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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숑 김학렬 소장 “지금은 무주택자가 집 사야 할 시기”[부동산 시장 긴급진단]③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 하락과 양상 달라…실수요자에겐 기회 될 것
아파트 투자는 매력 떨어져…한동안 이 상태 유지
정부, 대승적 정책 추진해야…미분양 막는 정책 필요

'빠숑'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이 지난 16일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자신만의 분석과 전망을 털어놨다.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부동산 시장. 그 가운데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 있다. 국내에서 가장 팬이 많은 대표 부동산 전문가지만, MBC ‘PD수첩’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며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는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는 ‘빠숑’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이다. 최근 주택경기가 본격 하락세에 들어선 뒤, 김 소장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명 ‘영끌(영혼까지 끌어다 대출 받아 주택을 장만했다는 뜻) 5적’에 꼽히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가 만난 김학렬 소장은 “‘영끌 5적’으로 뽑힌 기분이 어떠시냐”는 질문에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 같은 비난에 이미 익숙하다는 김 소장은 향후 부동산 시장에 대해 데이터 전문가로서 20년 넘게 쌓아 온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신만의 분석을 담담히 풀어냈다. 대체로 “2020년~2021년 동안 부동산이 비정상적인 폭등을 했고 지금은 정상을 되찾아가는 과정이므로 실수요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감당 가능한 수준의 주택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Q: 최근 ‘영끌 5적’ 중 한 사람으로 꼽혔다. 억울한 점이 있을 것 같은데?

A: 시장 전문가로서 유명해진 지가 10년이 넘었다. 매년 PD수첩에 비자발적으로 출연하고 있다. 과거 2018년 1월 마지막 주에도 나갔었는데 PD수첩에서 온라인 댓글 중 “대한민국 투기 적폐세력의 수괴”라고 한 걸 내보냈다. 저는 알려진 전문가이니 얼굴이나 목소리도 나가는 게 상관없는데 모자이크를 해서 왜 그렇게 범죄자처럼 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에 비하면 최근의 ‘영끌 5적’은 애칭에 불과하다. 5적에서 1등으로 뽑힌 사람이 삼성물산 출신의 요즘 가장 잘나가는 100만 유튜버 부읽남(부동산 읽어주는 남자, 정태익 더하이에듀 대표)이고 2등이 이상우 애널리스트, 3등이 나였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영끌 5적에 못 들어간 선배들에게 좀 열심히 하셔야 되는 거 아니냐고 놀리기도 한다. 영끌 5적이라는 설문도 블라인드라는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몇백 명 선택으로 결정된 것이어서 그냥 해프닝으로 생각하고 “부동산 시장에서 이 5명이 가장 유명한가보다”라고 생각했다. 아직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생갹해 주는 게 감사하다. 

Q: 요즘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분양 결과를 두고 말이 많다. 전문가로서 어떻게 보고 있나? 

A: 전 직장이 한국갤럽조사연구소였다. 2002년부터 그곳 연구원 생활을 하며 매년 적게는 50건, 많게는 100건씩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특정 입지에서 특정 아파트를 분양할 때 분양이 잘되는지 분석하는 일을 했다. 분양가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그리고 분양을 했을 때 초기계약률이 몇 퍼센트가 되고 얼마나 분양할 수 있는지도 여기 포함된다. 그래서 이쪽에 대해서는 스스로 정말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생각과 시장 반응은 다르다. 시장의 기준은 2020년이나 2021년이기 때문에 이번 분양 결과로 따지면 시장에선 현재 완전히 폭락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왜냐면 서울은 2021년에는 미분양이 단 한 채도 없었다. 내가 봤을 때는 말도 안 되는 공급가격에 나온 단지들인 데도 다 분양이 됐다. 

반면 그 전 시기, 그러니까 2017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서울에는 어떤 시기에도 미분양이 늘 있었다. 그리고 초기계약률이 낮았다. 서울 같은 입지는 대기수요가 많아서 싸게 분양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더라도 비싸게 분양을 해서 미분양이 늘 나왔다. 초기계약률은 낮았다가 준공되기 전까지 추가로 분양이 계속되며 ‘완판(완전판매)’이 되는 구조였다. 결국 둔촌주공도 지금 그 정도 분양률이면 일반적인 수준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건설사나 조합 입장에서는 분양이 굉장히 잘 된 것이다. 몇 년 동안 분양가가 올랐기 때문에 둔촌주공은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을 받았다. 계약률이 100%가 안 나오더라도 일단 지금 받은 계약금으로 건설비나 대출받은 금액 일부를 상환하면 되고 입주까지 2년이 채 안 남아서 중도금도 순차적으로 빨리 받을 수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이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Q: 실수요자 입장에선 이렇게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매수할 때 집값이 더 떨어지지는 않을까 우려가 될 텐데?

A: 실수요자에겐 항상 두 가지 걱정이 있다. 시세가 올라갈 때는 나만 소유하지 못할까봐 겁을 내고 시세가 하락할 때는 여기서 더 빠질까봐 걱정을 한다. 이 걱정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사는 거다. 물론 여기서 가격이 더 빠질 수는 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에서 매년 실시한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아파트를 자가 목적으로 샀을 때 거주하는 기간이 평균 10.7년이다. 결국 11년 정도 살고 집을 판다는 건데 그럼 당장 1년 동안 등락이 무슨 소용이 있나.

이에 대해 항상 반문이 나오니 사례로 자주 등장하는 은마아파트 시세 변화를 보겠다. 은마가 2007년 제일 고점일 때 14억원까지 갔다가 2012년 저점에서 8억원까지 내려갔다. 그러니 폭락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은마아파트 같은 강남 주택도 떨어지지 않느냐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를 말하자면 현 시점 은마 시세는 27억원이다. 사실 14억원에 샀든 8억원에 샀든 은마아파트는 학군이 좋은 입지에 재건축이 가능한 상품이라 구축 자체로서도 시세가 오르고 땅값이 오른다. 게다가 삼성동 개발로 일자리도 느는 등 호재가 많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금액의 차이일 뿐 돈을 버는 것은 마찬가지다. 

무주택자들은 자꾸 저점을 잡으려고 하는데 저점은 아무리 고수여도 맞추지 못한다. 그냥 앞으로 전망이 좋은 상품이라고 하면 적정한 시기에 본인 경제력을 충분히 활용해서 가장 좋은 주택을 사는 것이 방법이다. 말도 안 되는 대출을 받으라는 게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활용해서 제일 좋은 상품을 사면 그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Q: 20년 넘는 기간 동안 하락기를 경험해봤을 것 같다. 지금 부동산 하락이 예전 하락기와 다른 점이 있다고 보나?

A: 과거와 똑같은 형태로 가지는 않을 것 같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말 그대로 우리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집값이 그냥 빠졌다가 확 올라가는 식이었다. 오히려 지금 시기는 2007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온 다음과 비교할 수 있는데 그때와 지금도 상당히 다르다. 그때는 정말 거품이었고 ‘묻지마 투기’를 하는 투자자들이 “한도 끝도 없이 오른다”는 생각에 인천 재개발 빌라 같은 물건을 사들여서 망한 경우가 많았다. 당시 주변에 전문가처럼 활동하던 사람들이 하나도 안 남았다. 

지금은 젊은 층이 부동산 시장에 진입해서 연구를 많이 했고 매수를 하더라도 한 채에 그치는 수준이다. 한 채는 실거주를 하거나 감당이 안 되면 팔면 되기 때문에 정말 ‘영끌’해서 망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결국 2009년도 전후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지금 문제는 2020년도와 2021년도 사이 1~2년 동안 너무 많이 올랐다는 점이다. 선진국은 상승 그래프가 올라가다 어느 순간 완만해지는데 우리는 이미 높아진 가격에서도 또 올라갔다. 특히 2021년은 어김없이 전국이 다 오르는 말도 안 되는 시장이었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다 오르는 시장이 없었다. 2007년도에 서울 경기도가 고점을 찍는 사이 대구 같은 지방은 미분양이 쌓였다. 그런데 2021년에는 모든 지역에서 가격이 올랐고 그 과정에서 고평가됐던 부동산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것들이 조정되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 본다.

현재 분양시장을 보면 가장 중요한 미분양 원인은 비싸기 때문이다. 둔촌주공을 예로 들면 둔촌주공 다음 주에 분양했던 ‘강동 헤리티지 자이’는 한 번에 ‘완판’됐다. 둔촌주공보다 4억원 저렴하니 바로 다 팔렸다. 지금 같이 어려운 시기에도 싸면 다 팔린다. 공공택지라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세종시도 시세보다 절반 가격에 분양하니 미분양이 하나도 없다. 지금 문제가 되는 지방 미분양은 땅값이 오르니 원가가 같이 올라서 5억원 정도 해야 적절한 분양가가 7억원에 나오니 문제가 생긴 셈이다. 이런 곳은 결국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가격대까지 내려올 것이다. 

2002년 한국갤럽에 입사해 연구원 생활을 시작한 김학렬 소장은 부동산 입지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김 소장이 서울시 지도를 들어보이고 있다. [신인섭 기자]

Q: 그렇다면 실수요자들은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

A: 지금 하락장이라고 하는데도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나 반포자이 같은 지역 내 인기 아파트대형 타입은 거래가 거의 일어나지 않으면서도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동시에 같은 단지 중소형 타입은 전고점 대비 낮게 거래돼 한 지역에서도 하락거래와 상승거래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물론 2021년에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이 중에서도 상급 입지로 가기 위해 싸게 급매로 내놓은 것들이 거래되면서 하락하는 지역과 투자수요가 많이 진입해서 투자자들이 물건을 막 던지는 지역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 

그중 급매물만이 가격조정을 일으키는 지역에서 급매물이 나오면 잡아야 한다. 작년과 올해 가장 많이 조정됐던 지역이 대구와 세종인데, 대구 대장 지역인 수성구 같은 곳은 그 동안 가고 싶어도 비싸서 못 갔던 수요자들이 실거주 목적으로 사기에는 좋은 타이밍일 수 있다. 즉 지금은 좋은 입지, 좋은 상품으로 갈아타기 좋은 시기라고 볼 수 있고 무주택자들은 지금 청약 경쟁률이 낮아 분양 아파트도 골라 갈 수 있는 시기다. 

Q: 투자자들에게는 재미있는 시장이 아닐 것 같다. 

A: 지금 투자자 입장에서 아파트 투자는 재미가 없다. 세금도 높고 갭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소액이 아니라 지금처럼 몇억 단위가 들어가는 시기에는 투자 매력이 없다. 오히려 무주택자들이 들어가야 하는 시기다. 하지만 20년 동안 시장을 지켜본 결과 1주택이나 무주택자들이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없었다. 그들은 항상 상승기 중후반 이후에 들어온다. 따라서 정부에서 시장을 활성화시키려면 투자자들이 거래에 나서도록 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규제가 많이 완화됐다고 하더라도 1주택자에 대해 완화된 것이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100개 중 10개 풀린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한동안은 이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

Q: 투기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규제완화를 비판하는 의견도 많다.

A: 어느 당이 정권을 잡든 정부가 원하는 것은 ‘시장 안정화’다. 정부로써는 시세가 너무 오르거나 빠지면 안되고, 거래가 정상적으로 유지돼 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 등을 적정한 수준으로 걷는 것이 제일 좋다. 그런데 지금처럼 거래가 안 되면 국세인 양도세나 지방세인 취득세 양쪽에서 들어올 돈이 없다. 

또 미분양이 계속되면 건설사가 부도 나면서 아파트 신축 현장에 연관된 협력업체들은 물론 건설업과 연계된 전자, 전기, 인테리어 인력들이 모두 어려운 상황에 빠진다. 전문가 입장에서 말을 하면 미분양이 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은 특정 기업체를 밀어주기 위해서라기보다 지역 경기, 더 나아가서는 대한민국 경제 전체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

다주택자에 대해서도 욕하는 여론이 존재하지만 다주택자가 없다면 전월세는 누가 공급할 것인가. 공공이 공급하는 임대는 전체의 10% 정도뿐이고 90%를 민간이 공급하고 있다. 선진국 어느 나라든 임대시장이 있고 자가시장이 있으며 양쪽을 다 키워야 한다. 정부에선 어떤 경우에서든 다주택자들을 비난하면 안 되고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소득을 적정한 수준으로 회수하고 공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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