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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이 ‘서브컬처’ 버튜버에 진심일 수 있는 이유 [이코노 인터뷰]

[가상 인간 트렌드, 미풍서 열풍으로]④
문현웅 사람인 SMC팀장 “버튜버로 사람인 가치 알릴 것”
‘핫’한 버튜버 콘텐츠, 반 박자 빠른 지금이 적기…재미가 핵심
“IT 친화적인 사람인 기업 문화, 서브컬처 콘텐츠 제작에도 관대”

문현웅 사람인 SMC팀장이 서울 구로구 사옥 내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문 팀장은 404오피스란 유튜브 채널에 버튜버 콘텐츠의 기획부터 제작까지의 업무를 총괄한다. 그는 “HR 기반의 콘텐츠를 버튜버로 잘 풀어낸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월 1100만명이 이용하는 국내 최대 커리어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새로운 실험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 여전히 서브컬처(하위문화·Subculture)로 여겨지는 ‘가상 인간’ 콘텐츠 제작에 나선 것. 버추얼’(가상·Virtual) 기술을 활용한 영상을 지난해 12월 개설한 404오피스(404Office)란 유튜브 채널에 올리고 있다.

해당 영상엔 사람인 직원이 직접 출연한다. 그러나 외형도 목소리도 다르다. 외형은 만화 속 인기 캐릭터를 빼다 닮았고, 목소리도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소녀의 음성과 비슷하다. 사람인이 제작하는 영상은 가상 유튜버를 의미하는 ‘버튜버’(Virtual Youtuber)를 콘셉트로 한다. 국내에선 여전히 주류로 오르지 못한 분야에서 ‘승부’를 보겠단 취지다.

사람인의 색다른 실험, 그 얘기를 듣기 위해 문현웅 사람인 SMC(Saramin Media Creative)팀 팀장을 만났다. 그는 버튜버 콘셉트의 영상 제작을 직접 제안하고 경영진을 설득했을 정도로 이번 프로젝트에 ‘진심’이다. 사람인이 지난해 6월 SMC팀을 신설한 것도, 첫 영상이 팀 신설 후 6개월 만에 나올 수 있던 것도 문 팀장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그는 “버튜버라서 생기는 경쟁력이 있다”며 “시장이 막 형성되는 시기에 발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했다.

‘중견기업’ 사람인, 서브컬처라도 신박하면 OK

문 팀장을 중심으로 기획된 버튜버 콘텐츠는 사람인의 ‘기업 얘기’와 거리가 멀다. 10만 조회수를 기록한 ‘호그와트 vs 떡잎유치원’이 대표적이다. 소설·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학교와 만화·애니메이션 ‘짱구’서 나온 유치원의 특성을 비교해 자연스럽게 취업의 얘기를 담는 식이다. 문 팀장은 “사람인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흥미 위주의 콘텐츠를 가상 공간에서 가상 인물을 통해 전달하는 게 404오피스의 특징”이라고 했다.

사람인은 ▲커리어 매칭 플랫폼 ‘사람인’ ▲개발자 채용 플랫폼 ‘점핏’을 운영하며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 사업 외연을 확장해 왔다. 지난 201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고, 2022년 기준 연간 매출 1489억원과 영업이익 403억원을 기록한 어엿한 중견기업이다. 직원 수도 500명 안팎이다. 기업 홍보(PR)가 전면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부터 버튜버란 다소 이질적인 방식까지. 문 팀장이 경쟁력으로 꼽은 지점 모두 통상적으로 중견기업서 허용되기 어려운 색다른 시도다. 실제로 버튜버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기업은 게임·엔터테인먼트 분야로 매우 한정적이다.
사람인의 유튜브 채널 404오피스에 올라온 ‘호그와트 vs 떡잎유치원’ 편 중 한 장면. [제공 사람인]

버튜버 콘텐츠 제작은 회사의 비용 투입을 전제로 한다. 실제 사람의 표정과 움직임을 ‘아바타’에 덧씌워 제작하려면 ‘페이셜 트래킹’(얼굴 인식 기술) 등을 구현할 수 있는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인이 버튜버 영상 제작을 결정하기까지 부침은 없었을까. 문 팀장은 “걱정했던 것과 달리 지원이 수월하게 이뤄졌다”며 “현재는 페이셜 트래킹만 적용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풀 트래킹’(전신 인식 기술)을 활용, 풍부한 영상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 팀장은 비교적 큰 부침없이 버튜버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배경으론 ‘기업 문화’를 꼽았다. 그는 “사람인은 정보기술(IT) 동향을 가장 빨리 인식하고, 이를 인적자원(HR) 중심 서비스에 선진적으로 접목하는 기업 문화를 지닌 곳”이라며 “IT 기술·인프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HR 기업이란 특성 덕분에 버튜버의 개념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또 기획 단계에서 이뤄진 사내 의사소통 과정에서도 기대 효과와 파급력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 쉬웠다”고 설명했다. 사람인은 SMC팀 신설과 함께 별도의 영상 스튜디오도 개설할 만큼 신규 콘텐츠 제작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사람인의 ‘효율적 기업 문화’가 적용된 사례는 비단 버튜버뿐만이 아니다. ▲1000대 기업 공채속보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공채의 명가’ ▲채용 일정을 스케줄별로 정리한 ‘공채 달력’ ▲인사담당자와 채용 관련 질의응답을 정리한 ‘인사통’ 등 업계 최초란 수식어가 붙는 숱한 서비스 모두 사람인 특유의 사내 문화를 통해 탄생했다. 해당 서비스들은 대다수 기업에서 공개채용(공채)을 통해 인력을 확보하던 분위기에 맞춰 발 빠르게 도입됐고, 플랫폼 이용자 상승이란 성과를 냈다.

사람인은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매칭 서비스를 선보인 기업이기도 하다. 이는 2014년 AI 기술이 부각되기 전에 매칭 연구소 ‘사람인 랩(LAB·옛 AI LAB)’을 설립한 데 따른 결과다. 회사는 AI가 구인 업체와 구직자 사이 간극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 기술 접목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문현웅 사람인 SMC팀장이 서울 구로구 사옥 내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버튜버는 사람인 역량 담을 수 있는 틀”

문 팀장은 다양한 콘텐츠 양식 중에서도 버튜버를 선택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인은 IT·HR에 대한 풍부한 정보가 쌓여있지만, 콘텐츠 제작사가 아니라서 구성원이 직접 영상에 나와 정보와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는 역량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사람 대신 아바타를 대신 전면에 세우면 사내 역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술로 우리를 가려야 우리의 얘기를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리라 판단했다.”

콘텐츠의 성패를 묻는 말엔 “성공을 확신한다”고 답했다. 문 팀장은 “2016년 본격적으로 등장한 버튜버가 국내에선 여전히 서브컬처로 분류되지만, 세계로 시선을 돌리면 이미 구독자가 300만명을 넘어선 채널도 있다”며 “코로나19 후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가 주목받으면서 국내서도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가 주류로 올라서고 있다. HR 기반의 콘텐츠를 버튜버로 잘 풀어낸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 팀장은 지금 버튜버 시장이 너무 늦지도 그렇다고 시대를 앞서나갈 정도는 아닌 ‘반 박자 빠른’ 때라고 봤다. 적기에 버튜버 시장에 진입한 만큼 콘텐츠 내용만 잘 풀어낸다면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다.
문현웅 사람인 SMC팀장이 서울 구로구 사옥 내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그간 다양한 곳에서 콘텐츠를 만들며 깨우친 것은 ‘봐주는 사람의 시점과 함께해야 의미가 생긴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사진 신인섭 기자]

그는 콘텐츠 제작의 우선순위로는 ‘재미’를 꼽았다. “404오피스에 ‘기업PR이 없다’고는 당연히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버튜버라도 성패는 여타 콘텐츠와 같이 ‘재미’에 달려있다고 본다. 드라마가 재미있어야 간접광고(PPL)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람인의 역량을 담아낼 수 있는 틀로 버튜버를 선택했다면, 재미는 이를 대외에 알릴 수단과 같다. 대중성만 잡는다면 기업PR은 쉽게 따라올 수 있는 성과다. 재미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고, 또 취업과 관련된 정보를 가볍게 전달할 방안을 끊임없이 팀원들과 논의하는 요즘이다.”

문 팀장은 이 과정에서 본인이 그간 쌓아온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콘텐츠 제작을 전문으로 공부하지 않았지만, 늘 대중에게 콘텐츠를 전달할 ‘더 적합한 방법’을 고민했기 때문이다. 문 팀장은 서울대에서 지리학(복수전공 사회학)을 공부한 뒤 조선일보에서 기자로 8년가량 활동했다. 2020년 사람인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글과 영상을 매개로 한 콘텐츠 제작을 담당했다. 지난 2022년 10월엔 리더십에 대한 고민을 ‘솔직히 당신 열정엔 관심 없어요’란 책으로 풀어냈다. 그는 “그간 다양한 곳에서 콘텐츠를 만들며 깨우친 것은 ‘봐주는 사람의 시점과 함께해야 의미가 생긴다’는 점이다”며 “버튜버를 좋아하는 20·30세대는 사람인을 주로 이용하는 층이기도 한 만큼 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콘텐츠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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