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전기차, 휘청대는 부품사…정부‧업계 대응방안은?
자동차 부품사 절반은 미래차 전환 준비 부족
25%는 영업 적자에 허덕
정부 규제 완화…현대차 5조원 규모 상생 지원 예정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부품사들은 오히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국내 자동차 산업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월간 자동차 수출은 19만286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5% 늘었다. 주목할 점은 친환경차 판매량 증가다. 내수와 수출 모두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9.7%와 25.2%로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전기차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하이브리드 판매량을 제쳤다. 9월 전기차 판매량은 2만485대로 지난해보다 9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량 판매 대수는 1만9176대로 14.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기차가 하이브리드차 내수 실적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에도 부품사들의 어려움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이 개최한 ‘2022 추계 자동차부품산업 발전전략 세미나·부품산업대상 시상식’에서 많은 자동차 부품사들이 적자에 고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종근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은 자동차 부품사 28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부품기업들의 매출이 작년보다 일부 상승하는 등 경영환경에 개선세를 보였지만 1차 밴더의 24.8%, 2차 밴더의 22.4% 등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원자재비·물류비·인건비 등 비용증가, 매출·수익 감소, 미래차 전환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수소차 등 미래차 전환 대응에 대해 50%의 부품사들이 준비가 부족하거나 매우 뒤늦었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회장은 미래차 전환의 성공적인 방향으로 자체 기술력 보유, 새로운 기술 접목(소재·전기전자·소프트웨어) 변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고객다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부품사의 자체 노력만으로는 미래차 전환에 한계가 있다”며 “업계 스스로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경영혁신 등에 나서야 한다” 말했다.
정부‧업계 맞손…전기차 산업 규제완화, 부품사 지원
정부와 자동차 업계도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시장의 성장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자동차 산업전략 원탁회의’에서 ‘자동차 산업 글로벌 3강 전략’을 발표했다.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2021년 5% 수준에서 2030년 12%까지 높여 전동화 글로벌 톱티어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2026년까지 운영체제(OS), 무선 업데이트(OTA) 등 차량용 핵심 소프트웨어를 국산화하고 미래차 인력양성 사업을 확대 개편해 2030년까지 기업 수요 중심의 소프트웨어 융합 인력을 1만명 양성할 계획이다.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을 통해 자동차 업계의 투자도 끌어낼 방침이다. 부품기업 유형에 따라 ‘맞춤형 정책’ 수단을 지원한다. 내연기관차의 친환경화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한편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성능 고도화도 추진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에 민·관이 함께 대응해 전기차 세액공제 개편으로 인한 우리 업계 피해를 줄여나간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 법안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차 산업에 닥쳐온 파고를 넘어 도약할 수 있도록 민·관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라며 “업계와 지속 소통하며 세부 분야별 정책을 구체화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자동차 회사인 현대차그룹도 중소 부품 협력사에 5조원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상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오는 19일 협력사와의 상생 협력을 위한 지원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원금액은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악재가 겹친 와중에 내연기관차의 전동화 전환으로 고사 위기에 빠진 부품업체를 돕기 위해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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