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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투식량이 ‘국민 밥도둑’ 되기까지…37살 된 ‘통조림 햄’ [1000억 식품의 비밀]

국내서 1987년부터 CJ제일제당이 판매
연매출 4000억원대, 명절 때 절반 이상 팔려

스팸은 1987년 5월부터 CJ제일제당이 미국 호멜 사와 기술제휴 및 라이선스를 얻어 생산하면서 수입산이 아닌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제품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사진 CJ제일제당]
[이코노미스트 김채영 기자] ‘국민 반찬’, ‘통조림 햄의 원조’, ‘1등 명절선물’. 짭조름하고 기름진 맛이 특징인 스팸은 37년 동안 한국인 식탁에 오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제품이지만 한국은 미국, 영국에 이은 세계 3위의 스팸 소비국이다. 스팸은 특이하게도 한국에서 명절선물로 각광받으며 매년 매출 1000억원 이상을 올리고 있다.

스팸의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87년 70억원에서 1997년 520억원으로 10년 새 7배 넘게 늘었고 ▲2017년 3300억원 ▲2018년 4190억원 ▲2019년 4200억원 ▲2020년 4500억원을 달성했다. 국내 캔햄 시장에서 스팸의 시장점유율은 2017년부터 50%를 넘어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팸은 미국의 호멜 식품(Hormel Foods)에서 생산하는 제품으로, 스팸을 만든 사람은 설립자의 아들 제이 호멜이다. 제이 호멜이 1918년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프랑스에 주둔했던 미 육군 88사단 351보병연대의 병참 장교로 근무하던 중 가공육 전투식량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1차 대전 종전 이후, 제이 호멜은 연구 끝에 1926년 돼지 어깨살과 햄에 소금 등을 가미해 만든 세계 최초의 통조림 햄을 개발했다.

스팸이라는 이름은 양념된 햄을 뜻하는 ‘조미 햄’(SPiced hAM)을 줄여 사용한 것이다. 스팸은 저렴한 가격에 비해 훌륭한 맛으로 출시된 지 4년 만에 일반 판매량 1만8000t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며 순식간에 호멜 식품 주력 상품이 된다.

그러던 중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고, 미군은 식품 회사들에 휴대가 쉽고 가볍고 썩지 않는 고열량 단백질 식량을 주문했는데 그중에서도 호멜사의 스팸은 군대의 요구사항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식품이었다. 호멜사의 스팸은 2차 대전 동안 1억 개가 팔리며 소위 ‘대박’을 치게 된다.

스팸이 한국에 들어오게 된 계기도 바로 한국전쟁이다. 1950년에 시작된 6.25전쟁으로 스팸은 자연스럽게 한국에 수출됐고, 가난해서 육류를 섭취하지 못했던 한국인은 대체식품으로 스팸을 선호하게 됐다. 미군 부대 앞에서 스팸, 초콜릿 등을 받은 한국인들은 스팸을 찌개에 넣어 먹기 시작했는데 이때 탄생한 것이 부대찌개다.

국내에서는 1987년 5월부터 CJ제일제당이 미국 호멜 사와 기술제휴 및 라이선스를 얻어 생산하면서 수입산이 아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특이하게도 흰 쌀밥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며 국민 반찬으로 불렸다. 현재 국내 캔햄 시장에서 CJ제일제당은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측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제조법과 철저한 품질 관리로 스팸의 이미지 변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배우 김래원, 하정우, 에릭, 이서진 등이 스팸 광고를 찍었다. [사진 온라인 캡쳐]

당대를 대표하던 유명 연예인들의 스팸 광고도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특히 2002년 방송인 김원희를 모델로 한 광고에서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이란 문구가 나오며 대중성을 확고히 했다. 해당 문구는 2020년대 들어서도 여전히 스팸 광고에 쓰이고 있다. 이외에 배우 김래원, 하정우, 에릭, 이서진 등도 스팸 광고를 찍었다. 

한국에서 스팸은 참치 통조림과 함께 명절 선물로 각광 받으며 이 기간 매출이 가장 크게 오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명절 기간 매출을 따로 집계하진 않지만, 이 기간 선물세트로 판매되는 양이 평소에 판매되는 양보다 훨씬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명절 기간에만 스팸 매출이 2000억원이 넘으며 전체 매출의 절반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진국에선 스팸이 빈곤층이 주로 먹는 가공육이란 인식이 아직 있지만, 국내에선 국민 반찬으로 전 연령층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CJ제일제당 측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제조법과 철저한 품질 관리로 스팸의 이미지 변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0년 저염 선호 트렌드에 맞춰 나트륨 함량을 100g당 510mg으로 낮춘 ‘스팸 25% 라이트’를 출시했다. [사진 CJ제일제당]

주요 구매자인 30·40대에서 10·20대까지 소비층을 넓히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2019년에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맛 트렌드를 반영한 ‘스팸 리치치즈’, ‘스팸 핫&스파이시’ 등 신제품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건강을 중요시하는 소비자 니즈도 적극 반영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0년 저염 선호 트렌드에 맞춰 나트륨 함량을 100g당 510mg으로 낮춘 ‘스팸 25% 라이트’를 출시했다. CJ제일제당 측에 따르면 510㎎은 캔햄 시장점유율 상위 3개 제품의 나트륨 평균보다 25% 이상 낮은 수치다. 최근 나트륨, 당 등 특정 성분을 줄인 ‘로우 푸드’(Low Food)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으로 세분화된 소비자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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