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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과 일산은 어떻게 대표 신도시가 됐나[김현아의 시티라이브]

[수도권 두 도시 이야기]①
‘대표 신도시’ 분당·일산의 비슷한 출발, 다른 성장 경로
파주-제조업, 판교-IT...주택시장 결과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아파트 전경.[사진 연합뉴스]
[김현아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신도시는 몇 개일까. 수도권 신도시만 헤아려 보면 1기 신도시 5곳, 2기 신도시 11곳, 3기 신도시 6곳 등 22개에 이른다. 경기도가 28개시 3개의 군으로 구성된 점을 감안하면 경기도내 도시의 3분의 2는 직간접적으로 신도시와 연관돼 있는 셈이다.

1기 신도시는 1987년부터 급등한 서울의 집값, 임대료에 대한 긴급처방이었다. 당시 집값 폭등은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전세값 폭등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사태의 심각함은 정치권에도 그대로 전달됐다. 당시 민주정의당 대선 후보 노태우(전 대통령)후보는 ‘주택 200만호 공급’ 공약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대통령 당선 후 이를 바로 정책으로 발표했고 6개월 만에 분당 신도시가 첫삽을 뜨게 된다.

정부와 대통령의 의지 덕분이었을까. 1기 신도시는 계획 발표 2년 만에 첫 입주를 시작할 만큼 긴박하고 신속하게 진행된 대표적 신도시가 됐다.

베드타운 벗어나려던 분당과 일산 

분당과 일산은 모두 수도권 주택난 해소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수도권 남부인 분당은 개발목적이나 계획 당시의 주요 기능부터 기업배치와 자족기반을 고민한 반면, 수도권 서북부인 일산은 남북통일을 대비한 거점도시라는 다소 애매한 목적과 기능을 부여 받았다.

그렇지만 이 둘은 2000년대 중반까지도 서울의 베드타운에 불과했다. 특히 일산은 서울의 ‘주택공장’ 역할을 담당했다.

신도시 개발은 주변의 주택공급 촉진을 야기하게 된다. 신도시로 공급된 주택 수는 당초 분당이 9만8000호였다. 지난해 말 기준 분당의 주택 수는 14만5000호로 크게 늘었다. 일산은 개발 초기 6만9000호 주택을 공급했지만 현재는 24만5000호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또 당초 분당의 계획인구는 39만명이었지만 현재 48만4000명이 됐고 계획인구가 27만6000명이었던 일산은 58만6000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 일산 동서구로 분구까지 됐다. 

1기 신도시 개발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값 안정효과는 15년을 넘기지 못했다. 참여정부는 다시 서울과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2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한다. 1기 신도시 때와 차이점은 2기 신도시 진행에 앞서 분당과 일산에 인접한 파주와 판교에 기업과 산업기능을 유치하려는 노력이 함께 진행됐다는 점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전경.[사진 성남시]

LCD 사업 내리막...일산·파주 미분양 단초

다만 한쪽은 (제조업)기업을, 다른 한쪽은 (IT)산업 클러스터를 선택했다는 차이만 있었다. 수도권 북부는 북한과의 대치라는 한반도 특성상 늘 산업기능에서 배제됐던 지역이다.

그런 가운데 액정 디스플레이(Liquid Crystal Display:LCD) 생산에 선두를 달리던 LG디스플레이가 필립스와 합작해 파주에 제조공장을 만든다는 것은 매우 파격적인 뉴스였다. 당시만 해도 정부는 지역균형개발 차원에서 기업유치와 분산 유도 정책을 펼쳤다. 파주 P7은 2005년 준공된 이후 200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LCD TV 패널을 생산하며 디스플레이 신화를 쓰기 시작했는데 노무현 당시 대통령도 준공식에 직접 참석해 세계 LCD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관계자들을 직접 격려하기도 했다.

한편, 판교는 (제조업)기업이 아닌 IT산업을 선택했다. 수도권 남부에는 이미 많은 제조업 공장이 있었고, 기존 시설들을 끌어오는 것은 제로섬 게임에 불과했다. 그 결과, 판교 테크노밸리는 현재 IT융합기술 중심의 클러스터로 발전했다.

판교에는 카카오, 엔씨소프트, 블루홀, 메디포스트 등 국내 유수의 IT⋅게임⋅바이오 분야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과 카이스트 등 첨단 기술 관련 연구기관도 들어섰다. 반면 파주의 LCD TV 패널 라인은 2022년 말 가동을 중단한다. LCD 호황기가 2017년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디스플레이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이들이 원가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했고 LCD 패널 공급 과잉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채산성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공교롭게 일산과 파주의 주택경기 사이클도 이와 일치한다. 2000년대 주택경기 상승세에 뒤늦게 합류한 이들 도시들은 똑같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을 추진했다. 하지만 201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면 일산과 파주는 모두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맞게 됐다.

이때 맞닥뜨린 주택과잉의 굴레는 이 두 도시의 운명을 가르는데 촉매제 역할을 했다. 2기 신도시 중 파주는 여전히 공급해야 할 주택이 남아 있을 정도로 후유증이 생겼다. 또 2기 때보다 입지적 조건이 좋은 3기 신도시가 대기 중이라 파주의 주택 수요가 더 상승할 여력도 많지 않다. 아울러 수도권 남부는 주택보다 기업과 산업체가 더 많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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