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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가 사라진다...전기차 충전 베팅나선 대기업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캐시카우 기대”
막대한 자금력 바탕으로 시장 선점 노려
M&A나 그룹계열사간 시너지로 사업 확장

전기차 충전 서비스 '스파로스 EV'가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 [사진 신세계아이앤씨]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맞으면서 주유소 폐업이 늘고 있다. 이로인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한 대기업들의 마음은 더욱 분주한 모양새다. LG, 현대, SK, GS, 롯데, 신세계 등이 그룹 계열사의 역량을 활용해 협업하거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과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시장선점에 나서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4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지난 2일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구축을 위해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에 3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지난 2021년 12월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는 현대차·기아의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국내 1위 초고속 충전사업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고객이 양질의 충전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든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충전 생태계 강화 전략의 하나”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초고속 충전기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자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와 함께 오는 2025년까지 초고속 충전기 3000기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의 초고속 충전기에 전기차 충전 서비스 플랫폼(E-CSP)과 전기차 충전 기술 플랫폼(E-CTP)을 적용한다.

현대차·기아의 프리미엄 전기차 초고속 충전 브랜드 이피트(E-pit) 회원은 별도 회원가입 없이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의 초고속 충전기에서 바로 충전할 수 있다. 충전기에는 플러그 앤 차지(Plug & Charge) 기능을 적용해 고객은 별도 조작 없이 인증부터 충전, 결제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다. 

앞서 전기차 충전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은 자동차 회사가 아닌 LG전다. LG전자는 지난 2018년 최고기술경영자(CTO) 부문에서 전기차 충전 솔루션 개발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 애플망고의 지분을 인수하고 전기차 충전 솔루션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LG전자는 지난해 6월 GS에너지, GS네오텍과 공동으로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 애플망고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LG전자가 지분 60%를 확보하고, GS에너지와 GS네오텍이 각각 34%와 6%의 지분을 취득했다. 경기도 평택시 LG디지털파크에 전기차 충전기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가정, 쇼핑몰, 호텔, 공공기관 등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공급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우선 국내 시장에 완속·급속 충전기 제품을 선보인뒤 중장기적으로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꾀할 전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애플망고 인수로 전기차 충전기까지 제조할 수 있는 역량까지 갖추게 됐다”며 “하드웨어와 이를 아우를 수 있는 관제 시스템까지 충전 솔루션 사업을 제공하게 된다”고 말했다. 

범LG계로 분류되는 GS그룹 역시 이번 인수로 전기차 충전사업에 속도를 내게 됐다. GS에너지는 충전기 제조부터 충전소 운영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며 전기차 충전 사업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GS에너지는 지난해 국내 충전사업자 지엔텔과 함께 전기차 충전서비스 합작법인 지커넥트를 출범하는 등 전기차 충전서비스 사업을 지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최대 완속충전 사업자인 차지비도 인수했다.

LS그룹 역시 지난해 4월 친환경에너지기업 E1과 공동으로 LS이링크를 설립하고 전기차 충전시장에 합류했다. LS그룹은 초고압 전력송전케이블을 만들어왔던 노하우를 살려 급속충전시장에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LS 이링크는 로젠택배와 협력해 전국 350여개 지역에 위치한 로젠택배 물류 거점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한다. 

LS그룹은 범LG계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전선, 전력설비, 금속, 에너지 등 50여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LS그룹계열사인 E1은 휴맥스모빌리티, 스탠다드에너지와 업무협약을 통해 각각 미래형 스마트 모빌리티 허브 공동 개발, ESS(에너지저장장치) 연계한 초급속 전기차 충전 시설 구축에 나선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전기차 분야 소재에서부터 부품, 충전 솔루션까지 그룹 내 사업 역량을 결집하고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막대한 자본력으로 시장침투…M&A·계열사 시너지 강화 

SK일렉링크가 운영하는 서리풀 EV급속충전스테이션. [사진 SK네트웍스]

SK그룹은 급속 충전기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기차 충전 사업을 하고 있는 SK 그룹사는 SK시그넷과 SK네트웍스 등 모두 8개에 달한다. SK그룹의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M&A를 통해 급속도록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내고 있다. 해외와 국내, 양 시장에서 모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세계 2위 급속 충전기 업체 SK시그넷은 해외 수출 비중이 약 90%에 달한다. SK시그넷은 지난 2021년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 시그넷이브이를 약 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SK그룹에 편입됐다. 지난해 16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거두며 현재 미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인프라 운영 부문을 맡고 있는 SK네트웍스는 지난해 국내 최대 민간 급속충전기 운영사 에스에스차저를 인수해 SK일렉링크로 재출범시켰다. SK일렉링크가 운영하는 충전기는 지난해 8월 1100여기에서 5월 현재 2200여기로 2배가량 늘었다. SK일렉링크는 국내 민간 급속 충전 사업자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 

SK E&S는 2년 전 미국 전기차 충전 기업 에버차지를 인수했다. SK E&S는 5600개 이상의 주차장 네트워크를 보유한 자회사 파킹클라우드와 연계한 충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자사 주차장 네트워크에 충전기를 설치하고 자사 APP설치 회원에게 별도의 카드 없이도 충전 요금을 결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통명가인 신세계와 롯데그룹의 계열사도 전기차 충전시장 확장에 한창이다. 신세계그룹에서는 신세계아이앤씨(I&C)가 관련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신세계I&C의 전기차 충전 서비스 스파로스 EV는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전국 지역에 충전기 인프라 1100여기를 확대했다. 오는 하반기에는 신세계그룹 주요 리테일 매장 등 국내 주요 스팟을 중심으로 스파로스 EV 전기차 충전소 개소를 준비 중이다. 

특히 신세계그룹의 유통계열사들과의 시너지가 엿보인다. 회사는 오는 5월부터 ‘스파로스 EV’를 통한 전기차 충전 시,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등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한 신세계포인트를 적립하거나, 고객이 보유한 신세계포인트로 전기차 충전 비용을 결제할수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충전소가 위치한 유통매장과 연계한 프로모션 혜택도 강화하고, 간편결제 기능도 제공 예정이다. 티맵모빌리티의 티맵(TMAP)과 제휴도 강화한다. 내비게이션 앱(APP) TMAP을 통해 스파로스 EV 충전기 상세 위치, 이용 현황, 충전소 길안내, 간편결제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전기차 충전 서비스 브랜드 스파로스 EV는 이용자 편의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5월부터 환경부 스마트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정부에서 운영 중인 급속 충전기 약 7000여기를 대상으로 스파로스 EV APP을 통해 간편 큐알(QR)충전이 가능한 서비스다.

신세계I&C 관계자는 “스파로스 EV는 중장기적으로 화물차, 버스 등 상용차 중심의 B2B 충전 사업, 전기차 유통 및 카케어 서비스 등 전기차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V2G(Vehicle-to-grid) 등 스마트그리드 사업까지 확대해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목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롯데그룹은 롯데정보통신의 자회사 이브이시스(EVSIS)를 통해 국내에 전기차 충전소를 건설한다. EVSIS는 초급속(350kW)·급속(100kW)·중급속(30kW)·완속(7kW/11kW) 충전에 이르는 전기차 충전기 풀 라인업에 대한 유럽 CE 인증 획득했으며, 미국 UL 인증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는 2025년까지 오프라인 거점을 중심으로 주요 도심지 주차장에 급속·중급속 위주의 EVSIS 충전기 1만3000기 이상을 설치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이 당장은 수익성이 높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캐시카우’(수익창출원)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관련 기업들이 앞 다퉈 시장 확대에 나서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 롤랜드버거는 글로벌 전기차 충전 시장 규모가 올해 550억달러(약 71조원)에서 2030년 3250억달러(약 423조원)로 6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 사업이 미래 먹거리로 떠올랐다”며 “그룹 신사업의 일환이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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