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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영주권’은 없다...“美 이민법 제대로 알아야” [미국 비자이야기]

F1 비자, 학업 목적으로 비이민 전제
"교육열 악용한 허위, 과장 광고 조심해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42회 해외 이민·투자 박람회를 찾은 방문객들이 부스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선경 국민이주 법률위원] 대한민국 부모들의 교육열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뜨겁고 높다. 우리나라는 반세기 만에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다른 나라를 돕는 나라로 성장했다. 차세대 교육을 위한 부모들 희생이 대한민국의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사실에 반기를 들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세대는 변했지만 그 교육열만큼은 여전히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7년간 미국투자이민 분야에서 미국 영주권 최다 수속 및 승인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이주의 설문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미국 진출을 계획하는 이유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37%)은 ‘자녀 교육 및 취업’이었다. 이와 함께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자녀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도 눈길을 끈다.

예전에는 부모가 자녀들에게 미국 유학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만족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 추세는 미국 유학과 영주권을 동시에 준비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영주권을 통해서 자녀 유학 생활 중 진학률 상승효과, 학비 절감, 장학금 혜택, 인턴, 취업, 사업 등에 유리한 신분을 보장해 좀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마련해 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내 M유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의 의대, 치대, 약대 진학을 하려면 미국 영주권 혹은 시민권을 요구하는 대학이 98%에 달한다. 설령 미국 유학생이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없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나머지 2%의 대학에 진학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인턴, 레지던트처럼 수련을 위해서는 또다시 미국 영주권 혹은 시민권이 필요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 뿐만 아니라 항공, 우주산업 등 미국 국익 및 보안과 관련된 학과에서도 반드시 미국 영주권 혹은 시민권을 요한다. 그러니까 미국 유학을 생각할 경우 이제 영주권은 필수사항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유학생 영주권’과 관련한 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다. 유학생 영주권? 필자는 내담자에게 오히려 ‘유학생 영주권’이란 게 무엇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그 분이 ‘유학생 영주권’이라는 정체불명의 내용에 대해 문의를 한 이유는 유학생이라면 당연히 영주권이 주어지는 길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이 미국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가족 초청이민, 둘째 취업이민, 마지막으로 투자 이민을 통한 영주권 취득이다. 그러니까 미국 유학생 비자를 통해서 미국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이다. 미국에서 유학하기 위해서는 F1 비자를 취득해야 하는데 이는 비이민을 전제로 하는 비자이다.

미국 연방위원회. [사진 연합뉴스]

즉 F1 비자는 학업을 목적으로 입국 및 체류할 수 있는 비자라서 학업이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제로 한다. 반면 영주권은 미국에 영주(永住)할 수 있는 권리이다. 이는 비이민을 전제로 하는 F1 비자와 목적 자체가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미국 영주권을 취득하겠다는 생각으로 F1 비자의 목적이나 특성을 등한시 할 경우 자칫 이민법을 어기는 불법을 나도 모르게 저지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불법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본인 몫임을 필자는 강조하고 싶다.

2000년 초반까지 미국 내에서 암암리에 성행하던 불법행위가 있었다. 브로커를 통해 무연고 망자의 미국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를 구매해 도용하는 것이었다. 한때는 이런 불법이 만연해 200~300달러만 주면 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주권 인터뷰 때 발각돼 추방 명령을 받은 사람을 본 적이 있다. 행여 남몰래 시민권까지 취득했지만 그것이 발각될까 두려워 배우자의 영주권 신청을 못 하는 분을 본 적도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의아할 수 있겠지만 유사한 일들은 2023년 현재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 

대한민국 부모들의 교육열을 악용한 허위, 과장 광고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할 경우 10년 뒤 나도 이민법을 어긴 범죄자로 추방 명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더 나은 환경에서 더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떠나는 유학이 되레 내 가족의 신분을 위협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이민 혹은 비이민 비자를 통한 신분 변경에 관한 일 만큼은 반드시 보수적이고 철저하게 관련 법을 따르는 게 중요하다. 미국 이민 변호사 혹은 전문가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올바른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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