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패피가 입던 그 옷” 큼지막한 로고에 건빵바지…‘C.O.A.X 콕스’ [망했어요]
닉스인터내셔널 2002년 론칭, 2005년 이랜드 인수
2000년대 초반 패션 ‘감성’ 열기, 캐주얼 브랜드 인기
편안한 기본 스타일...리뉴얼과 SPA 공습, 2013년 철수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큼지막한 브랜드 로고가 박힌 티셔츠에 무릎 바깥쪽에 주머니가 드러난 바지인 카고팬츠, 일명 ‘건빵바지’를 착용한 모습. 2000년대 초반 패션 좀 안다는 이른바 ‘패션피플(패피)’ 사이에서 유행하던 패션 스타일이다. ‘구시대의 유물’로 여겨지는 이 패션 아이템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있었다. 바로 ‘콕스(C.O.A.X)’다.
‘콕스’는 2002년 7월 닉스인터내셔널이 론칭한 감성 캐주얼 브랜드다. 당시 10·20세대를 중심으로 선풍적이 인기를 끌었으며, 스크래치가 난 티셔츠가 유행했다. 특히 콕스의 시그니처였던 트렌디 라인에는 전면부에 브랜드 레터링이 엄청 크게 박혀있었고 소재와 워싱을 달리한 데님 라인업도 인기가 많았다.
‘76’ 숫자 로고에 스크래치 티셔츠·건빵바지 ‘대명사’
상표를 눈에 띄게 내세우는 것이 유행이던 당시 ‘76’라는 숫자 로고는 소위 “있어 보이는” 느낌을 줬다. 숫자의 의미는 수트나 맞춤 정장을 즐겨 입었던 1976년의 히피 문화를 기념한 것으로 알려진다.
‘콕스’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 하나는 ‘스타 마케팅’도 있다. 브랜드 론칭 당시 축구선수 안정환을 브랜드 모델로 기용,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젊은이들의 눈길을 처음부터 사로잡았다. 2002년 월드컵의 적극적인 플레이와 멋진 골 세레모니로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감안해 축구 스타의 활동적이고 건강한 이미지가 캐주얼 브랜드와 맞아떨어져 마케팅 효과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또 당시 패션 트렌드와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패션업계에선 ‘감성’ 열기가 확산했다. 갖춰 입은 듯 하면서 편안함을 잃지 않는 스타일링이 유행하면서, 기존 브랜드들도 최근 들어 속속 감성캐주얼 제품의 비중을 확대하며 방향 전환을 시도했다. 감성 패션 시장을 공략해온 ‘콕스’는 론칭 1년여 만에 매출 50억원을 돌파, 매장은 40여개까지 확대해나갔다. 그 결과 브랜드 론칭 1년만에 매출 목표는 당초 600억원에서 8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감성캐주얼 브랜드 강자로 고공행진하던 ‘콕스’는 이후 2005년에 이랜드로 인수, 2006년 재론칭됐다. 이후 자유로움을 추구하던 기본 스타일에 고급화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공격적 사업 확대·SPA브랜드 공습...돈 안 되는 브랜드 전락
그러나 이러한 스타일 변화가 독이 되어 돌아왔다. 여기에 경기 불황과 제조·유통 일괄화 의류(SPA) 브랜드의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콕스’는 결국 2013년 국내에서 철수했다. 이랜드는 위기상황을 인지하고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사업을 정리하며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가치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가격면에서 경쟁력있는 저가 브랜드만이 성장을 이어가고 있을 뿐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접은 것이다. 돈 안 되는 브랜드로 전락한 ‘콕스’ 브랜드가 대표적이었다. 이랜드 측은 “당시 패션업계가 SPA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패션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콕스 브랜드를 철수하게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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