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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와 전쟁 중인 전문직 플랫폼, 언제 끝나나

[전문직 플랫폼 성장통]②
법무부, 변협과 로톡 간 갈등에서 로톡 측 손을 들어줘
전문직역과 갈등 상황에 놓인 타 혁신 플랫폼 ‘개화’ 기대
산업 변화에 따른 규제 완화 필요…플랫폼 서비스 보완 발맞춰야

엄보운 로앤컴퍼니 이사(오른쪽)가 지난 9월 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리는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 관련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의 2차 심의에 출석하기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전문직 서비스 플랫폼들의 성장통이 한창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IT)이 발전하면서 성역처럼 여겨졌던 전문직 산업에도 변화가 일고 있지만, 기득권 층의 반대는 거셌다. 

하지만 최근 법무부가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간 갈등에서 로톡 측 손을 들어주며 리걸테크가 개화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이에 타 전문직역과 갈등 상황에 놓인 혁신 플랫폼들도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돈다. 

법무부는 지난 9월 26일 변호사징계위원회를 열고 로톡을 이용한 변호사 123명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내린 징계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법무부 징계위는 로톡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장을 제공할 뿐 양측을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변호사 광고규정 제5조 2항 1호는 변호사가 ‘돈을 받고 사건을 알선하는 행위’에 협조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는데, 로톡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로톡은 2015년부터 변협 등 변호사 단체들과 운영의 적법성을 놓고 다퉈왔다. 변협은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3차례 고발했으나 검찰과 경찰은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2021년 5월 변협이 로톡과 같은 법률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하는 내용의 변호사윤리장전 조항을 신설해 논란이 재 점화됐다. 당시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소속 변호사들에게 3개월 이내 로톡, 로앤굿, 로시컴 등 법률 플랫폼을 탈퇴하라고 공지도 보냈다. 

리걸테크 업계는 이번 법무부의 결정에 향후 리걸테크의 성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반응이다. 리걸테크 업계 관계자는 “지난 3년여 간 변협의 과도한 공격 속에 가혹하리 만큼 힘든 고통을 겪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 덕분에 많은 국민들이 법률 플랫폼이 무엇인지 알고, 변호사들도 리걸테크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갖게 됐다”며 “최근 리걸테크 AI 포럼이 열렸는데, 200여명 정원을 초과하여 400여명의 법조인 등 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한 것도 하나의 방증이다”고 말했다. 

법률 외 의료·세무 등 전문 서비스 플랫폼 과제 여전 

법무부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전문직역과 갈등 상황에 놓인 타 혁신 플랫폼에게도 성장 활로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털플랫폼으로 변신한 ‘닥터나우’와 대한약사회,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와 대한의사협회, 세무플랫폼 ‘삼쩜삼’과 한국세무사회 등은 그간 갈등을 겪어왔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법률 서비스 혁신을 시도하고 있는 리걸테크 스타트업 앞에 글로벌 시장으로의 길이 열렸다”며 “기존 산업 및 기득권 세력과 갈등을 겪고 있는 다수 스타트업에게도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줬다”고 밝혔다.

정부의 규제완화와 발맞춰 전문직 서비스 플랫폼들은 기존 산업과의 갈등 해소, 서비스 개선 등의 노력 또한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닥터나우의 경우 최근 기존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서 포털플랫폼으로 전환했고, 강남언니 플랫폼의 대표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닥터나우는 지난 9월 의료포털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계도기간이 지난 9월 31일로 종료됨에 따라 닥터나우는 비대면진료 중심으로 이뤄지던 서비스 체계를 개편했다. 그간 진행하던 24시간 실시간 무료 상담에 증상 검색, 병원 찾기·예약 등 이용자가 실생활에서 필요로 할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닥터나우가 이렇게 사업을 전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기간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진료가 시범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이용 조건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동일 상병, 동일 의료기관에서 30일 이내 진료받은 적이 있는 재진 환자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이용자의 급감이 확실시된 것으로 분석됐다. 

그간 닥터나우는 대한약사회와 대립해 왔다. 대한약사회는 닥터나우를 비롯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의약품 오·남용, 환자의 선택권 제한 등의 문제를 두고 도입 반대를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의료포털로의 전환을 계기로 의료계 협회와 협력도 강화하는 모습이다. 닥터나우는 최근 대한외과의사회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활용한 병원운영 효율화에 나섰다. 

강남언니는 의사협회와 의료 광고를 두고 서로 날을 세워왔다. 강남언니는 소비자들이 저렴한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수술 종류별 가격 등을 공개하는 기능을 도입했는데, 의협은 “가격만이 의료 서비스의 기준이 될 수 있다”며 해당 기능의 삭제를 요구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플랫폼의 의료광고에서 비급여 진료 가격을 기재하는 것, 의료광고에서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치료전후사진을 사용하는 것, 사용자 후기도 몇 가지 조건이 있지만 합법이라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의사협회의 반발은 계속 됐다. 지난 7월엔 강남언니의 운영사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가 2심에서도 유죄판결을 받았다. 홍 대표는 지난 2015년 9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강남언니를 운영하면서 이용자가 쿠폰 등을 이용해 앱으로 의료상품을 결제할 경우 수수료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플랫폼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해 시정 조치와 단속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이용자의 주민번호를 수집한 삼쩜삼이 과태료·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과 관련,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정보위는 지난 6월 삼쩜삼 앱 운영 사업자에 대해 ‘주민등록번호 단순 전달 후 파기 및 보유 금지’ 등의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8억5410만원 및 과태료 1200만원을 부과했다. 삼쩜삼이 이용자로부터 수집한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홈택스 로그인 및 소득 관련 정보의 수집, 세무대리인 수임 동의, 환급신고 대행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법령에 근거 없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보관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전문직 플랫폼들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기득권의 맹목적인 카르텔은 지양되어야 한다. 규제 역시 이용자들의 효용성, 산업의 변화 등에 맞춰 보완이 필요하다. 다만 해당 플랫폼 역시 소비자 피해 등을 부를 수 있는 정보나 기술을 악용해서는 안되고, 우려가 있는 서비스는 수정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직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최근 플랫폼, AI 등 신산업의 등장으로 인해 전문직 산업에도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고 있어 과도기라고 생각한다”며 “기존의 규제는 이러한 변화를 예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산업의 발전양상에 따라 제도를 수정,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협회도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열린 자세로 포용하면서 산업의 발전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 당위와 현실을 냉정하게 구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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