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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컨트롤타워 기대한 업계, 기다림만 길어졌다 [신성장 4.0 전략 동상이몽⑤]

대선 공약에서 시작한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
복지부 장관 공석·위원회 축소에 추진 논의는 공회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바이오 헬스 산업을 국가의 핵심 전략으로 육성하겠다”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와 같은 성공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한다” “바이오 헬스 분야를 제2의 반도체로 성장시키겠다”

지난 한해 제약 바이오 업계를 들뜨게 했던 대통령실 안팎의 발언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제약 바이오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워내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쳤다. 기초 연구를 맡고 있는 학계뿐 아니라 산업계 관계자들도 윤 대통령의 산업 육성 계획에 기대감을 높였다. 새로운 정부의 바이오 헬스 산업을 지휘할 총괄 조직으로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가 설치된다는 소식은 이런 기대에 정점을 찍게 했다.

정부의 제약 바이오 산업 지원을 총괄할 조직 마련은 업계의 숙원 사업으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며 신약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의약품 주권이 중요해진 만큼 적절한 시기에 해결해야 할 숙제이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부처마다 지원 사업을 산발적으로 추진한다는 점도 업계가 ‘컨트롤타워’에 목마르게 했다. 기업들은 기술 연구와 임상 시험, 제품 허가, 의약품 수출 등 치료제나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단계마다 다른 부처와 소통해야 했다. 여러 부처가 각자 산업을 지원하다 보니 내용이 비슷한 사업도 있었고 이를 한눈에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정부 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는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제약산업육성·지원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개발(R&D)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산업 일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상황에서 모든 부처가 수월하게 손발을 맞추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로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대선 공약에는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를 국무총리 직속으로 설치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부처들의 칸막이를 없애 제약 바이오 산업을 일관되게 지원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는 윤 대통령의 당선 후 사실상 공수표가 됐다. 국무총리 인준이 늦어진 데다 보건복지부 장관도 오랜 기간 자리를 비우며 제약 바이오 산업을 총괄할 조직에 대한 논의는 자취를 감췄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된 후에도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추진 작업은 더디기만 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제약 바이오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관계 부처와 협의해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형식적인 입장만 내놨다. 정부가 허울뿐인 위원회들을 없애겠다고 밝힌 점도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가 만들어지는 데 걸림돌이 됐다. 모든 부처 내 위원회가 최대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도 규모가 축소되거나 설립이 무산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당장 총괄 조직 목마르지만…갈 길 먼 혁신위 설치

답보 상태였던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에 다시 불씨를 놓은 건 국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조속 설치방안’에 대해 질의하며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감사 이후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보건복지부의 제약산업육성·지원위원회를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로 이름을 바꾼 후 국무총리 산하 조직으로 격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바이오협회 등 국내 제약 바이오 산업 관련 기관들도 이번 특별법 개정안을 환영했다. 공동논평을 통해 “제약 강국들은 예산부터 정책까지 총괄 조직을 통해 산업 육성 정책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가 부처들의 칸막이와 중복 사업을 막고 연구개발, 규제개선, 인력양성 등 중장기 육성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기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다만 특별법 개정안은 현재 논의 일정조차 잡히지 않아 이른 시일 내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서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 일정이 잡히지 않아 법안 상정 절차도 밟지 못했다”며 “오는 2월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는 위원회를 새롭게 만든다기보다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던 제약산업육성ㆍ지원위원회를 국무총리 직속으로 격상하자는 것”이라며 “정부의 위원회를 정리하겠다는 기조와 어긋나는 법안은 아니”라고도 덧붙였다. 다른 국회 관계자는 “국무총리의 업무는 여러 부처의 갈등을 조정하고 화합하는 것”이라며 “체계나 기능 면에서도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가) 국무총리 산하로 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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