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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창업가들 베트남을 주목한다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K-콘텐츠·한국 대기업 영향력 베트남 곳곳에 미쳐
“베트남 잠재력 매우 높아”…창업하기 매력적인 곳 평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 6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에 맞춰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베트남 파트너십 박람회'의 부대 행사로 '한-베트남 비즈니스 상담회'와 'K-산업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사진 KOTRA]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 최근 국내 창업생태계의 화두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이전에는 정부가 국내 스타트업을 선발해 창업 선진국에 시장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글로벌화의 특징은 민간 영역이 주도하는 동남아시아 진출이다.

특히 베트남이 도전의 땅으로 지목받고 있다. 우선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창업자의 수가 많아졌다. 이들은 처음부터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는 창업 아이템으로 현지에 법인을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 한류 바람에 기대어 요식업이나 문화콘텐츠 영역에 집중됐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한국계 스타트업의 활동 영역은 ESG·유통·핀테크 등 분야가 다양하다.

창업자 이외의 다른 창업 관계 기관의 진출도 활발하다. 많은 한국계 액셀러레이터(이하 AC)와 벤처캐피탈(이하 VC)이 베트남에 활동하고 있거나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인 창업자가 설립한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베트남 현지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몇 년간 사회적 책임 정도로 베트남 창업 생태계를 지원하는 수준이었던 국내 대기업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보인다. 신한금융그룹, SK 등이 베트남 현지 창업 기관과 손잡고 스타트업 행사를 주최하며 그들의 생태계와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려 한다. 

한국·베트남 소비자 성향 비슷하다는 게 장점

국내 창업 생태계는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 중 왜 베트남에 유난히 깊은 관심을 보일까? 한국 대기업들의 존재감 때문이다. 2018년 기준 삼성전자가 베트남 GDP의 2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국내 대기업들의 위상이 높다. 베트남 현지에서 GS25, 롯데리아, 뚜레쥬르 같은 국내 소비재 브랜드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그들의 현지 사업 인프라와 인적 네트워크는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인 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한국 소비자와 베트남 소비자의 성향이 비슷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많은 한국인 창업자는 베트남 진출 이유로, 전자 상거래의 인기 품목이나 모바일 게임 트렌드의 유사점을 꼽는다. 이외에도 베트남의 여성 관련 시장이 한 세대 전 한국의 사회 모습과 비슷하기에 이를 주목하고 있는 창업자도 있다. 베트남은 여성의 경제 활동 인구가 대단히 많은데 경제 성장과 함께 이들의 지위가 높아지고 있어, 펨테크(Femme tech) 창업 영역이 국내처럼 커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국내 VC들은 자본시장과 투자의 측면에서 미래 경쟁력을 기대하고 있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베트남은 중국계 자본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국가이기에, 한국계 모험 자본에 기회가 많다는 견해였다. 또한 그들은 베트남 내 활동을 발판으로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로 영향력을 확대하기를 기대한다. 

현지 관계자들은 베트남 창업생태계는 아직 창업선도국 수준과 차이가 있지만 잠재력은 높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베트남 국민의 평균 연령은 낮고, 이들의 모바일 사용 비율과 사용 시간은 대단히 높다. 인구 집단이 가지는 역동성과 함께 창업에 대한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현지 관계자는 “베트남의 창업 생태계에서 혁신이라는 단어가 대중적으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많은 젊은이가 그들만의 새로운 사업에 대한 욕구가 크고, 그런 면에서 창업가 정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베트남은 대학을 중심으로 창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또한 글로벌 트렌드를 재빠르게 쫓아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베트남 최초로 전기 모빌리티 스타트업 셀렉스 모터스가 좋은 예다. 전기스쿠터 제작으로 창업한 이들은 현재 전기 배터리 공급 및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고, 나아가 스쿠터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기후 산업 내 탄소배출권(carbon credit) 시장의 주도권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전기차의 모든 공급망에 관여하고 있는 테슬라의 사업 모델이 스쿠터가 주요 교통수단인 베트남 현지 사정에 알맞게 응용된 셈이다. 회사의 창업자 응우옌(Nguyen)은 “베트남 창업 생태계에 젊고 학습이 빠른 기술 인력이 많기 때문에 베트남 창업 생태계의 혁신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베트남 최초의 EV스타트업 '셀렉스 모터스'는 베트남의 테슬라를 꿈꾸고 있다. 특이하게도 현지 VC보다 해외 VC의 투자금이 더 많다. [사진 최화준]


베트남 정치 불안감 여전히 존재...창업 생태계 확대 장벽 

베트남 창업 생태계의 높은 잠재력과 별개로 우려의 시각도 분명히 있다. 대표적으로 정치적인 안정성이다. 베트남 창업 생태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자국이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반면,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창업 관계자들은 정치적 불안감을 현지 투자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말한다. 

이런 의구심이 반영된 것이 베트남의 창업 자본 시장 환경이다. 상당수의 국내 VC는 싱가포르에 지사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베트남 내 한국계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혹은 피투자 스타트업에 한국 내 지사 설립을 권하고, 이곳으로 투자금을 입금하기도 한다. 이후 국내 지사가 같은 회사의 베트남 내 본사에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자본이 이동한다. 이런 복잡한 투자금 입금 방식은 베트남 창업 생태계에 투자한 자본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물론 제3의 기관을 거치치 않고 베트남 현지 스타트업이나 한국계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를 진행하는 국내 VC들도 있다. 그들의 투자금 회수 시기 이전까지 투자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우려의 시선에도 국내 창업가들의 베트남 진출은 더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들은 항상 기회의 땅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창업이라는 개념이 이제 막 알려지고 있는 베트남에서 국내 창업 생태계가 도전할 영역은 많다. 국내와 비교하여 스타트업의 압축 성장을 돕는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에, 국내 창업 기획자들이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다. 베트남 정부의 창업 생태계 관여도가 크지 않기에, 정부와 공공기관의 주도로 빠르게 성장한 국내 창업 생태계의 모델과 노하우를 그들에게 이식하고 함께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아시아의 대표적인 창업 국가로 성장한 대한민국이 신흥 창업 국가를 꿈꾸는 베트남과 공동 성장하는 모습이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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