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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이 ‘신약 개발’이라고?…카카오·SKT·KT의 인공지능 활용법 [신약 단축키 AI]②

‘AI 기업’ 전환 나선 포털사·이통3사, 신약 개발 관심
AI 기술, 신약 R&D 리스크 낮추고 효율성 증대 기대
IT-제약·바이오 제휴 활발…AI 개발 플랫폼 구축 핵심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신약 개발 분야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고, 새로운 접근을 가능케 하는 AI 기술을 활용해 신약 개발 분야에서 성과를 올리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대내외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양대 포털 기업(네이버·카카오)과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지닌 기술력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 양상이다.

1조원 매출 기대, 성공률은 0.01%…대안은 AI

신약 개발은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 산업으로 분류된다. 혁신 신약(블록버스터 신약)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한 품목만으로도 1년에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 신약이 시판되기까진 평균 15년의 개발기간과 1조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된다. 그런데도 상용화 성공률은 0.01%에 그친다. 기업 입장에선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하지만,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사업적 부담을 느끼는 영역인 셈이다.

이 같은 리스크(위험)를 줄일 대안으로 AI가 떠오르고 있다. 신약 개발에 핵심인 ▶타깃 기전 분석 ▶후보물질 탐색 등에 AI 기술을 접목, 물질 효능 등을 예측하는 식으로 연구개발(R&D) 효율성을 높이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AI가 신약 개발에서도 각광을 받는 이유로는 빅데이터 처리 효율성이 꼽힌다.

최근 기술의 발전에 따라 AI 정확도가 향상되면서 실제 연구개발(R&D)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기업 실리코 메디슨(In Silico Medicine)은 자체 개발 AI 모델(이름 GENTRL)을 활용해 46일 만에 섬유종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해 냈다. 비용도 15만 달러(약 2억원)에 불과했다. 전통적인 개발 방식으로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해 내려면 통상 4~5년이 걸리고, 비용도 수백만 달러가 발생한다.

또 미국 기업 아톰와이즈(AtomWise)와 영국 기업 베네볼런트(Benevolent) 등도 AI 기술을 활용해 신약 후보 물질을 찾아낸 바 있다. 아톰와이즈는 AI 기술을 활용해 24시간 동안 7000종의 약물 재창출 데이터를 분석하고, 에볼라 치료제 후보 물질을 발굴한 성과를 냈다. 베네볼런트는 관절염 치료제 ‘바리시티닙’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을 AI를 통해 예측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인공지능 활용 신약 개발 시장은 2019년 4억7340만 달러(약 6700억원)에서 연평균 28.63% 성장, 2027년에는 35억4860만 달러(약 5조5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AI-제약·바이오 기업 간 ‘시너지 창출’ 핵심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은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갖추고,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노하우를 지녀야 사업적 성과 창출이 가능한 영역이다. 한 기업이 두 역량을 모두 갖추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이에 따라 기업 간 협업은 물론 핵심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투자해 시장 선점에 나서려는 사업적 접근이 활발하다.

국내에선 AI 핵심 기술을 꾸준히 확보해온 카카오·SK텔레콤·KT가 신약 개발 분야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기업은 AI를 자사 플랫폼 고도화에 사용하고, 다른 기업(B2B)에 디지털 전환 솔루션으로 제공할 정도로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편으로 평가받는다.

카카오가 택한 시장 접근법은 ‘투자’다. 카카오 AI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은 지난 2021년 갤럭스에 50억원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갤럭스는 AI을 활용한 신약 설계 플랫폼 스타트업으로, 단백질 모델링 분야의 핵심 기술을 보유했다. 이를 토대로 특정 질병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표적 신약에 적용이 가능한 AI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양사는 2022년 7월 ‘5년간 공동 연구 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협업의 폭을 넓혔다. 갤럭스의 단백질 설계 노하우에 카카오가 구축 중인 초거대 AI 기술 역량을 접목하는 게 핵심이다. 양사는 구체적으로 ▶항원-항체 결합 구조 및 결합력 예측 ▶항체 설계 ▶설계 기술의 실험적 검증 과정 등을 거쳐 ‘AI 기반의 항체 신약 설계 플랫폼’을 만들겠단 목표를 세웠다. 이 과정에서 유의미한 후보물질을 찾아내면 임상시험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오른쪽)와 석차옥 갤럭스 대표(왼쪽)가 공동 연구 계약 체결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브레인]

SK텔레콤은 유전체 분석 영역에 AI를 접목, 신약 개발 분야에서 성과를 내겠단 목표를 세웠다. 협력 기업으론 지니너스를 택했다. 양사는 AI를 활용해 인간 유전체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약 타깃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신약 타깃 검토는 후보 물질이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유전자·단백질을 살피는 과정으로, 신약 개발의 첫 단추에 해당한다.

SK텔레콤이 보유한 분야별 최적화 AI 기술(플랫폼 메타러너)을 통해 지니너스의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반 유전체 분석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다. 유전체 정밀 분석은 특히 암 진단·치료와 심근경색·치매 등에 활용성이 높은 기술로 꼽힌다. 양사는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 AI 알고리즘’을 구축해 맞춤 항암 표적 치료제 발굴 등의 영역에서 사업적 성과를 올리겠단 청사진을 그렸다.

KT 역시 다양한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자사 AI 역량을 신약 개발 분야에 접목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AI 신약 개발 기업 신테카바이오와 AI 고성능 슈퍼컴퓨팅 서버를 운용할 수 있는 ‘AI슈퍼컴센터’를 지난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착공은 지난해 5월시작했다. 슈퍼컴퓨터 인프라를 통해 합성신약 후보물질 발굴 플랫폼 ‘딥매처’ 등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KT는 또 한미약품과 손잡고 디지털 치료기기와 전자약 등을 개발하는 ‘디지털팜’에 합작 투자를 지난해 6월 단행하기도 했다. 디지털팜은 알코올과 니코틴 등 중독 증상에 쓰는 디지털 치료제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분야 전자약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KT는 이 같은 사업을 보다 확장하기 위해 지난해 초 바이오·디지털헬스케어 분야 경력 사원을 채용하는 등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AI 사업 영역에서 이들 기업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네이버·LG유플러스는 현재 뚜렷한 신약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 네이버는 지난 2018년 말께 대웅제약과 의료·보건 분야 빅데이터 합작벤처 ‘다나아데이터’를 설립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으나, 해당 플랫폼은 현재 자사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AI는 특화 개발이 중요한 영역인데, 우선순위가 기업마다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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