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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부터 메이브까지…드디어 열린 ‘가상 인간’ 전성시대

[가상 인간 트렌드, 미풍서 열풍으로]②
반짝 스타 아닌 대세 스타로 떠오른 ‘버추얼 아이돌’
2D 딥페이크·3D·VR 등 다양한 기술 혼합해 인기
4세대 대표 걸그룹 에스파부터 슈퍼카인드·이터니티 등

국내 최초 사이버 가수 아담은 1998년 등장해 큰 관심을 받았다. [사진 아담소프트]

[이코노미스트 송재민 기자] 1998년도에 등장한 국내 최초 사이버 가수 ‘아담’ 이후 30여년이 흐른 지금 바야흐로 가상인간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반짝 스타’에 그쳤던 아담과 달리 최근엔 ‘가상 아이돌’이란 통칭 아래 다양한 콘셉트의 그룹들이 열풍을 만들어 내고 있다. ▲기술의 비약적 발전 ▲K-팝(POP) 프로듀싱의 고도화 ▲사회의 인식적 변화 등이 새로운 흐름을 이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담은 ‘시대를 앞서간 불운의 스타’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그가 당시 발매한 1집 앨범은 20만장이나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KBS ‘뉴스9’에 언급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지금 보기엔 움직이나 표정 등이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3D 그래픽을 이용해 만든 버추얼 휴먼(가상 인간·Virtual human)이 실제 가수로 활동하고,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대중들의 마음을 얻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는 시도로 기록됐다.

‘불쾌한 골짜기’ 벗어나 다양한 분야 진출하는 가상 인간

최근 가상 인간 열풍의 주인공들은 과거와 달리 ‘고도화된 기술’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스토리’를 무기로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기술의 발전은 ‘불쾌한 골짜기’의 한계를 넘어서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한 수단이 됐다.

불쾌한 골짜기는 사람이 아닌 존재가 인간의 모습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불쾌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론이다. 가상 인간이 등장할 때마다 이 허들을 넘지 못해 대중의 관심 밖으로 멀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3D 기술이 발전하며 과거보다 버추얼 휴먼의 움직임 등을 구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 인공지능(AI) 기반 학습능력을 갖춰 일일이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질문에 답하고 적절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 실시간 렌더링 기능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인공지능(AI) 음성합성기술을 접목해 실제 목소리처럼 입혀 노래를 부르고 말을 한다. 신기술의 ‘총집합체’인 셈이다. 버추얼 휴먼은 아이돌 그룹·쇼호스트·인플루언서 등 대중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분야에 먼저 접목되고 있는 양상이다. 해당 영역은 기업의 기술력을 대중에게 보여 줄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닌다.

기술로 ‘불쾌한 골짜기’를 넘었다면, 스토리는 ‘몰입감’을 끌어올리는 요소다. 버추얼 휴먼을 이용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다양한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으려면 일종의 ‘팬덤’이 필요하다. K-팝 시장에선 가상의 세계관을 설정, 그 안의 캐릭터에 몰입하게끔 하는 방식은 이미 성공 전략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방식을 버추얼 아이돌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식의 접근이 늘고 있다.

글로벌 관심 집중되는 K-버추얼 아이돌

대표적인 사례로는 에스엠(SM) 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에스파’가 꼽힌다. 에스파는 실제 멤버 네 명과 각 멤버의 아바타 멤버가 결합된 신개념 그룹이다. 이들은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연결을 방해하는 존재에 대항하는 스토리를 배경으로 한다. 뮤직비디오에 버추얼 아바타가 함께 등장해 멤버들과 춤을 추고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에스파의 독특한 세계관과 AI 아바타 캐릭터의 등장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으며 글로벌 팬덤을 형성했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에스파는 지난해 세계 걸그룹 중 가장 높은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며 ‘4세대 아이돌’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에스파는 현실의 아이돌 멤버와 가상 세계 아바타가 공존한다는 독특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가 큰 인기를 끌자 SM은 올해 에스파 세계관 속 캐릭터인 ‘나이비스’(nævis)를 버추얼 아이돌로 개발해 데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상 세계관에서 파생된 캐릭터를 ‘AI 아티스트’로 탄생시킬 정도로 탄탄한 팬층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다. 

자체적인 세계관뿐 아니라 이들 버추얼 아이돌의 팬덤을 구축하는 데에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버추얼 인간의 IP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광범위하게 활용이 가능해 게임·웹툰·버추얼 예능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 적용되는 기술이나 추구하는 콘셉트에 따라 접근 방식도 다양하다. 

실제 인간 멤버 4명과 버추얼 휴먼 멤버 1명으로 조합된 최초의 ‘AI과 사람’ 그룹 슈퍼카인드는 게임 속 캐릭터를 캐스팅했다는 설정을 지닌다. 이 세계관 안에서 누크와 프리드라는 경쟁 관계의 종족이 있고, 이 종족들은 선의의 경쟁을 하며 한 그룹으로 활동하게 된다. 팬덤 이름도 ‘플레이어’로 지칭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1인칭 시점을 강조했다. 

총 5명의 멤버로 구성된 보이그룹 ‘슈퍼카인드’는 버추얼 휴먼이자 데뷔 전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활동했던 세진을 포함하고 있다. [사진 딥스튜디오]

대부분 버추얼 아이돌들이 3D로 구현되는 것과 달리 2D 캐릭터로만 구성된 그룹도 존재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한 버추얼 아이돌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소녀 리버스’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웹툰 스타일의 캐릭터를 차용했다. 실제 30명의 전현직 K-팝 걸그룹 멤버들이 가상현실(VR) 기기를 이용해 메타버스 세상 속에서 정체를 숨긴 채 경쟁하는 콘텐츠로 대중성도 확보했다. 인기 캐릭터 펭수와 가수 바다·방송인 붐·댄서 아이키가 MC로 출연한 점도 인기 요소로 꼽힌다. 소녀 리버스는 영상 공개 3일만에 누적조회수 100만뷰를 돌파했다. 소녀리버스를 통해 선발된 5명의 최종 멤버는 오는 5월 ‘피버스’(Fe:verse)라는 가상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할 예정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버추얼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소녀 리버스’는 실제 30명의 전현직 K-팝 걸그룹 멤버들이 가상현실(VR) 기기를 이용해 메타버스 세상 속에서 정체를 숨긴 채 경쟁한다.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버추얼 멤버들로만 구성된 11인조 걸그룹 ‘이터니티’ 역시 2D 딥페이크 기술을 적용해 만들어진 아이돌이다. 이터니티의 강점은 생방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시간으로 가상 얼굴을 입히는 딥리얼 라이브 기술을 적용, 렌더링을 하는 과정이 따로 없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이터니티는 ‘완성형’이 아닌 ‘성장형’ 아이돌을 콘셉트로, 신진 아티스트들의 재능 기부를 받아 데뷔곡을 제작했다. 팬들의 피드백을 적극 받아들여 발전시킨다는 점이 매력 요소로 꼽힌다. 

이터니티의 멤버 제인은 4부작 웹드라마에서 정식 배역을 맡아 진짜 사람을 연기한다. 실제 배우가 촬영한 동작 데이터에 AI의 데이터를 녹이는 방식으로 구현될 예정이다. 제인은 한 방송에 출연해 직접 진행자와 대화하며 “음주 관련 사건 사고·연예인 갑질·사회의 물의를 일으킬 일이 없다”고 버추얼 아이돌 그룹으로서의 장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계점도 존재한다. 이미 현존하는 실제 아이돌 그룹과 경쟁하기 위해선 팬덤이 부족하고 기존 그룹들과 뚜렷한 차별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버추얼 아이돌은 지금까지는 일부 마니아층이나 1020세대에서 주로 인기를 끄는 양상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 인간 콘셉트의 아이돌이 시장에 완전히 안착하기 위해선 확장성이 가장 큰 전제 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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