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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임차인도 계약갱신요구권 사용 가능할까 [임상영 부동산 법률토크]

중소기업 법인에 대항력·우선변제권 인정…계약갱신요구권 행사 불가

 
 
서울시내 공인중개사무소에 붙은 부동산 매물 안내문. [연합뉴스]
 
개인이 다른 사람 소유의 아파트를 임차하면 가장 먼저 해당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주민등록을 마치고 거주함으로써 대항력을 갖추게 되고, 확정일자를 받으면 우선변제권이 생기며 임대차기간 만료가 다가오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를 확보하고 최소 4년의 임대차기간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개인이 아닌 법인(회사)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소속 직원의 숙소로 사용하기 위해 주거용 아파트를 임차했을 때 법인은 주민등록을 할 수 없으니 그 아파트에 거주하려는 소속 직원이 전입신고를 마친 후 확정일자를 받고 거주한다면 임차인인 법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하고 있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추고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요?
 
법인 입장에서는 직원 숙소를 2년마다 옮기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최소 4년의 거주 기간을 보장하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 아예 직원 숙소를 매수하는 것을 고민하게 됩니다.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가능 여부가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지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은 ‘임대차는 그 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다음 날부터 제3자에 대해 효력이 생긴다. 이 경우 전입신고를 한 때에 주민등록이 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조 제3항에서는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에 따른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법인이 소속 직원의 주거용으로 주택을 임차한 후 그 법인이 선정한 직원이 해당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쳤을 때에는 제1항을 준용한다. 임대차가 끝나기 전에 그 직원이 변경된 경우에는 그 법인이 선정한 새로운 직원이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친 다음 날부터 제3자에 대한 효력이 생긴다’고 합니다. 이는 법인은 주민등록을 마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같은 법 제3조의2 제2항에서는 법인과 임대인 사이의 임대차계약증서에 확정일자를 갖추면 임차주택에 대한 경매 또는 공매절차에서 후순위 권리자나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고 정함으로써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법인이라면 개인과 마찬가지로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추어 보증금을 보호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출 수 있는 중소기업이란 자산총액이 5000억원 미만이면서 업종별로 정해진 매출액 기준을 충족하는 등 법이 정하고 있는 여러 조건에 부합하는 기업으로 한정합니다(중소기업기본법 제2조, 동법 시행령 제3조).
 
이처럼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이라 할 수 있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법인에게도 인정하는 것을 보면, 다른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모든 내용을 법인에게도 적용해 법인 역시도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법인에게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이외에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포함한 어떠한 권리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주거용 건물의 임대차에 관하여 민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주거생활의 안정을 보장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자연인인 서민들의 주거생활의 안정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제정된 것이지 법인을 그 보호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확고한 입장이기도 합니다(대법원 1997. 7. 11. 선고 96다7236 판결). 아무래도 법인은 상대적으로 자금력 측면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에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특별히 개인 임차인만을 보호한다는 것이지요.
 
심지어 이러한 이유로 과거에는 법인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전세권 설정 등과 같이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지만, 임대인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데다 전입자가 주민등록만 마치면 되는 것에 비해 전세권 설정등기를 마치려면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등의 단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법인 임차인의 보증금 보호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에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한해서만이라도 이런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2013년도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여 2014. 1. 1.부터는 앞서 본 제3조 제3항과 제3조의2 제3항의 내용처럼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에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인정하게 된 것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범위를 개인에서 법인까지 확대했지만, 기본적으로 개인 임차인의 주거생활의 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경제적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을 제외하고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에 의한 중소기업에 한정했습니다. 적용 범위도 주택임대차보호법 전부가 아닌 제3조와 제3조의2 제3항에서 정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정도로 한정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인인 임차인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고, 만약 임차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소액보증금에 대한 최우선변제권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법인인 임차인에게도 거주 기간을 4년까지 보장해줄 필요성이 있고, 주택임대차보호법 전부를 법인에게 적용하게 되더라도 개인인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어떠한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어딘가 부당해 보이는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서 본 것처럼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제정 취지, 법 문언, 법원의 입장 등을 종합하면 현 상황에서 법인인 임차인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직원 숙소 등 어떠한 목적으로든 주거용 부동산을 임차하려는 법인으로서는 자신이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에 의한 중소기업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에 관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규정이 적용될 뿐 계약갱신요구권을 포함한 다른 내용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시고 계약을 준비하셔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필자는 법무법인 테오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건설 재경본부에서 건설·부동산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았으며 부산고등법 원(창원) 재판연구원, 법무법인 바른 소속 변호사로 일했다. 

임상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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