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7월 증권신고서 제출 기업 ‘0’…눈치만 보는 주관사
- [흔들리는 공모주 시장]②
6월 말 ‘막차’ 몰렸지만…‘1호 부담’에 신고서 제출 보류
공모가-확약 비율 딜레마…복잡해지는 주관사 셈법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지난 7월 한 달 동안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상장 절차의 시작을 의미하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이 단 한 곳도 없었다. IPO를 통한 자금 조달을 계획하던 기업들이 일제히 발걸음을 멈춘 셈이다. 지난 10년 동안 IPO 시장에서 매년 70~80개의 기업이 상장을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일제히 발을 멈춘 배경에는 7월 1일부터 시행된 새로운 IPO 제도가 있다. 해당 제도는 상장 직후 주가 급등락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줄이고 장기 보유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시장은 아직 새로운 규칙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기관, 주관사, 발행사 모두 각자의 셈법을 재정비하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상장 추진을 미루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6월 말 IPO 시장에는 기업들의 증권신고서 제출이 눈에 띄게 몰렸다. 7월 새로운 수요예측 제도 본격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은 제도 적용 이전에 상장 절차를 개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까닭이다. 특히 강화된 의무보유확약 조건에 따라 기관 수요예측과 공모가 산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만큼, 주관사와 발행사 모두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판단을 내렸다. 막판 일정 조율이 급박하게 이뤄지면서 시장 안팎에서는 규제 회피성 제출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2025년 상반기 IPO 증권신고서 제출 건수는 1월 9곳, 2월 5곳, 3월 7곳, 4월 5곳, 5월 6곳으로 분산된 모습을 보였다. 6월에도 9곳이 제출해 수치상 큰 변화는 없었지만, 이 가운데 8건이 6월 중순 이후에 집중됐다. 삼양컴텍, 지투지바이오, 대한조선 등 제도 시행을 앞두고 상장 절차를 서두른 기업들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낸 데 따른 결과였다.
신고서 제출 미루는 예비 상장기업들
반면 7월에는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거래소 예비심사를 이미 통과해 상장 절차를 개시할 수 있는 큐리오시스, 명인제약, 노타 등 여러 기업이 증권신고서 제출을 미루고 있다. 특히 큐리오시스는 지난 7월 9일 예심 승인을 받았지만, 약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제도의 첫 적용 사례가 되는 부담을 피하려는 분위기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된 결과다.
제도 시행 직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들이 7월에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에서도 시장의 분위기는 일부 감지된다. 7월 수요예측을 실시한 9개 일반 기업 중 10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아이티켐(1157대 1), 프로티나(1199대 1), 뉴로핏(1087대 1) 세 곳뿐이었다. 지투지바이오, 삼양컴텍, 대한조선 등 나머지 대부분은 수백 대 1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2분기 상장한 15개 기업(유가증권시장 포함) 가운데 1000대 1 미만의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한 곳이 4곳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식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IPO 기업들이 기록한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주관사들의 전략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상반기 수요예측을 진행한 상장사들의 평균 확약 비율은 8.07%로, 7월에 강화된 제도 기준인 30%를 크게 밑돌았다. 코스피 상장사로 한정하더라도 평균 14%로, 새롭게 적용되는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특히 전체 상장사의 36%에 해당하는 14개 기업의 기관 확약 비율은 5% 미만에 그쳤다.
주관 증권사들이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이유는 새로운 제도에 따른 재무적 부담 때문이다. 기관투자자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30%를 채우지 못하면 주관사는 미달된 물량의 1%(최대 30억원)을 공모가로 직접 인수해야 하는 페널티를 부담해야 한다.
공모가-확약 비율 사이 딜레마
이에 주관사들은 ‘공모가 인하’와 ‘확약 비율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복잡한 딜레마에 빠졌다. 공모가를 낮추면 기관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확약 비율을 높일 수 있지만, 자금 조달 규모가 줄어들고 기존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반대로 공모가를 높게 유지하면 기관들의 외면을 받아 확약 비율을 채우지 못할 수 있고, 이 경우 주관사가 막대한 손실을 직접 떠안게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30억원이라는 페널티는 딜 하나를 주관해서 얻는 수수료 수익을 모두 반납하게 될수도 있는 큰 금액”이라며 “페널티를 피하기 위해 공모가를 시장 친화적으로 낮춰야 하지만, 이는 발행사와 초기 투자자들의 이익과 정면으로 충돌하기에 섣불리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토로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일단 새로운 제도를 시행한 이후 시장의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화된 제도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금융투자업권 실무자들과 충분한 소통을 거쳐 협회 규정 등을 개정한 만큼, 제도 적용의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선 배정 제도 물량은 40% 이상이 원칙이지만, 제도 안착을 위해 7월에 시작할 때는 30%로 시작하는 등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했다”며 “정책펀드 운영사들과도 만나 제도가 시장에서 수용 가능한지 확인한 후 적용한 만큼, 추가적인 조율 사항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이찬원, 트렌드를 이끄는 아이코닉 스타 1위 [일간스포츠X팬캐스트]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이데일리
이데일리
슈, 눈물의 도박 해명…'오늘 다 말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다음은 퀄컴"…삼성 빅테크 추가 수주 기대감 커진다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3년간 배당 늘린다더니…고려아연, 중간배당 생략한 배경은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엔허투 SC' 임상 다음달 개시…알테오젠, 글로벌 ADC 개발 판도 바꾸나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