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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줏값 인상 없다는데”...왜 식당가에 ‘7000원’ 소주가 등장하나 [이코노Y]

일부 식당가, 소주 판매 가격 6000~7000원으로 책정
주류기업 제품 출고가 인상 없지만...식당 운영비 상승 영향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 없어”

서울 서소문동 한 횟집의 메뉴판. 이곳에서는 소주가 7000원, 맥주가 8000원에 판매된다. [사진 독자 제공]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직장인 김 모씨는 지난 27일 서울 서소문동에 위치한 한 횟집에서 소주와 맥주를 시키려다 가격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 메뉴판에 적혀있는 소주 가격은 7000원, 맥주는 8000원으로 소주와 맥주를 타먹는 일명 ‘소맥’을 마시려면 1만5000원을 지불해야하는데 가격이 부담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소주 6000원 시대가 온다는 내용의 기사는 읽었지만 실제 식당에서 7000원 소주를 보니 당황스러웠다”며 “이제 직장동료들과 식당에서 술을 마시는 형태의 회식은 어려울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민의 술’로 통하던 소주가 이제는 식당에서 마시기 부담스러운 술로 여겨지고 있다. 360mL 소주 한 병당 4000~5000원에 판매하던 식당가 소주가 올해는 제품 가격 인상 우려로, 6000~7000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강남 일대와 광화문, 시청 등 직장인으로 붐비는 일부 식당가에서는 이미 병당 6000~7000원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제조사에서 소주 출고가를 올리게 되면 제조사에서 도매상을 거쳐 소매점으로 이어지는 유통구조상 소주를 판매하는 식당가는 나비효과처럼 가격을 부풀리는 게 관행처럼 자리잡았다. 제조사는 제품 가격을 미미하게 올리는데도 단계를 거칠때마다 가격이 부풀려지면서 식당가에선 500~1000원 단위로 크게 판매가가 뛰는 것이다. 

이런 구조의 전제조건은 제조사의 소주 출고가 인상이다. 제조사의 출고가 인상이 없을 때는 이전과 같은 가격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판매 가격이 오를 필요가 없는 셈이다. 

현재 국내 대표적인 소주기업인 하이트진로를 비롯해 롯데칠성음료는 올해에는 아직까지 소주 출고가를 올리지 않았다. 지난 27일 하이트진로는 “당사는 당분간 소주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가격 인상 요인은 존재하고 있으나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다. 롯데칠성 역시 “출고가 인상과 관련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없다"라며 가격 인상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가격에 민감한 ‘음식값’ 대신 ‘주류값’ 올릴 것 선택 

한 식당가에서 소주를 6000원에 판매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소주 출고가가 그대로인데도 불구하고, 일부 식당가들은 왜 판매 가격을 앞다퉈 올리는 걸까. 소줏값 상승에는 최근 이어온 물가 상승세로 인건비, 소주 제품 보관비 등 운영 비용이 전반적으로 오른 것이 소주 판매 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당산동에서 고깃집을 운영 중인 이모씨는 “가스비부터 전기세까지 식당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모든 비용이 다 오른 상황에 판매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 음식값은 손님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주류 가격을 올리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소줏값을 올린 식당가 마음도 편치만은 않다. 높은 가격에 주류 매출이 떨어질 것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식당가 주인 김모씨는 “주류를 시켰다가 가격을 보고 취소하는 손님들도 많다"며 “판매 가격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올렸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손님이 오히려 줄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상황에 정부도 고심이 크다. 오는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은 L당 기존 855.2원에서 30.5원 오른 885.7원으로 오르고, 막걸리와 같은 탁주는 L당 기존 42.9원에서 1.5원이 올라 44.4원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정부의 세금 인상으로 ‘주류 가격’ 인상에 타당성을 정부가 부여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류 가격 인상 움직임을 막기 위한 선제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6일 국세청·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세청은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등 주요 주류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에게 전화를 걸어 원가 부담 현황을 파악하고, 건의 사항을 확인하며 주요 주류기업에게 가격 인상 자제 요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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