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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수준으로 회귀한 2022년 M&A 시장을 보며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2022년 글로벌 M&A 건수 2021년 대비 38%나 감소
올해 M&A 회복력 시험기간 될 것…M&A 이후 기업 간 조화가 중요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테슬라 주가 하락과 함께 여러 잡음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사진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트위터 본사 전경. [AP=연합뉴스]

[조원경 UNIST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2022년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 폭풍이 강타했다. 41년만의 높은 인플레이션, 급격한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가능성,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중국의 도시 봉쇄 등이 휘몰아쳤다. 그 결과 2022년 체결된 인수합병(M&A) 건수는 2021년 대비 38%나 감소했다. 이는 2001년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지난해 상반기 M&A 금액이 2조367억 달러(약 2643조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36%나 줄었을 때 그런 징조가 보였다. 당시 건수 기준으로는 2021년 상반기보다 26% 줄어든 2만3800건에 머물렀다.

지난해 하반기 인수 합병 물량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2022년 하반기로 갈수록 인수 합병을 위한 자금 조달 비용이 너무 높고, 저렴한 자금조달 환경이 종언했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건수 기준으로 2018년, 2019년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한 2020년 수준을 소폭 상회했다.

2021년 M&A 시장 규모 폭발적 증가

그나마 역사적 평균 수준이라니 다행이고, 2023년 시장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M&A는 기업이 새로운 시장과 제품군에 진출하고,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고, 새로운 역량을 구축하도록 지원해준다. 이로써 기업은 수익을 증대하고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

여전히 조심스러운 상황이지만 M&A 시장이 완전히 문을 닫은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돌이켜 보면 2021년 M&A 시장에서 거래 규모와 건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0년 집계이후 최대치로 새 역사를 썼다. 특히, 미국은 2021년에 2020년 대비 거래액과 거래량이 각각 88%, 27% 증가해 M&A가 가장 활발한 국가였다. 2021년에는 조 단위의 빅딜이 쏟아졌다.

우리나라에 있었던 랜드마크 딜을 보자. 우리나라 반도체 대표 기업인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한 것이 먼저 떠오른다. 조 단위 거래 뒤에 대형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의 굳건함이 존재했다. 특히 2021년 4/4분기 거래 건수와 규모가 급등하면서 전체 규모를 키웠다.

연말에 빅딜이 크게 집중되었다. 2022년과 2021년 현재까지 가장 활발한 분야는 기술(특히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서비스), 에너지(주로 석유와 가스), 의료(제약과 생명공학 주도)였다. 또 다른 활발했던 분야는 금융 서비스, 부동산, 인프라를 들 수 있다.

많은 영역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이 거래를 촉진했다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많은 회사들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끊고자, 사업을 러시아 현지 투자자들에게 매각하거나 다른 방식의 형태로 이전하려 했다. 러시아 기업들과 투자자들은 서구 국가들에 대한 투자를 종료하려 했다. 예를 들어, 소비에트 연방의 석유사업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제재 명단에 올랐고, 압박 끝에 3월 초 첼시 매각을 발표했다. 영국 내 자산이 동결되며, 첼시는 19년간의 로만 체제에 작별을 고하고 새 구단주 토드 볼리 주도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게 되었다. 2003년 1억4천만 파운드(약 2200억원)에 첼시를 인수한 러시아 신흥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19년 만에 구단을 떠나게 됐다.

M&A를 주도하는 미국과 2023년 전망

2022년 미국 M&A 시장은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액 면에서 글로벌 물량의 절반 수준을 차지했다. 영국도 평균 이상이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형 게임업체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인수하는 발표가 있었지만, 헬스케어 등 다른 산업에서 M&A가 활발히 진행되지 못했다. 유럽, 일본, 중국은 미국보다 감소폭이 훨씬 컸고 중국이 가장 많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에 최고치를 기록한 중국의 M&A 활동은 코로나 19 봉쇄의 재발로 침체되었다.

2015년 이전에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투자자들이 유럽 회사들에 대한 M&A를 적극 추진했다. 당시 역사상 유례없는 금융·경제 위기로 유럽에 큰 M&A 장터가 열렸다. 경제성장과 해외투자로 두둑한 현금을 확보한 중국 기업이 유럽 M&A 시장의 큰 손으로 나섰다. 유럽은 아시아 기업이 유럽 기업을 사는 이례적 현상인 ‘리버스(reverse) M&A’에 주목했다. 중국에서 이러한 현상은 ‘역 마르코폴로 현상’으로 회자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기술 및 노하우 확보, 시장점유율 확대, 브랜드 인지도 확보 순으로 대형 M&A를 중시했다.

2022년 우리나라에서도 재계 순위 상위권을 차지한 굵직한 기업이 잇따라 M&A 시장에 뛰어들었다. 2023년 새해에도 산업계의 지각변동에 대응하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기업의 움직임은 이어질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동박 소재 기업 일진머티리얼즈, 한국조선해양은 선박용 엔진 제조업체 STX중공업 인수를 각각 추진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지난해 시작돼 현재진행형이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본계약 체결로 마무리 단계다.

2022년 M&A에 뛰어든 기업 중에는 ‘승자의 저주’와 마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승자의 저주란 경쟁에서 이겼으나, 경쟁 과정에서 과도한 비용이나 대가를 치르는 바람에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리는 현상을 말한다. M&A업계에서는 인수 기업이 피인수 기업과 시너지 효과가 나기는커녕 유동성 위기와 재정난 등을 초래해 모기업이 휘청이는 상황을 일컫는다.

역사적으로 돌이켜보면 승자의 저주의 대표주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2000년대 중반 금호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잇달아 인수하며 재계 8위까지 순위가 뛰어올랐다. 그러나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룹이 동반 부실에 빠졌다. 대우건설 주가가 급락하면서 재무적 투자자(FI)에게 갚아야 할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인수 2년 반 만인 2009년 6월 대우건설을 다시 팔았다. 연이어 대한통운과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같은 핵심 회사를 모두 내다 팔았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중견기업 수준으로 전락한 상태다.

최근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M&A에 나서기보다는 공급망 안정이나 재무 상황 등 자사의 내부 과제를 챙기는 데 경영의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 시세가 내림세를 보이면서 기업 가치가 내려가고 주식 교환을 통한 기업 매각 움직임이 둔화됐다는 견해도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으며 자금조달이 급한 기업들이 증시 입성을 위해 스팩(SPAC)에 몰리고 있지만 스팩주를 향한 투자심리마저 악화됐다. 2022년 스팩 신규상장 건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스팩주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졌다.

앞으로 1년 동안의 거시 경제 상황은 M&A 시장의 회복력을 시험할 것 같다. 지정학적 긴장, 공급망 혼란,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과 관련된 나쁜 경제 뉴스는 M&A 열기를 약화시킬 것이다. 기업은 불경기의 불길한 위협을 감안해 수익이 비용 상승을 따라가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M&A와 투자에 보다 신중한 접근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높은 이자율은 거래 자금 조달을 더 비싸게 만든다. 기업의 현금 보유 경향이 인수 자금을 제한하고 있다.

이 와중에 메가 딜로 인식되는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테슬라 주가 하락과 함께 여러 잡음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테슬라의 생태계속에서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트위터가 어떤 시너지를 낼지 세상이 주목하고 있다. 싸게 사는 것 못지않게 M&A 이후의 기업 간 조화란 하모니가 매우 중요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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