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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확장·BTS 부재’ 마주한 하이브, 위버스 구독 확대로 ‘난제’ 푼다 [돈 되는 아이돌]

스타-팬 거리 좁히는 ‘소통 플랫폼’서 기회 잡으려는 기업들
유니버스 품은 에스엠…버블 vs 위버스 ‘양강 구도’ 형성

아는 사람만 아는 아이돌, 관심 없는 사람에겐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아이돌. “나는 모르겠다”며 아이돌을 단순한 ‘문화적 현상’으로 치부하던 당신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아이돌을 중심으로 형성된 K-팝(POP)은 세계를 강타하며 이미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이돌 생태계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돈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셈이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인 아이돌은 최신 기술을 가장 먼저 입기도 합니다. 아이돌이 돈이 되는 비결, 쉽고 재미있게 짚겠습니다. [편집자]
포닝 소개 페이지. [출처 포닝]

[이코노미스트 송재민 기자] “00이는 오늘 뭐 했어? 난 연습 끝나고 잠시 쉬는 중. 저녁 메뉴 추천? 김치찌개 어때~?”

언뜻 보면 연인 혹은 친한 친구가 보낸 것 같은 메시지다. 그러나 이 대화의 주인공은 스타와 팬이다. “지금 창문 밖에 봐봐. 눈 온다. 짠! 내가 사진 보여줄게”와 같은 친근한 대화도 이어진다. 온라인을 통해 스타와 팬과의 물리·심리적 거리를 좁힌 ‘소통 플랫폼’이 도입된 후 바뀐 풍경이다.

유니버스 흡수한 디어유, 양강 구도로 전환된 ‘소통 플랫폼’

팬덤 플랫폼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핫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아이돌과 팬의 거리를 좁히는 매력이 ‘사업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 기업들이 늘고 있어서다.

팬덤 플랫폼은 현재 양강 구도를 그리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자사 플랫폼 ‘유니버스’를 에스엠(SM) 자회사 디어유에 양도하면서 이뤄진 변화다. 에스엠은 ‘버블’ 확장을 목적으로 이번 인수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하이브의 ‘위버스’와 에스엠의 ‘버블’의 경쟁 구도가 심화할 전망이다.

게임사 엔씨소프트는 유니버스를 2021년 1월 출시하며 팬덤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시장 진출 당시 게임을 개발·유통하며 쌓은 노하우를 통해 팬덤 플랫폼 영역에서도 사업적 성과를 내겠단 청사진을 그렸다.

유니버스는 서비스 시작 후 에스엠의 버블·하이브의 위버스와 직접 경쟁을 벌였다. 에스엠과 하이브는 아이돌을 직접 육성하며 팬덤 문화에 대해 깊은 이해를 쌓았고,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이에 따라 유니버스의 입지는 점차 좁아져 갔다. 유니버스 운영사 클렙은 2022년 3분기 영업손실 3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결국 유니버스 서비스를 출시 약 2년 만에 중단하기로 했다. 오는 2월 17일 모든 유료 상품 판매가 중단되고, 구독 서비스 환불 안내도 진행된다.

버블이 적자 전환환 유니버스를 인수한 배경으론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편의 서비스가 꼽힌다. 유니버스가 버블·위버스와의 경쟁에서 밀리긴 했지만, 엔씨소프트가 적용한 기술력만큼은 팬덤 플랫폼 확장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리란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유니버스는 다양한 편의 서비스를 강점으로 출시 100일 만에 월평균 이용자 수 330만명을 달성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디어유의 버블은 유니버스와 비슷한 ‘일대일 유료 메시지’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지녔다.

또 유니버스가 그간 구축한 지식재산권(IP) 역시 매력 요소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소통 플랫폼의 매력은 ‘얼마나 독점 콘텐츠를 많이 보유했느냐’에 달려있다”며 “독자적인 IP 확보는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디어유는 이번 인수로 유니버스가 보유하고 있던 IP 계약권을 다수 확보했다. 유니버스에서 활동하던 여자(아이들)·아이브·강다니엘 등 아티스트들의 활동 공간이 버블로 옮겨 갔다는 점만으로도 사업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버블은 유니버스를 품으면서 IP 수 점유율이 51%로 오르며, 위버스(26%) 대비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위버스 페이지. [사진 위버스]

양강 구도로 전환된 시장에서 버블과 위버스 모두 핵심 경쟁력으로 ‘소통’을 꼽았다. 두 서비스 모두 스타와 팬의 거리를 좁히는 기능을 지속 강화하고 있지만, 접근법에선 다소 차이를 보인다. 위버스는 팬카페에 가입해 게시글을 올리면 아티스트가 댓글을 달아주는 식으로 소통한다. 아티스트가 위버스에서만 볼 수 있는 사진들을 올리기도 한다.

버블은 이와 달리 채팅의 형태를 띤다. 팬들의 관점에서는 자신과 일 대 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일 대 다수로 대화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카카오톡과 비슷하게 버블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점이 특징이다.

‘BTS 부재·버블 추격’에 하이브 해답은?

하이브 입장에선 방탄소년단(BTS) 부재와 동시에 버블의 사업 확장이란 ‘난제’를 풀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BTS는 지난해 6월 단체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BTS 멤버 진의 입대 소식이 지난해 10월 나오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이미 하이브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회사가 이 같은 우려에 내놓은 해답은 ‘위버스 서비스 강화’다. 위버스에 구독모델을 도입, 플랫폼 수익성을 키워 이 같은 사업적 위기를 극복하겠단 취지다. 하이브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를 통해 “2023년 1분기 중 유료 구독 소통 서비스 모델을 위버스에 입점해 있는 여러 아티스트에게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이브는 산하 레이블 중 하나인 어도어의 신인 걸그룹 뉴진스(NewJeans)를 통해 지난해 12월 1일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뉴진스와 뉴진스의 팬덤 ‘버니즈’만 사용하는 플랫폼 ‘포닝’을 출시하며 사업 외연을 확장하는 중이다.

뉴진스 포닝의 경우 월간 구독료가 9900원이다. 이혜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향후 공개될 위버스 구독권의 가격이 이와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100만 구독수 달성 시 연간 1100억원의 매출과 475억원 규모의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봤다. 지난해 12월 리포트를 통해선 “위버스는 월평균 이용자 수(MAU) 700만명 규모의 거대 플랫폼이라 100만명 구독은 어렵지 않게 달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하이브 측은 “공식적으로 구독 수를 목표로 두고 있지는 않다”며 “가격 책정과 관련해서도 공식적으로 논의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위버스는 구독 서비스 확장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플랫폼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네이버 팬 플랫폼 ‘브이라이브’의 스트리밍 서비스와 통합한 바 있다. 커머스 플랫폼 ‘위버스샵’을 연동해 아티스트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식의 사업도 진행 중이다.

코어 팬층은 경쟁력과 직결된다. 팬과 아티스트 간의 소통을 강화해 강력한 팬덤이 생기면 유료 멤버십과 콘텐츠 및 굿즈 판매 등 매출로 이어진다. 앨범 판매나 콘서트 개최와 더불어 엔터테인먼트들이 플랫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기도 하다.

이러한 서비스 자체는 사실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 2G 폰 시절에도 스타와 문자를 주고받는 유료 서비스 ‘UFO 타운’이 운영된 바 있다. UFO 타운은 2007년도부터 2018년까지 운영됐던 프리미엄 팬레터 서비스다. 동방신기·보아·빅뱅·FT아일랜드 등 가수에게 문자 한 통당 300원가량의 금액을 지불하고 그룹별 고유 번호로 문자를 보내면 가수가 직접 답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팬덤을 대상으로 한 소통 서비스로 사업적 성과를 내려는 시도가 있었다”며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구독 서비스로 모습이 변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배송 등 구독 경제가 활황을 보이자, 팬덤 플랫폼 기반 유료 서비스도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18년 2월 서비스를 종료한 UFO 타운. [사진 UFO 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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