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가 국내 모바일 시장 장악한 이유가 ‘머니’? [원태영의 서대문 오락실]
돈 쓰는 ‘고래 유저’ 모으기엔 MMORPG 장르가 유리
4글로벌 시장에선 MMORPG 인기 하락…국내 시장만 갈라파고스화’ 우려
국내 게임시장은 현재 ‘모바일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거 PC 온라인게임으로 유명했던 게임사들도 모바일게임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앱스토어 등을 활용한 간편 결제와 더불어 이제는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한 스마트폰 덕분입니다.
그런데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는 특이한 점이 한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상위 매출 모바일게임 가운데 상당수가 MMORPG 장르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16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상위 매출 10위권을 살펴보면 10개 게임 가운데 8개 게임이 MMORPG 장르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매출이 높다고 해서 유저 숫자가 많은 것은 아닙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8월 기준(구글플레이+앱스토어+원스토어 합산) 월간 이용자 수(MAU)가 가장 높은 게임은 ‘포켓몬고’로 202만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8월 전체 매출 1위를 기록한 ‘리니지M’은 MAU 기준 50위권에도 들지 못했습니다.
사실 MAU 기준으로 게임의 흥행을 평가한다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도 정말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RPG, 퍼즐, FPS, 포커류, 레이싱류 등등. 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보통 매출 규모로 흥행 여부를 평가합니다. 아무리 게임을 잘 만들었어도 돈을 벌지 못한다면 게임의 수명이 급격히 짧아지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이용자도 많지 않은 MMORPG 장르 게임들이 매출 상위권을 차지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모바일게임 매출 구조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모바일게임에 직접적으로 돈을 쓰는 유저들은 많지 않습니다. 소수의 유저가 게임에 많은 돈을 쓰고, 게임사는 이를 통해 매출을 올리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모바일인덱스가 지난 2016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모바일게임 전체 이용자 중 결제 비율은 4.7%에 불과했습니다. 이 가운데 10만원 미만의 금액을 결제한 이용자가 75.38%로 가장 많았으며 11만원부터 49만원까지가 13.9%로 조사됐습니다. 아울러 50만원부터 99만원까지는 6.9%, 100만원부터 499만원까지는 2.9%, 500만원부터 999만원까지는 0.1%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00만원 이상의 과금 이용자도 0.09% 존재했습니다.
특히 100만원 이상 결제한 고과금 이용자는 전체 이용자의 0.15%, 결제 이용자의 3.2%에 불과했지만, 이들의 매출 기여도는 4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게임업계에서는 한달에 수백수천만원을 쓰는 유저들을 소위 ‘고래 유저’라고 부릅니다.
결국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래 유저들을 게임에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경쟁’과 ‘성장’을 강조하는 MMORPG는 고래 유저들을 끌어들이기 최적화된 게임입니다. MMORPG 특성상 다른 유저 또는 적대 세력과의 갈등이 계속해서 발생하게 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대방 보다 더 좋은 장비가 요구됩니다. 고래 유저들은 게임에 많은 과금을 하고 이를 통해 좋은 장비를 획득, 적대 세력을 격파하면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국내 게임사들은 모바일게임을 출시할 때 MMORPG 장르에 보다 집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하나 발생합니다. 모바일 MMORPG 장르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대만 등 일부 국가에서만 인기를 끄는 장르입니다. 북미·유럽 등에서는 돈을 써서 강해지는 ‘페이투윈’ 방식의 MMORPG 장르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습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MMORPG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모바일 시장이 ‘갈라파고스화’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개발 여력이 크지 않은 중소게임사들은 당장 국내 시장에서 통하는 모바일 MMORPG 장르에 보다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모바일게임 트렌드는 계속해서 변해왔고, 지난해부터 시작된 ‘확률형 아이템’ 관련 논란 등으로 인해 모바일 MMORPG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유저들도 점차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당장 돈이 되는 MMORPG 장르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원태영 기자 won7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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