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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AI 특화 서비스 범위는 ‘대한민국’…“8.15 사명감으로 개발”

[하이퍼클로바X ‘출격’]① “외산 플랫폼 ‘종속’ 대응해 만든 모델”

네이버의 차세대 초대규모 AI 모델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거센 생성형 AI 모델 경쟁에 대응해 국내 최대 플랫폼이란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네이버의 무기가 마련된 셈이다.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변화될 네이버의 모습을 짚는다. [편집자주]
네이버의 차세대 초대규모 인공지능 모델 ‘하이퍼클로바X’ 로고. [제공 네이버]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인공지능(AI) 개발의 최대 화두는 단연 ‘특화 서비스’다. 생성형 AI(Generative AI) 등장으로 기능이 고도화되고 있다곤 하지만, 단 하나의 모델로 사회 모든 영역을 아우르기란 현재로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델을 어디에, 어떻게 특화할지를 두고 여러 빅테크가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유다.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으로 세계 AI 경쟁에 참전 중인 네이버 역시 이와 비슷한 고민을 전개하고 있다. 네이버가 설정한 차세대 초대규모 AI 모델의 특화 서비스 범위는 ‘대한민국’이다.

베일 벗은 하이퍼클로바X…‘한국 맥락’ 이해하는 AI

네이버는 24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단(DAN) 23’ 콘퍼런스를 열고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를 정식 공개했다. 하이퍼클로바X는 2021년 5월 내놓은 하이퍼클로바를 개선한 모델로, 네이버의 다양한 AI 서비스를 구동하는 역할을 한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비롯한 기술 리더들이 총출동해 기술 방향성과 사업 전략을 공유했다. 회사는 이날 자체 개발한 초대규모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의 주요 성능과 이를 기반으로 작동할 차세대 서비스도 대거 공개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가 구글·오픈AI 등 ‘IT 공룡’이 내놓은 모델과 비교해 성능 면에서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또 한국어 처리 비용 측면에서 경쟁 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초대규모 AI 모델을 동작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사용자 의도에 맞는 결과물의 ‘생성’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한 산물이다. 이는 서버 운영 비용과 전기 사용을 전제로 한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한 질문이나 명령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검색보다 100~200배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생성형 AI 서비스로 꼽히는 챗GPT로 비유하자면, 답변을 생성할 때마다 비용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오픈AI는 챗GPT를 동작하는 AI 모델 GPT-4를 기업 간 거래(B2B) 상품으로 제공할 때, 토큰(언어 처리의 기본 단위)을 기준으로 비용을 받고 있기도 하다. 1000 프롬프트 토큰(영어 단어 약 750개) 당 0.03달러(약 39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토큰당 처리할 수 있는 문자 수가 언어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챗GPT의 경우 영어는 4글자당 1개의 토큰이 드는 반면, 한글은 1글자에 2~3개 정도의 토큰이 필요하다. GPT-4에 학습된 데이터에 영어가 한국어보다 더 많아 발생한 차이다.

네이버는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지난 2월 하이퍼클로바X에 대한 구상을 처음으로 공개했을 때 회사는 ‘챗GPT 대비 한국어 데이터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한 모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만큼 한국어를 처리하는데 경쟁 모델보다 비용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셈이다.

네이버는 또 스스로 하이퍼클로바X 성능이 글로벌 빅테크가 내놓은 모델과 ‘어깨를 견줄’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차별화 지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하이퍼클로바X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글로벌 빅테크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보유한 자원을 대부분 ‘한국어’에 집중한 모델로 하이퍼클로바X가 마련된 만큼, 영어에 집중한 글로벌 모델 대비 국내 서비스 구축에 적합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글로벌 플랫폼 종속 막을 모델”

네이버 기술 리더들은 한국어 모델이 ‘외산 기업의 종속’을 막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최 대표는 “자연스러운 한국어 표현과 한국 사회의 맥락·제도 등을 이해하고 있는 생성형 AI로 하이퍼클로바X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며 “국내 시장에서 요구되는 지점들을 면밀하게 파악해 서비스를 구축한 만큼 성능 측면에서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이 24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단(DAN) 23’ 콘퍼런스 무대에 올라 발표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도 ‘한국의 맥락을 이해하는’ 모델이 국내에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데이터를 많이 넣으면 높은 지능의 AI가 마련된다는 점은 이미 학술적으로 밝혀졌다. 또 특화된 데이터를 학습시키면 특정 영역에서 높은 성능의 모델이 구현된다는 점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며 “우리가 바라는 AI는 사실 ‘한국에 맞는’ 형태다. 대한민국만의 맥락이 있고, 이를 이해하는 AI가 국내 시장에 필요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한 AI는 그만큼 보유한 자원을 다양한 지점에 투입해야 한다. 고비용의 모델이란 의미다. 성 총괄은 이에 대해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AI가 하이퍼클로바X와 동일한 성능을 내려면, 고비용 구조를 지닐 수밖에 없다”며 “(빅테크와) 동일한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만큼, 이를 한국 시장에 집중한 네이버만의 차별점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 총괄은 네이버가 ‘한국 기업’이라 지니는 강점도 짚었다. 그는 “한국형 AI 모델이 없다면, 향후 글로벌 서비스가 ‘허용하기 어려운 수준’일지라도 이를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네이버는 이런 강제 수용에 대응하고자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한국인의 삶이 들어가면 한국인의 삶에 도움이 되는 AI 모델이 나온다. 외산 기업이 만든 AI 모델은 아무래도 우리를 홀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다고 외산 기업이 국내 서비스를 제공할 때 성능이 부족하다고 가격을 낮추는 식의 접근을 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성능이 낮은 모델을 높은 비용을 내고 사용하는 ‘종속’을 피하는 게 네이버의 목표다”라며 “8.15 광복과 비슷한 어떤 사명감으로 개발에 참여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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