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믿고 노후 맡겼는데…이게 9000원짜리 식사라니요”
GS건설이 분양한 용인 스프링카운티자이 부실 운영 논란…소송전에 시위까지
입주민 “분양 홍보 대비 식사 품질 떨어져…취소·경쟁 허가해야”
운영사 “적법한 절차 거쳐 양질의 서비스 제공 중”
GS건설이 7년 전 경기 용인 동백지구에 분양한 노인복지주택(실버주택)이 서비스 부실을 이유로 소송전에 휘말렸다. 일부 입주민들은 관리비에 비해 서비스가 부실하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지만, 운영업체는 분양 계약을 체결하면서 입주민들이 동의한 그대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합의점을 찾지 못한 입주민들은 오는 8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탄원서 제출과 시위도 예고하고 있다.
4일 입주민 측에 따르면 동백스프링카운티자이에 거주하는 입주민 약 600명은 해당 단지를 운영하는 업체인 에스씨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식당소유권말소등기소송을 제기해 현재 2심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 용인 기흥구 중동 ‘동백스프링카운티자이’는 GS건설이 2016년 공급한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으로 11개동, 1345가구 규모로 이뤄져있다. 현재 입주민 평균 연령은 78세로, 총 24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앞서 입주민들은 2021년 10월 15일 식당 운영업체의 소유권 등기를 말소해 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9월 22일 1심에서 법원의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에 지난해 11월 15일 항소한 상태다.
아울러 동백스프링카운티자이 입주민 약 100명은 어버이날인 오는 8일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집무실을 찾아 노인주택법 개정 요구와 에스씨의 부실 운영을 고발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고 시위에 돌입할 방침이다.
에스씨는 노인복지법상 동백스프링카운티자이의 건설‧설치 신고를 완료해 운영 지위를 보유한 회사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의 노인주거복지시설 운영기준에 따르면 노인복지주택 시설의 장(운영사)은 입주자의 거주에 불편함이 없도록 생활편의를 위한 체육시설, 여가와 오락시설 등 부대복리시설을 설치해 직접 또는 위탁 운영해야 한다.
에스씨가 아닌 입주민들은 직접 시설 운영업체를 변경하거나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소송을 진행한 입주민들은 에스씨에서 운영하는 의무식사 및 시설관리 서비스가 비용 대비 크게 부실하다며, 의무식을 취소하거나 입주민이 직접 업체를 선정할 수 있게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입주민 K씨는 “GS건설이라는 대형사가 지었고 GS그룹이 식사 등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노인들이 입주한 것인데 이렇게 시설을 독점 운영하면서 서비스에는 신경을 쓰지 않을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특히 최근에는 7800원에 제공하겠다던 하루 한끼의 의무식사 가격이 9000원으로 올랐는데도 식재료의 질이나 음식 구성이 부실하다고 이들 입주민은 주장했다. 분양 홍보 당시 일반식과 건강식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지만 한가지 식단으로 통일한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입주민은 하루 한끼 9000원의 식사를 의무적으로 먹어야 하는데 먹지 못할 경우 남은 금액을 단지 내 편의점이나 카페에서 이용할 수 있다. 단지 내 식당 매출은 지난 2021년 1월 2억1300만원에서 12월 1억6600만원으로 감소한 반면, 편의점 매출은 같은 기간 4300만원에서 1억6200만원으로 늘어난 것은 입주민이 부실한 식사 대신 편의점 구매를 택했다는 방증이라는 주장이다.
그나마도 단지에 입점한 GS25 편의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밖에 운영하지 않고, 다른 매장에서 진행하는 1+1 행사를 하지 않는 등 차별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입주민 약 600명은 2021년 9월 16일 에스씨를 상대로 ‘아파트 하자에 대한 보수를 요청했지만 제때 이뤄지지 않아 손해가 발생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하자보수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해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갈등이 불거진 이후 에스씨 측이 입주민에 대한 맞소송에 돌입하는 등 상황은 소송전으로 격화되는 모양새다. 단지 입주민 30명이 약 2억4000만원의 관리비를 고의적으로 납부하지 않았다는 게 에스씨가 소송을 제기한 이유다.
에스씨 측은 관리비 책정 수준이 과다하고 의무식 품질이 낮다는 일부 입주민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관리비와 식당 이용료는 입주 시점에 확정한 것이며 가구당 1일 1식이 의무식이라는 점도 명시했기 때문에 적법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입주민의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받아 지난해 8월부터 9000원으로 가격을 인상했고, 입주민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식사에 대한 품질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70~80점 이상으로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에스씨 관계자는 “일부 입주민이 노인복지주택이 아닌 일반공동주택과 비교하면서 과도한 관리비를 책정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적절한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며 “현재 공급면적 기준 3.3㎡당 약 9000원의 기본 관리비(개별 수도광열비, TV 수신료, 장기수선충당금)와 식대 27만원은 다른 노인복지주택(3.3㎡당 5만~7만원)에 비해 오히려 저렴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에스씨는 시행자이자 설치자일뿐 GS그룹과는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말 기준 에스씨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최대주주는 지분 37.75%를 보유한 남전디앤씨다. 남전디앤씨의 대표이자 최대주주(지분율 49%)는 GS건설 전 주택사업본부 임원이다. 또 지분 33.88%를 보유한 에스씨의 2대주주인 HNH개발에는 GS건설 계열사인 자이에스앤디(옛 이지빌)가 18%의 지분을 보유한 3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한 에스씨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GS건설로부터 빌린 500억원 규모의 장기차입금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 용인 기흥구에 소재한 에스씨 소유 용지를 신탁하면서 GS건설을 우선수익자로 설정해 2417억4700만원 규모의 수익권증서를 발행하기도 했다.
부동산개발업계에서는 관리비 부과와 서비스의 질을 두고 노인복지주택을 운영하는 업체와 입주민 사이의 갈등이 많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노인복지주택을 운영하는 업체가 입주민으로부터 받는 관리비를 어디에 썼는지는 회계감사 자료를 직접 받지 않는 한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주민들과 관리비를 두고 갈등을 빚는 사례가 많다”며 “동백스프링카운티자이같은 경우 GS그룹과 연관된 회사들이 운영관리를 직접 맡고 있는데 도급 방식으로 자재나 상품을 조달하기 때문에 원가와 판매가의 차액이 위탁을 받는 업체보다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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