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라 버려질 것 같아서 필요하신 분이 가져갔으면 좋겠다”며 판매 이유를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추석을 맞아 각계 원로, 호국영웅과 유가족 및 사회적 배려계층 등 각계 인사 1만3000여명에게 각 지역의 특산물이 담긴 추석 선물세트와 메시지가 담긴 카드를 전달했다. 앞서 올해 초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설 선물세트’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17만~30만원에 거래됐던 바 있다.
중고나라에서도 추석과 설 연휴기간 이용자의 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연휴 시작 전주 내에 선물세트 관련 판매글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과 설 명절 연휴 기간을 앞두고 플랫폼 내 주요 검색에를 분석한 결과 ‘선물세트’, ‘스팸’, ‘홍삼’, ‘추석 또는 설’ 키워드가 급증했단 설명이다.
해당 기간 내 중고나라에 가장 많이 등록되는 상품 종류로는 햄, 건강, 식품, 육류, 생활용품, 오일 선물세트 순이었다. 중고나라에 등록되는 선물세트의 가격은 인터넷 최저가 대비 평균 약 20% 이상 최대 50% 이상 저렴했으며, 거래 방식은 직거래보다 택배 거래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에 중고나라는 지난 설에 이어 올해 추석에도 처치 곤란한 ‘스팸’ 선물을 중고나라 측이 직접 구매해 불우이웃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스팸대전’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중고나라가 직접 구매자가 되어 회원이 등록한 스팸을 직접 매입하는 식으로, 이벤트 기간 플랫폼 내 스팸 거래 가격을 매일 분석해 스팸 무게 단위와 스팸 선물 세트의 매입 시세를 공개하고 있다. 중고나라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600여명이 해당 이벤트에 참여했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스팸대전 이벤트는 명절 연휴 중고나라에서 가장 많이 등록되는 분야의 상품을 활용해 이용자의 손쉬운 중고거래 참여 기회와 판매 경험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라며 “이용자는 양식에 맞춰 상품을 중고나라에 등록하면 누구나 이벤트 참여가 가능해 처음 해보는 이용자도 쉽게 중고거래 경험을 해볼 수 있어 이용자들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필요없는 선물세트 팔아 수익화…“1인 가구 적극 거래”
명절 기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선물세트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빠르게 판매해 수익화시키는 중고거래 이용자와, 보존기간이 긴 제품을 저렴하게 사려는 1인 가구의 니즈가 서로 맞으면서 새로운 틈새 시장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물가에 생필품이나 식음료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란 시각도 있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스팸 선물세트의 경우 주로 자취를 하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다”며 “이 기간 정가의 50~60%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1인 가구가 적극적으로 거래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쭉 있었던 일”이라며 “고물가 시대에 맞춰 명절 선물세트 거래가 더 확대되고 더 주목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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