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판 아마존’ 큐텐, 적자 늪 ‘티몬·위메프’ 총대 멘 까닭
[큐텐이 쏘아 올린 공] ① 큐텐의 공격적 M&A...왜?
네이버·신세계·쿠팡 이어 이커머스 기업 4위로
경쟁보다 차별화에 집중…큐텐 DNA 심기 본격화
한국 조달시장 삼아 중국, 동남아 매출 키우기 꾀해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큐텐의 확장세가 매섭다. G마켓 성공 신화로 알려진 구영배 큐텐 대표가 지난해 티몬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인터파크커머스(쇼핑), 위메프까지 사들이면서 거침없는 인수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순식간에 국내 1세대 이커머스 3사를 모두 품에 안으며 이커머스 판도가 바뀌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큐텐의 커진 몸집만큼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고 평가한다. 큐텐이 품에 안은 티몬과 위메프 모두 적자에 허덕이는 신세이기 때문이다. 구 대표는 적자기업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10년 만에 국내 시장에 돌아온 그가 또 한번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 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3사 인수 가격 약 6000억…빅4 기업으로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큐텐은 원더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위메프 지분 전량을 인수하면서 위메프 경영권과 모바일 소유권을 가져왔다.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에 이어 세 번째 인수다. 이들 3사의 인수가격은 약 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번 인수를 통해 티몬, 인터파크, 위메프가 더해진 큐텐은 네이버·신세계그룹(지마켓·SSG닷컴 등)·쿠팡에 이어 국내 빅4 이커머스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큐텐은 글로벌 커머스 역량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계열사 간 시너지를 끌어올려 ‘글로벌 이커머스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가장 먼저 인수한 티몬의 성장 모델을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에도 적용시켜 거래액을 늘리고 그룹사 전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티몬과 위메프 모두 실적 악화로 적자 폭이 커지고 있어 사업 정상화가 시급하다.
실제 위메프 최근 5개년 실적 추이를 살피면 2018년 영업적자 390억원, 2019년 758억원, 2020년 542억원, 2021년 335억원을 기록하더니 지난해에는 539억원 적자를 냈다. 오르고 내림세는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매출 역시 하향세다. 위메프는 2019년 4653억원으로 매출 정점을 기록하더니 2020년 3853억원, 2021년 2347억원으로 3년 만에 매출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에는 170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7.5%가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지난해 577억원으로 전년 대비 44%가량이 늘었다.
티몬 역시 상황이 안좋긴 마찬가지다. 티몬은 2018년 영업적자 1363억원을 기록하고 2019년 746억원, 2020년 631억원으로 적자폭을 줄여나가다 2021년부터 다시 손실 규모가 커지고 있다.
2021년 영업적자가 760억원으로 다시 증가하더니 지난해에는 1527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적자규모가 커졌다. 매출액은 지난해 1205억원으로 전년 대비 6.7% 감소했다. 당기순손실도 1663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확대됐다.
한국 콘텐츠 발판 삼아 글로벌 시장 노려
적자의 늪에 빠진 기업 두 곳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대주주인 큐텐의 고심도 함께 커지는 분위기지만, 업계에선 큐텐이 적자 기업을 품에 안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큐텐의 글로벌 물류망 활용이 꼽힌다. 큐텐은 2010년 싱가포르에서 시작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현재 물류계열사 큐익스프레스가 11개국, 19개 지역에 물류 거점을 두고 있다. 티몬에 이어 위메프도 이러한 물류망을 활용해 글로벌 성과를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이미 성과도 눈으로 입증되고 티몬에 따르면 티몬의 3월 국외 직구 거래액이 큐텐이 인수된 시기인 지난해 9월에 비해 55.9%가 늘었다. 티몬 측은 당시 “큐익스프레스 등 큐텐 글로벌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시너지가 났다”고 설명했다. 적자 돌파구로 큐텐의 직구 사업모델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적 시너지와 미래 성장성도 인수 기대를 높이는 부분이다. 위메프는 본격 큐텐 DNA 심기 작업에 앞서 김효종 신임 대표를 새 대표로 임명했다. 김 대표는 큐텐의 경영지원본부장 출신으로 구영배 대표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김 대표는 2010년 큐텐 일본법인 대표를 역임하며 일본 사업을 이끈 바 있다. 그의 해외 사업 추진 경력은 위메프의 새로운 해외 직구 사업 전략에도 영향을 미쳐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큐텐은 뷰티와 패션 상품 판매가 강점인데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K-패션, K-뷰티 판매로를 지니게 되는 것”이라며 “한국시장에서는 적자겠지만, 큐텐은 한국 콘텐츠를 가져와 중국, 동남아 시장으로 판매할 수 있기에 미래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티몬과 위메프 인수를 통해 큐텐은 든든한 패션과 뷰티 강국인 K-조달시장을 얻게 된 셈이다.
큐텐이 기술 취득을 강점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티몬과 위메프 모두 IT기술이 더해진 플랫폼 사업인 만큼 수익성이 낮다 하더라도 인수를 통해 기술을 취득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메프 인수와 관련해 큐텐 측은 “위메프의 기술과 검색 경쟁력을 내세울 수 있는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인수합병(M&A) 목적에 국내 사업 확장도 있겠지만, 큐텐은 위메프가 최근까지 개발에 나선 블록체인, NFT 기술을 활용해 해외 시장을 키울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내다봤다.
네이버, 쿠팡 등 직구사업 본격화...경쟁 치열
다만 업계 일각에선 큐텐의 행보를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큐텐이 ‘싱가포르판 아마존’이라 불리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으로 뻗는 국내 이커머스 기업이 많아지면서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2021년부터 글로벌 쇼핑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고 지난해부터 쿠팡이 대만에 로켓배송과 직구 사업을 시작하면서 직구 사업이 치열해졌다”며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 등이 각자 분리돼 운영되면 네이버, 쿠팡, 알리바바 등과 견줄 수 있는 큰 경쟁력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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