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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업은 ‘네이버·카카오’처럼…K-콘텐츠 인기, 매출로 온전히 담았다 [거침없는 K-콘텐츠]①

웹툰 종주국 이끈 네이버·카카오, 글로벌 시장서 활약
‘웹툰’ 단어도 한국서 탄생…OSMU로 가치 평가 상승
외산 OTT 의존한 영상과 달라…웹툰·웹소설 자체 공급

네이버웹툰이 2022년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어메이징’(Amazing) 페스티벌에 단독으로 부스를 열었다. 사진은 네이버웹툰 전시 부스에 관람객이 몰린 모습. [사진 네이버웹툰]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콘텐츠 사업은 네이버·카카오처럼.”

K-콘텐츠 열풍에 올라탄 네이버와 카카오가 해외 사업서 성과를 내자 업계에서 나오는 평가다. 네이버·카카오가 이끄는 K-웹툰과 K-웹소설 산업은 콘텐츠 인기가 유통 플랫폼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양사가 해외 시장에 진출한 방식을 국내 콘텐츠업계 전반에서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K-콘텐츠가 세계 시장을 강타하고 있지만, 영상·음악 분야는 성과가 기업 매출로 온전히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네이버·카카오의 성공 사례를 참고해 풀어야 한다는 견해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가 세계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영화·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의존하는 형태라 국내 사업자의 성장이 제한적으로 이뤄졌다”며 “이와 달리 웹툰·웹소설은 네이버·카카오가 직접 해외에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며 콘텐츠 인기가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OSMU로 활용도 높아진 K-웹툰·웹소설, 어떻게 성장했나

네이버·카카오가 해외 진출의 발판으로 삼은 웹툰·웹소설은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전략의 확산에 따라 사업적 가치가 더욱 높게 평가되고 있다. OSMU는 원작을 재가공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 전략을 말한다. 성공한 웹툰·웹소설 IP는 이미 검증을 마친 데다, 탄탄한 팬덤도 형성돼 사업적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네이버가 발굴한 웹툰 ‘스위트홈’과 카카오에서 연재된 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이하 나혼렙)이 대표적 사례다. 스위트홈은 드라마로 재탄생,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며 세계적 인기를 끌었다. 웹툰으로 탈바꿈한 나혼렙은 카카오의 글로벌 진출에 따라 세계에 뻗어갔고, 글로벌 누적 조회수가 142억회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나혼렙 IP를 활용한 애니메이션(일본 에이원픽쳐스 제작)과 게임(나혼렙:어라이즈·넷마블)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K-웹툰과 K-웹소설 IP를 활용해 탄생한 2·3차 창작물이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끈 사례는 두 손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2022년에만 ▶지금 우리 학교는(네이버웹툰) ▶사내맞선(카카오페이지 웹소설) ▶유미의 세포들 시즌2(네이버웹툰) 등 웹툰·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국내 드라마 19편이 나왔다.
네이버 플랫폼에서 연재된 웹툰·웹소설 IP 중 2022년 하반기 영상화가 확정된 라인업. [사진 네이버웹툰]

네이버·카카오의 원천 IP 발굴 능력은 하루아침에 쌓아지지 않았다. 다음웹툰(현 카카오웹툰)이 2003년 2월, 네이버웹툰이 2004년 6월에 각각 서비스를 시작하며 시장을 키워왔다. 웹툰이란 단어도 국내에서 만들어졌다. 대한민국이 웹툰 서비스를 세계 처음으로 대세화한 ‘종주국’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양사는 2010년대 중반 시선을 글로벌로 돌렸다. 네이버웹툰은 2014년, 다음웹툰은 2016년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다음웹툰은 2014년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때 함께 카카오로 소속을 옮긴 후, 2016년 다음웹툰컴퍼니(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스토리부문)로 분사했다. 카카오는 이후 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구 포도트리)와 음반 기획 등의 사업을 진행하던 카카오M을 합병, 지난 2021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소속이 바뀐 다음웹툰은 카카오웹툰으로 전면 개편됐다. 일본 시장의 경우 카카오픽코마가 서비스 웹툰 플랫폼 ‘픽코마’를 통해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 플랫폼은 2020년 7월부터 일본 만화 단일 플랫폼 중 거래액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1년 9월엔 프랑스에 ‘픽코마 유럽’을 설립하기도 했다.

2017년 분사한 네이버웹툰의 경우 미국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 산하에 지난 2020년 배치되면서 글로벌 확장의 전초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웹툰엔터테인먼트가 국내 시장은 물론 일본(라인디지털프론티어) 등을 총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K-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을 가속했고, 현재 K-웹툰에 10개의 언어를 입혀 100개 넘는 국가에 전파하고 있다. 이용자만 8500만명을 넘어섰고, 해외 비중은 80% 수준이다. 특히 외연 확장에 공을 들인 미국의 2022년 2분기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250만명에 달한다.

현지화 전략도 활발하다. 네이버는 왓패드(미국)·이북이니셔티브재팬(일본)를 인수하며 맞춤형 IP를 수급·유통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경우,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를 품으며 외연을 확장했다. 최고 시청률 26.9%를 기록, 2022년 드라마 최고 흥행작에 등극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원작 웹소설이 연재된 플랫폼이다. 카카오 역시 그간 인수한 타파스(웹툰)·래디쉬(웹소설)·우시아월드(웹소설) 플랫폼을 미국 법인 타파스엔터테인먼트가 아우르게 했다.

양사의 이 같은 글로벌 진출 전략은 플랫폼 실적 상향으로 이어졌다. 네이버의 경우 자사 매출을 ▶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클라우드 사업 부문별로 구분해 공개하고 있다. 콘텐츠 사업 부문은 웹툰·제페토·스노우(SNOW) 등의 실적이 포함된다. 네이버의 콘텐츠 부문 매출은 2020년 1분기 553억6500만원에서 지속 우상향해 2022년 3분기엔 3118억6700만원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전체 매출(5조9483억3600만원)에서 콘텐츠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3.9%로, 전년 동기 대비 4.9%포인트(P) 상승했다.

카카오의 경우 자사 매출을 ▶플랫폼 ▶콘텐츠로만 구분해 공개하고 있다. 콘텐츠 사업 부문엔 스토리(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픽코마 등)를 비롯해 게임(카카오게임 등)·뮤직(멜론 등)·미디어(카카오TV 등)가 포함된다. 카카오의 콘텐츠 사업 매출은 2020년 1분기 4265억5200만원에서 지속 성장해 2022년 3분기 8717억62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론 전체 매출(5조3327억1500만원)의 47.4%가 콘텐츠 사업 부문에서 나왔다.

세계 시장, 더 넓고 깊게 공략

카카오와 네이버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세계 시장에서의 사업 외연을 빠르게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카카오그룹 내 콘텐츠 사업 생태계를 이끄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2일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각각 약 6000억원씩 담당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하는 형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구축한 스토리·미디어·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에 걸친 가치사슬(밸류체인)이 투자 매력으로 작용했단 평가가 나온다. 각 사업의 자체적인 성과는 물론, 영역 간 시너지를 내는 독자적 IP 생태계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셈이다.
카카오그룹 내 콘텐츠 사업 생태계를 이끄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2일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번 투자 유치로 확보한 재원을 글로벌 사업 확장에 투입할 방침이다. 회사는 이 중에서도 특히 스토리 부문을 ‘선봉장’으로 꼽았다. 지금까지 다양한 사업적 시도로 마련한 약 10만명의 현지 창작자와의 협업을 통해 세계 엔터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방침이다. 또 성공적 웹소설 IP를 발굴해 웹툰화하는 ‘노블코믹스’(Novel-Comics)와 독자 유입 전략인 ‘삼다무’(3시간마다 무료) 등 자체적인 사업 모델의 성과도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고 봤다.

네이버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의 외연 확대를 강조하고 나섰다.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및 네이버웹툰 대표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네이버웹툰은 전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웹툰’ 생태계를 키워냈다. 이제 글로벌 최고 수준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간 이룬 세계 시장 개척 성과를 공유하며 “네이버웹툰은 이 분야 1위 사업자로, 다른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후발 주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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