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신세계, 영토 넓히는 롯데…누가 ‘동남아 왕’인가 [동남아로 뻗는 K유통②]
유통 맞수 ‘롯데·신세계’ 脫 중국…신흥 시장 집중
롯데, 베트남·인니에 집중...신동빈 주도 대규모 투자
신세계, 동남아 이어 美로 발길…“규제 없는 선진시장”
국내 ‘유통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의 상반된 글로벌 진출 전략이 눈길을 끈다. 두 회사는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에 따른 보복조치, 수년째 이어진 한한령(限韓令) 여파에 중국 시장 대신 동남아 네트워크를 정비해왔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대형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동남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한편, 신세계는 할인점 이마트를 앞세워 동남아와 동시에 미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동남아에서 적극적으로 영토를 넓혀가는 롯데와 동남아에서 미국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신세계의 전략이 대비된다.
신동빈 회장 주도 '대규모 투자'...'베트남·印尼' 집중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동시 추진하며 동남아 사업 확장에 앞장서고 있다. 베트남의 ‘투티엠 에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와 인도네시아 반텐 주의 ‘라인 프로젝트’가 동남아 랜드마크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되도록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포부다.
지난 2일 롯데는 베트남 독립기념일에 맟춰 에코 스마트시티 착공식을 진행했다.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는 베트남 호찌민시의 투티엠 지구 5만m2 부지에 코엑스의 1.5배인 연면적 약 68만m2의 지하 5층~지상 60층 규모의 쇼핑몰 등 상업 시설과 함께 오피스, 호텔, 레지던스, 시네마와 아파트로 구성된 대형 복합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는 롯데가 총사업비 9억달러를 투자한 대규모 사업이다. 특히 롯데가 1996년 식품 사업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이후 본격적인 동남아 사업 확장을 의미하는 대표 프로젝트다. 롯데는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를 단순한 복합단지가 아닌 최첨단 스마트 기술과 유통 노하우가 접목된 베트남 최초의 최고급 스마트단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롯데가 또 집중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 주요 거점은 바로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화학군을 중심으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자회사인 롯데케미칼타이탄과 합작해 인도네시아 반탄 주에 총 39억달러를 투자해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조성 사업인 '라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롯데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양대 동남아 사업 확장에 발맞춰 기반 인프라 구축에도 전념할 계획이다. 늘어난 사업을 대비해 물류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 롯데글로벌로직스가 베트남 남부 동나이성에 ‘통합 스마트 물류센터’를 구축한다. 이는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와 내년에 오픈할 예정인 ‘롯데몰 하노이’ 등 롯데타운을 형성하는 대형 프로젝트 후에 대응할 수 있는 물류 역량을 갖추기 위해 오는 2024년까지 완공이 목표다.
베트남 ‘통합 스마트 물류센터’는 베트남 현지의 신선·냉동식품 수요 증가에 따라 콜드체인 역량을 강화해 상온·냉장·냉동 보관 및 운송이 가능한 센터로 구축된다. 또 인도네시아 운송사업도 확대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인도네시아 행정 수도 이전 사업에 앞서 대규모 물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자카르타 권역의 운송망 구축과 EPC(설계, 조달, 시공) 물류 사업 등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롯데의 ‘동남아 공략’은 신동빈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은 지속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해외진출을 활발하게 추진해왔다. 특히 이머징 마켓(신흥 시장)인 동남아 국가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주문하고 있다.
롯데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외에도 미얀마, 인도, 파키스탄 등 신흥 시장을 지속적으로 개척해 글로벌 시장 확대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 이마트 앞세워…동남아·미국 시장 나란히 정조준
동남아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롯데에 맞서 신세계는 할인점 이마트를 앞세워 동남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이마트는 베트남과 몽골, 필리핀을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에 진출해있다. 이마트는 지난 2015년 베트남 호치민에 1호점을 출점한 이후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노브랜드 등 이마트 PB 상품 수출로 국내 중소기업 상품의 수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사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베트남 현지 파트너사 타코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지분 매각 후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 브랜딩을 유지하고 운영 노하우와 상품 공급 확대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몽골의 경우 지난 2016년 7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1호점을 오픈했고 지난 2017년 9월 2호점을 열었다. 이후 2년 뒤인 지난 2019년 9월 3호점을 오픈했다. 현지 기업인 알타이그룹의 스카이트레이딩(SKY Trading)과 협약을 맺고 브랜드, 점포 운영방법, 상품 등을 수출하고 로열티를 받는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필리핀은 프랜차이즈 형태로 노브랜드 전문점을 진출 및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019년 11월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노브랜드 전문점 1호점 오픈한데 이어 같은해 12월에도 연이어 마닐라 근교 '산 페드로' 지역에 2호점 개점했다. 현재는 13호점 운영(로빈슨그룹 운영, 프랜차이즈 형태)하고 있다.
동남아에 이어 미국으로 방향을 돌려 해외 사업 강화에 다시 한번 힘을 주고 있다. 미국이 중국이나 동남아에 비해 규제 리스크가 덜하고 구매력이 높은 선진시장이라고 판단에서다.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도심에 프리미엄 슈퍼마켓을 열고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바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역시 미국 사업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봐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며 “동남아 시장 역시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도 이마트가 진출했지만, 규제 없이 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역점을 두려고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제약 속에서도 지난해에만 3차례 미국 현지 출장에 나서며 사업을 점검해 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업계가 롯데와 신세계를 중심으로 사드 사태를 기점으로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췄다”라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중국에 이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신흥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고 있고 나아가 미국 시장 진출 기회도 엿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송현주 기자 shj100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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