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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넘어 ‘생성형 AI’…"법률 서비스를 바꿔놓을 강력한 바람"

[전문직 플랫폼 성장통]③
민명기 로앤굿 대표 인터뷰
의뢰인-변호사, 상호작용 돕는 종합 법률 플랫폼 지향
생성형 AI 선도적 활용…다양한 분야 적용 가능성 ↑

민명기 로앤굿(LawandGood)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는 ‘리걸테크’(법률정보기술) 분야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플랫폼 경쟁을 넘어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은 법률산업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국내에서 생성형 AI를 법률산업에 선도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앤굿’(LawandGood)을 만나봤다. 

민명기 로앤굿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사법고시를 합격한 변호사다. 대형로펌에 입사했지만 3개월 만에 퇴사하고 리걸테크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학창시절 프로그래밍 동아리를 했을 만큼 IT에 관심이 많았던 민 대표는 법조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는 시대 흐름을 지켜만 볼 수 없었다. 결국 안정적인 법조인의 삶이 아닌 리걸테크 분야의 빠른 변화를 직접 개척하기 위해 나서게 됐다. 

민 대표는 지난 2020년 로앤굿을 설립했다. 지난해 8월 기준 법인설립 2년 3개월 만에 총 누적 100억원 이상의 투자도 유치했다. 앞서 민 대표는 법률구조공단에서 1년 4개월 동안 구조 팀장으로 일했는데, 이 때 대국민 법률서비스의 수준이 너무 낮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그는 기존 법률 서비스들이 변호사를 위한 서비스가 대부분이고 의뢰인을 위한 서비스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민 대표는 “변호사만을 위한다기보다는 일반 국민과의 상호작용 지점을 혁신하고 싶다는 나름대로의 가치관이 있었다”고 말했다. 

민 대표의 이러한 가치관에 따라 로앤굿은 의뢰인에게 집중한 법률 서비스 생태계를 조성했다. 그는 “의뢰인이 법률정보를 탐색한 후 변호사와 상담하고, 변호사를 선임하며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을 모두 아우르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점이 다른 리걸테크 기업과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며 “국내에서 최초로 ‘소송금융’ 서비스, ‘AI상담 챗봇’을 낸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의뢰인에 집중한 법률 서비스 생태계 조성 

로앤굿은 의뢰인들이 변호사를 찾을 때 여러 변호사의 제안서를 받을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이 법률을 상담하는 지점에서의 로앤굿이 주는 첫 번째 단계의 가치(밸류)이다. 그 다음 법률을 상담한 후에 변호사를 선임할 때는 소송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송금융 서비스란 이길 만한 소송이라고 판단하면 변호사비를 모두 지급해준 후 승소 후 성공보수처럼 약정금을 돌려받고, 만약 패소하면 아무것도 돌려받지 않는 서비스다. 영미권에서는 소송금융, 독일에서는 법률보험 등의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로앤굿은 올해 3월 국내 최초로 소송금융 서비스를 선보였다. 

민 대표는 “일본의 경우 소송 금융 회사가 나온 지 5년 정도 됐다”며 “지금 일본도 나름대로는 잘하고 있지만 최근 6개월간의 로앤굿의 실적이 일본과 비교해 보면 거의 2~3배 정도 더 빠르다”고 말했다. 

비결은 로앤굿이 플랫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소송 금융사뿐만 아니라 모든 해외 소송 금융사들은 플랫폼이 없다. 로앤굿은 플랫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소송금융 신청을 하는 의뢰인들을 많이 확보함으로써 올 들어 처음 소송금융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빠른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민 대표는 소송금융 서비스를 선보인 배경에 대해 “변호사와 실제 계약 단계에서 줄 수 있는 밸류가 뭔지를 고민했다”며 “비대면 변호사 선임, 전자계약 서비스 등 여러 가지를 테스트를 해봤다. 그런데 의뢰인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때 ‘페인 포인트’(pain point·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지점)는 결국 경제적 이유가 제일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를 선임한 이후에는 의뢰인 입장에서도 재판 일정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도 로앤굿의 특별한 대표 기능이다. 재판 관리 일정 어플리케이션(앱)을 최근 업데이트 했는데, 변호사와 의뢰인이 재판 일정 관리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채팅도 할 수 있다. 민 대표는 “몇 달 전에 권경애 변호사 사건이 있었던 것처럼 의뢰인들이 자기 사건을 관리하기가 사실 어렵다”며 “서류가 언제 오는지, 출석을 언제 하는지 이런 것들을 의뢰인들이 잘 확인을 못하는데, 담당 변호사와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의뢰인-변호사, 상호 혁신 종합 법률 플랫폼 지향

로앤굿은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을 활용해 국내법에 특화된 변호사용 AI 챗봇을 만들고 있다. [자료 로앤굿]

로앤굿은 나아가 의뢰인과 변호사의 상호작용(interaction)을 혁신하는 종합 법률 플랫폼을 지향한다. 특히 국내에서 최초이자 선도적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함으로써 자연어 검색이 가능한 AI 챗봇을 만들고 있다. 

로앤굿은 생성형 AI 전문 기업 위커버와 합작법인 리걸AI을 설립해 자체 보유한 35만개의 상담데이터 및 외부 법률정보 데이터를 GPT3.5, GPT4 등 거대언어모델(LLM)에 학습시켜 자연어 대화를 가능케 했다. 매월 2000명 이상의 의뢰인들이 AI상담을 받고 있고, AI는 이를 계속 학습하면서 고도화되고 있다. 

민 대표는 “어려운 법률 규제 정책 분야에서 일반인도 일상적으로 쓰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정확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생성형 AI가 출현했다”며 “가장 간단한 질의응답이 되는 일반인용 로앤봇을 출시해 누적 기준 1만명이 잘 사용하고 있고, 이걸 기초로 해서 변호사의 눈높이에도 맞는 변호사용 로앤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용 AI 챗봇에는 자연어 검색과 문석 작성 기능이 탑재될 예정으로 이미 한번 시제품은 공개했다. 전통적인 법률 리서치는 키워드 조합 검색에 의존해 결국은 변호사가 검색결과 내용을 모두 읽어야 한다. 하지만 자연어 기반 리서치는 의미와 문맥을 이해하고 출처를 알려줌으로써 매우 효율적인 리서치가 가능하다. 

법조분야 생성형 AI선도…다양한 분야 활용 기대

로앤굿은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을 활용해 국내법에 특화된 변호사용 AI 챗봇을 만들고 있다. 개인정보 포털에 공개된 최근 5년간 결정문과 심결례, 가이드라인, 판례집 등 총 4360페이지를 학습했다. 국내법 학습, 검색에 특화된 법률 모델 개발로 글로벌 범용 챗봇보다 더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미 해외에서 생성형 AI는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대형로펌들도 법조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송무 분야에서는 서면 업무의 상당수를 수행하고 있다. 또 자문 분야에서는 비정형적인 문서들을 법적으로 정리하고 필요한 형태로 가공하며 복합적 검토를 도와준다. 

민 대표는 “로앤봇은 다양한 분야에서 법률 서비스의 접근성을 혁신해 법조 산업의 생성형 AI 전환을 선도하고자 한다”며 “법무법인은 업무 효율화, 공공기관은 국민 및 기업 민원 처리, 기업은 규제·준법 리스크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열린 ‘리걸테크 AI 포럼’ 이후 일반 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로앤굿과의 협력 문의가 오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법조 분야에서 생성형 AI가 적극 쓰이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일례로 생성형 AI가 거짓 정보를 사실인 양 생성, 전달하는 현상인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민 대표는 “일반적인 범용 GPT는 정확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출처에서 정보를 계속 검색해 온다”며 “법률 AI는 범용 LLM과는 다르게 정확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특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률 같은 경우에는 폐쇄형DB여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공신력이 있고 정확한 정보만 학습시켰다는 거다”고 덧붙였다. 

자연어 기반 리서치는 의미와 문맥을 이해하고 출처를 알려줌으로써 매우 효율적이다. [자료 로앤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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