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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서 맞붙은 네이버·카카오의 플랫폼 경쟁…IP 확보 ‘핵심’

[SM 경영권 대전]④
웹툰·웹소설 이어 K-팝도 ‘콘텐츠 대전’
SM 경영권 향방에 팬 플랫폼 ‘지각변동’

네이버웹툰이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등장하는 하이브 오리지널 스토리 ‘세븐 페이츠: 착호’(7FATES: CHAKHO)의 대형 옥외광고를 설치한 모습. [사진 네이버웹툰]

[이코노미스트 송재민 기자] 에스엠엔터테인먼트(에스엠·SM) 에서 벌어지는 경영권 대전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는 ‘플랫폼 기업’의 확장이다. 업계 일각에선 국내 양대 포털 기업 네이버·카카오의 콘텐츠 확대 전략이 SM에서 충돌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플랫폼 사업의 핵심은 ‘무엇을 서비스하느냐’에 달려있다. 자사 서비스의 매력을 높여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게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으로 꼽히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사 서비스에 ‘콘텐츠’를 올리며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체적으로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구축하고 글로벌 사업 저변을 넓히고 있다. 이를 K-팝(POP)으로 대변되는 엔터테인먼트(이하 엔터) 산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SM 인수 분쟁이 불거졌단 시각이 나온다.

네이버는 이미 하이브와 동맹 체제를 구축했다. 자사 플랫폼에 하이브 아티스트의 지식재산권(IP)을 유통해 사업적 성과를 올리려 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에 대응해 SM의 지분을 인수, 2대 주주로 등극하며 엔터 IP 확장을 노렸다. ‘네이버-하이브’와 ‘카카오-SM’ 구도를 형성해 각 사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본격적 경쟁 체제가 구축되는 듯했다.

이 과정에서 하이브가 SM 창업자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인수하며 상황이 복잡해졌다. 하이브가 SM의 1대 주주로 등장하면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 셈이다.

양대 플랫폼 기반 동맹체, SM서 충돌

콘텐츠를 기반으로 자사 플랫폼 확장에 나선 네이버·카카오 입장에선 SM 아티스트의 IP는 ‘확실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원천 IP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느냐에 따라 플랫폼의 성패가 갈린다. 엑소·NCT·에스파 등 인기 IP와 글로벌 팬덤을 확보한 SM은 플랫폼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다. 

양사가 자사 플랫폼에 엔터 콘텐츠를 올리려는 시도는 2010년대 중반부터 계속됐다. 네이버는 2017년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에 1000억원을 투자, 2대 주주에 올랐다. 이후 음원 플랫폼 바이브를 출시하고 엔터 IP를 활용해 가입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카카오 역시 플랫폼 ‘멜론’ 운영사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시작으로 엔터 사업 저변을 넓혀왔다. 안테나·매니지먼트 숲 등 연예 기획사와 스타쉽·크래커 등 음악 레이블사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회사로 편입하며 자체적인 역량을 키웠다.

현재 엔터 플랫폼 시장은 지분 교환·자회사 설립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얽히고설킨 구도가 됐다. 크게 ‘네이버·하이브·YG·CJ ENM’ 동맹 체제가 엔터 플랫폼 시장을 주도하고, 이에 대응해 ‘SM·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SK브로드밴드’가 사업을 키워가는 구조다.

네이버와 하이브의 동맹은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됐다. 네이버는 하이브에 자사 팬 플랫폼 브이라이브를 영업 양도하고, 하이브의 팬 플랫폼을 담당하는 위버스 컴퍼니 지분의 49.0%를 취득했다. 네이버는 하이브 소속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엔하이픈을 주인공으로 한 웹툰을 공개하는 등 엔터 IP와 플랫폼의 결합을 통한 파급력을 보이며 동맹을 공고히 했다.

네이버는 YG의 3대 주주이기도 하다. YG는 자사 팬 플랫폼 없이 네이버의 브이라이브를 사용하다 위버스와 브이라이브가 통합되자 자사 아티스트들을 위버스에 입점시키며 본격적으로 하이브 진영에 들어섰다. YG 소속 아티스트들의 오프라인 앨범 및 굿즈 판매를 담당하는 YG플러스의 2·3대 주주 역시 위버스컴퍼니와 하이브다. SM의 인수전 참여 후보로 언급되던 CJ는 지난 2020년 CJ ENM·스튜디오 드래곤·CJ대한통운 등 CJ 그룹 3개 계열사와 총 6000억 규모의 지분을 네이버와 교환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내 벌어지고 있는 경영권 대전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로 ‘플랫폼 기업’의 확장이 꼽힌다. 사진은 SM 로고. [사진 에스엠]

대형 엔터사들과 먼저 손을 잡고 글로벌 성장을 타진한 네이버의 행보는 카카오에 위기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카카오가 비교적 대형 플랫폼 기업과 인연이 적은 SM 인수에 나선 배경으로 꼽히는 이유다.

카카오는 네이버의 사업 확장에 대응해 ‘SM·JYP·SK브로드밴드’ 동맹을 주목했다. 3사의 협업은 JYP가 SM의 팬 플랫폼을 운영하는 계열사 디어유의 지분 18.9%를 확보하면서 시작됐다. JYP는 현재 디어유의 2대 주주다. 또 SK브로드밴드 자회사 미디어에스의 엔터테인먼트 채널인 ‘채널S’도 SM의 자회사 SM C&C로부터 콘텐츠를 제공받으면서 ‘거대 플랫폼’을 제외한 협업체제가 구축됐다.

카카오가 ‘SM·JYP·SK브로드밴드’ 동맹에 참여하기 위해 SM의 지분 9.05%를 인수했단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채널S는 2021년 4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사업 파트너십을 맺고 카카오TV에서 인기를 끈 오리지널 콘텐츠를 독점 방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카카오가 ‘네이버 대응 체제’를 만드는 데 SM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SM 인수 나선 하이브에 복잡해진 수 싸움…팬 플랫폼 변화 불가피

SM 경영권 대전의 결과에 따라 팬 플랫폼 판도 역시 바뀔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가 SM을 인수하면 팬 플랫폼 시장도 하이브와 네이버가 운영하는 ‘위버스’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위버스와 SM 자회사 디어유가 운영하는 ‘버블’은 팬덤 플랫폼에서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디어유는 올해 NC소프트가 운영하던 팬 플랫폼 ‘유니버스’를 인수하며 유니버스에서 활동하던 카카오엔터 산하 아티스트들의 IP 계약권을 다수 확보한 바 있다. 하이브가 버블까지 삼키게 되면 카카오는 팬 플랫폼 분야에서 지분이 없는 상태가 된다. 

하이브가 SM을 인수하면 팬 플랫폼 시장도 하이브와 네이버가 운영하는 ‘위버스’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위버스와 SM 자회사 디어유가 운영하는 ‘버블’은 팬덤 플랫폼에서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사진 위버스]

상황이 이렇자 카카오는 SM과 손을 잡고 팬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SM은 최근 하이브·네이버의 위버스에 대응해 SM이 직접 운영하는 통합 팬 플랫폼을 구축하겠단 전략을 발표했다. 팬 소통 플랫폼 ‘버블’을 넘어 커뮤니티·콘텐츠·커머스·온라인 콘서트 기능을 모두 탑재한 통합 플랫폼을 개발하겠단 계획이다. 그러나 위버스와 디어유가 통합되면 팬 플랫폼 시장은 하이브가 독식하게 된다.

엔터 플랫폼 시장을 뒤흔들 SM 경영권의 향방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카카오를 상대로 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에 달려있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카카오의 SM 지분 인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업계에선 가처분 결과가 카카오의 SM 신주 발행 대금 지급일임과 동시에 하이브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취득하는 날인 3월 6일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처분이 기각되면 카카오는 지분 추가 매수에 나서며 하이브와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이브에 대항하기 위해선 4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카카오의 우호 지분인 국민연금과 KB자산운용의 지분은 약 23%로 카카오의 지분 9.05%와 더해도 하이브의 지분율에 미치지 못한다. 카카오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 투자청으로부터 약 1조2000억원의 역대 최대 규모 투자를 유치했기에 지분 확보를 위한 실탄 자체는 충분하단 의견이 대부분이다.

카카오가 지분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카카오가 경영권을 가지지 못할 경우 네이버와 하이브 동맹 아래에 카카오가 들어가는 모양새가 된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가처분이 기각될 경우 카카오 입장에서는 약 2000억원을 지출해 얻은 9.0%의 SM 지분이 계륵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카카오는 SM 대신 다른 매물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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