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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논란으로 경영권 셈법 복잡해진 LG家 ‘지분’ 구조

민법 상속 비율, 배우자 1.5‧자녀는 각각 1
구광모 회장 (주)LG 지분 15.95%→9.71% 감소 우려도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범 LG家 건재
구 회장 경영권 뒷받침 전망

2019년 5월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고(故) 구본무 회장 1주기 추모식'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부회장단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 LG그룹]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어머니인 김영식 여사를 비롯한 두 여동생과 상속 재산을 두고 다투게 됐다.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유산 상속에 김영식 여사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최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구 회장이 비정상적으로 재산을 상속받았기 때문에 이를 다시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구 회장의 지분율이 크게 줄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산 기준 국내 4위인 LG 그룹은 지주사인 (주)LG가 상장사 11곳, 비상장사 50곳 등 총 61개 관계사를 장악하고 있다. LG화학(지분율 33.3%), LG생활건강(34%), LG전자(33.7%), LG유플러스(37.7%), 지투알(35%), LG씨엔에스(50%), 디엔오(100%) 등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핵심 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이 밖에 LG경영개발원, LG스포츠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LG그룹 정점에 있는 (주)LG의 최대주주로 실질적인 주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22년 3분기(9월) 보고서를 보면 (주)LG그룹은 구광모 회장(15.95%)과 특수 관계인이 (주)LG 지분 41.7%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 지분율이 6.9%, 소액주주가 50.3%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외부에서 LG그룹을 흔들 가능성이 희박한 구조다.

문제는 이번 상속 논란에서 드러났듯 내부에서 불거졌다. 2018년 별세한 구본무 전 회장이 (주)LG 주식 11.28%(1945만8169주)를 유산으로 남겼는데 상속 비율 산정과 관련해 구광모 회장의 모친과 여동생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2017년 말 기준 구광모 회장은 (주)LG 지분을 6.24% 보유한 2대 주주였다. 이후 구본무 전 회장의 지분 8.76%를 받아 LG그룹의 실질적인 주인 자리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장녀인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씨는 각각 2.01%, 0.51%를 물려받았다. 구본무 전 회장의 아내이자 구광모 회장의 어머니인 김영식 여사는 유산을 상속받지 않았다.

이번에 김영식 여사와 구 회장의 여동생들은 구본무 회장이 보유했던 (주)LG의 지분을 법정 규정에 따라 상속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법에 따르면 유언 없이 남편이 사망하고 상속인 간 합의가 없다면 상속 지분은 모든 상속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단 배우자에게는 50% 할증된 유산이 돌아간다. 상속인이 배우자와 3남매일 경우 유산이 각각 1.5:1:1:1로 분배된다는 것이다. 배우자는 상속 지분의 약 1/3(33%), 3남매는 각각 1/4.5(약 22%)을 받게 된다.

만약 법원이 김영식 여사와 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구본무 전 회장이 남긴 (주)LG 지분 가운데 배우자인 김영식 여사는 3.76%를, 구광모 회장과 두 여동생이 각각 2.5%의 지분을 물려받게 된다. 이 경우 구광모 회장의 (주)LG 지분율은 15.95%(구자경 명예회장의 지분 0.96% 포함)에서 9.71%로 떨어진다. 반면 김영식 여사 지분율은 4.2%에서 7.96%로, 구연경 대표는 2.92%에서 3.42%, 구연수씨는 0.72%에서 2.72%로 높아진다.

김영식 여사가 확고한 2대 주주로 올라서고 세 모녀가 보유한 (주)LG 지분율은 14.1%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자칫 경영권 분쟁이 벌어져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이 힘을 합칠 경우 구 회장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을 때 조원태 회장은 모친과 가족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힘든 싸움을 했다”며 “상속 비율이 다시 산정되고, LG에서 (경영권 분쟁 등) 한진과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구 회장 우군 평가 받는 ‘범 LG家’

다만 LG그룹의 장자 승계 문화를 고려할 때 경영권 분쟁이 생기더라도 구광모 회장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구 회장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그 형제들인 구본식 LT그룹 회장, 구본준 LX그룹 회장 등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구본능 회장은 (주)LG 지분 3.05%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본식 회장은 4.48%, 구본준 회장은 2.05%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LG그룹 상속 과정에서 계열사를 분리 독립해 장자 승계 원칙에 따른 사람들로 넓게는 구광모 회장의 우군으로 해석된다.

LG그룹 측은 “LG는 일관된 원칙과 전통을 바탕으로 집안 어른들의 양해와 이해 속에서 경영권을 승계해 왔고, 75년 동안 경영권은 물론 재산 관련 분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사업 초기부터 집안과 회사 내에서 재산을 두고 다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는 가풍이 있다. 이 가풍이 지켜져 왔기에 흔들리지 않고 지켜져 왔기에 여러 차례의 상속과 계열분리 과정도 잡음 없이 순조롭게 마칠 수 있었다”며 “이것이 LG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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