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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서울, 키아프 경쟁상대 아니다…세계화 디딤돌로 봐야” [이코노 인터뷰]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금산갤러리 대표) 인터뷰
‘키아프 출범 주역’ 31년 미술史…국내 미술 성장에 큰 역할
세계 3대 아트페어 영국 프리즈 국내 유치, 올해 2번째 맞손
프리즈 서울에 밀렸다 지적에…“키아프의 질적 성장이 목표”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금산갤러리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김설아 기자] 올해로 미술 인생 31년 차를 맞은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회장. 국내 미술의 대중화에 앞장서며 1세대 갤러리인 금산갤러리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아직도 이루고 싶은 게 많은 문화인이다. ‘키아프 출범의 주역’, ‘아트페어 전문 갤러리스트’, ‘신인 아티스트 발굴가’. 그가 그동안 세상에 내놓은 수식어들은 황 회장만의 새로운 도전이 더해져 마치 아티스트의 작품처럼 재탄생 된 것들이다.

그래서인지 그를 한마디로 규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황 회장은 접근하기 어려운 미술 세계를 누구나 즐기는 일상으로 만드는 데 힘을 보태기도 하고, 해외 작가들과 협업해 전시를 주도하기도 하며 미술품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데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국내 미술시장이 지난해 사상 첫 1조원을 돌파하며 급성장한 데는 황 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게 미술계의 지배적인 평가다. 그만큼 황 회장은 대한민국 미술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지난 8월 11일 한국화랑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한국화랑협회에서 주관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KIAF)가 코앞으로 다가와서다. 이번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프리즈(Frieze) 서울과 손잡고 2차전을 벌인다.

황 회장은 세계 3대 아트페어로 손꼽히는 영국 프리즈를 국내에 유치하는 데 주요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 덕분에 9월 6일부터 10일까지 서울 강남 코엑스에선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미술장터가 열린다. 화랑 수도 늘었다. 지난해보다 56곳이 증가한 330여 개 화랑들이 집결한다.

이번 키아프는 황 회장에게도 의미가 남다르다. 올 초 협회장 선거에서 1표 차로 승리하며 연임에 성공한 뒤 열리는 하반기 가장 큰 행사다. 더구나 올해는 지난해 프리즈 서울에 ‘안방을 뺏겼다’는 지적에 대한 설욕전을 치러야 하는 입장이다. 만반의 준비를 마쳤지만 그의 어깨가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키아프 디데이’를 앞둔 황 회장의 각오는 무엇일까. 또 급성장한 국내 미술시장의 방향성과 과제는 어떤 것일까.

다음은 황 회장과의 일문일답.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금산갤러리 대표)이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한국화랑협회 사무실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Q. ‘2023 키아프 서울’ 아트페어가 얼마 남지 않았다. 프리즈 서울과 벌이는 2차전인데 이번 키아프에는 어떤 차별점을 줬나.

A. 프리즈 서울을 경쟁상대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난해부터 5년간 함께 아트페어를 개최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게 공통된 목표다. 그래도 차별화 된 포인트를 찾자면 젊음과 역동성을 꼽을 수 있다. 프리즈 서울은 규모나 가격면에서 모두 정상급에 있는 아트페어이고, 키아프는 젊은 작가의 신작과 기성작가의 신작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Q. 올해 특히 초고액자산가(슈퍼리치)의 키아프 참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들었다. 2023 키아프 성과는 어떻게 점치고 있나.

A. 사회 안팎으로 경기불황과 소비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키아프만큼은 괜찮다고 본다. 큰 손 유입을 위해 해외에서 컬렉터를 초청하기 위해 노력했다. 상상 이상으로 해외에서도 키아프 서울에 대한 반응과 관심도가 높은 편인데 올해 그 효과가 증명되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엔 프리즈 서울과 통계적으로 비교되면서 격차가 크다는 시각이 있었지만 올해는 그 격차를 최대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2001년 키아프 출범의 주역으로 꼽힌다. 당시 미술계 상황은 어땠나. 키아프의 출범을 이끈 배경도 궁금하다.

A. 벌써 22년 전이다. 당시엔 미술에 대한 관심이 지금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던 시절이었다. 다만 작가는 많았다. 국내 교육 정책에 따라 작가가 과잉배출된 것이다. 미대 졸업 후 별다른 직업 없이 작품 활동도 못하고 은퇴하는 이들이 많았던 시기다. 그렇게 10년이 지나면 1~2% 정도만 작가로 살아남는 상황이었다. 정부가 나서서 국내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때 우리도 괜찮은 아트페어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정부도 적극 지원해줬다. 기대 이상의 반응이 이어졌다. 교육제도 미비로 발생한 작가 과잉배출 현상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이 아시아 미술시장으로 뻗어나가는 데 가장 큰 중심 역할을 한 것이다.

Q. 30년간 미술계에 몸담아 오면서 여러 가지 최초 시도를 많이 했다. 미술계 발전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그중에서도 대표적으로 꼽을만한 성과가 있나.

A. 단연 키아프다. 화랑협회 국제이사를 맡고 있던 시절 국내를 대표하는 아트페어를 만들자고 제안했을 때 주변에선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아트페어를 할 만한 장소와 비용도 모두 막연했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을 설득해 키아프가 만들어졌고, 22년 간 국내 간판 아트페어로 성장했으니 성과로 볼 만 하다.

개인적으론 호텔아트페어를 시도하면서 K-아트 세계화에 밑거름을 다진 것과, 판화사진진흥협회장을 10년간 역임하면서 미술계에서도 비교적 소외된 분야인 판화와 사진 발전에 기여했다는 자부심도 있다.
 
Q. 정·재계를 막론하고 마당발 인맥으로도 유명한데, 재계 인사들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어오고 있나.

A. 미술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정·재계 인사 중에 국내 미술계 발전을 위해 보이지 않게 노력하는 분들이 많다. 정치나 사회가 아무리 혼란스럽다고 해도 미술과 문화예술은 그 중심을 잃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미술계에 대한 지원도 높은 편이다. 그러면서 맺어진 인연들과 오랜 기간 공감대를 이어오고 있다.

키아프 조직위원장인 구자열 LS그룹 회장(한국무역협회장)을 비롯해 박병원(안민정책포럼 이사장) 전 조직위원장, 유진용(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직위원,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 등이 든든한 지원자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이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 한국화랑협회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Q. 올해 초 21대 한국화랑협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공약인 미술품 양도세 비과세, 상속세 물납제 등을 이뤄내면서 미술계 숙원을 해결했는데, 2년간 협회장으로서 더 이루고 싶은 것이 있나.

A. 키아프의 브랜드화를 가장 먼저 이끌어 내고 싶다. 키아프는 한때 아시아 1위 아트페어였다가 아트바젤 홍콩, 상하이 웨스트번드 아트페어 등에 밀리면서 6~7위까지 밀려났다. 키아프의 위상을 살려 바젤이나 프리즈처럼 세계적인 아트페어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있다. 빠른 시일내에 무역협회, 코엑스와 손잡고 키아프를 해외에서 개최하려고 한다. 협회는 현재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Q.국내 미술계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 세가지만 꼽자면 무엇이 있을까.

A. 작가와 정부의 지원, 그리고 화랑의 역할이다. 우선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우수한 작가들이 많다. 이들을 잘 발굴해 내는 것이 첫 번째 미션일 것 같다. 미술계 발전은 정부와 손발을 맞추지 않고는 힘들기 때문에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 지원도 함께 동반돼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컬렉터와 작가를 이어줄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는 화랑들이다. 아직까지 중소도시엔 화랑이 거의 없다. 화랑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화랑도 너무 많은데 전국적으로 화랑이 많이 생기고 교류도 더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백향목, 써드 휠(Third Wheel). [사진 키아프 서울]

Q. 앞으로 국내 미술시장 전망은 어떤가. 아시아 시장 패권 경쟁도 치열한 데 여기서 한국이 가져가야 할 포지셔닝은 무엇이라고 보나.

A. 프리즈와 키아프가 공동으로 아트페어를 열면서 서울이 아트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는 것 같다. 올해가 지나고 프리즈와 남은 아트페어 3년을 더 하게 되면 틀림없이 긍정적인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아시아 시장 패권을 놓고도 한국의 장점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나라 중국은 한국보다 인구 수가 30배 많지만 작가 수는 비슷한 수준이다. 인구 3배가 더 많은 일본은 작가 수가 한국보다 더 적다.

생산자가 많은 나라에 좋은 작가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중국은 미술품 관세가 매우 높은 편이다. 일본은 지진 등 지리적 여건 특성상 아트페어를 여는 조건이 까다로워 미술 시장이 성장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모든 측면에서 한국이 우위에 있는 셈이다. 개인적으론 미술도 미술이지만 음악과 음식 등 K-콘텐츠가 함께 힘을 합치면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정상에 오르는 일도 머지 않았다고 본다.

Q. 금산갤러리도 31년간 이끌어오고 있다. 갤러리 대표로서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A. 젊은 작가에 대한 투자는 아끼고 싶지 않다. 젊은 작가 발굴과 숨어있는 신진 작가들에게 투자해 같이 성장하는 시도를 앞으로도 많이 할 것이다. 또 국내 집단에선 허약한 미술 기획자와 평론가를 돕기 위한 지원과 운동을 해나갈 생각이다. 궁극적으론 미술 작품을 좋아서 구입하고 작품을 통해 좋은 에너지를 얻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투자관점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긍정적 에너지를 얻는 데 의미를 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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