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DNA’가 연 400조 시장…‘희귀약 라인업’ 강화
[생로병사 마지막 퍼즐 Y염색체] ②
제약·바이오 기업들, 희귀질환 의약품 개발에 총력
치료제 개발 위한 파이프라인 진행 중…성장동력 강화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생명과학 분야에서 주요한 성과로 꼽히는 것은 유전체(게놈) 지도다. 유전체는 생물의 유전정보를 말하는데, 유전자가 사람의 몸에서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분석한 것이 유전체 지도다.
미국 국립인간게놈연구소는 지난 2003년 인간게놈프로젝트(HGP)를 통해 사람의 유전체를 분석한 유전체 지도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유전체 지도는 사람이 정복하지 못했던 수많은 질환을 치료할 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키웠다. 유전자는 디옥시리보핵산(DNA)으로 구성돼 있고, 이 DNA의 조합에 따라 생물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유전체 지도를 비롯한 여러 유전 분야 연구가 희망을 불러일으킨 영역이 또 있다. 유전성 질환이나 선천성 질환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희귀질환과 관련한 시장이다. 희귀질환은 한국을 기준으로 환자의 수가 2만명이 되지 않는 질환이다. 세계적으로 7000여 종의 희귀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도 75만명의 환자가 있다.
희귀질환을 향한 관심은 유전체 지도를 비롯한 유전 분야 연구가 발전하며 커졌다. 기저질환의 병리생리학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고, 여러 제도와 법안 등이 마련된 점도 희귀질환 시장의 가능성을 키웠다.
특히 여러 제도와 법안이 만들어지면서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희귀질환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이들 기업은 희귀질환 환자의 수가 적은 만큼 이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 개발에도 소홀했다. 하지만 세계 여러 규제기관이 희귀의약품을 다른 의약품보다 더 빠르게 허가하고, 이에 따라 약물을 신약으로 개발하는 성공률도 높아지면서 기업들도 희귀질환 환자가 쓸 수 있는 의약품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국가임상시험재단에 따르면 전 세계 희귀의약품 시장 규모는 오는 2028년이면 3000억 달러(약 4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실제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파이프라인이 진행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해 5월을 기준으로 신약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의 80% 가까이는 희귀질환 환자를 위한 의약품이었다. 이 중 후기 임상에 들어선 파이프라인은 항암제 파이프라인이 59%를 차지했고 내분비와 혈액, 면역 파이프라인은 8%, 정신 질환 파이프라인은 7% 정도였다.
기업들은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더 많은 역량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환자에게 꼭 맞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일이 신약 개발의 흐름으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일부를 잘라내는 유전자 가위 기술 등 새롭고 혁신적인 유전 분야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규제기관도 기업들이 희귀질환 치료제를 잘 개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의약품 시장인 미국의 식품의약국(FDA)도 기업들이 희귀질환 치료제를 잘 개발하도록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혜택을 주고 있다. 이 기관이 특정 기업의 물질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하면, 기업은 물질을 신약으로 개발하는 데 필요한 R&D 비용에 대해 세제 혜택을 받는다. 기업이 FDA에 임상시험 심사를 신청할 때는 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있고, FDA는 기업에 임상시험 설계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기도 한다.
FDA는 지난해 희귀의약품을 위한 우선심사제도도 신설했다. 희귀의약품이 임상시험과 인허가 절차를 거쳐 시장에 출시된다면, 이 의약품을 기업이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기간도 7년까지다. 다른 신약은 독점권 기간이 5년이다. 세계적으로는 FDA가 특정 기업의 물질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물질의 가치가 높아지기도 한다.
GC녹십자·종근당,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속도
해외 여러 기업들이 유전성 질환을 비롯한 희귀질환 의약품을 속속 개발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일찍이 유전성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해 주요 제품으로 삼았다.
유망한 바이오 기업들은 기술력을 앞세워 해외 기업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거나, 북미와 유럽을 비롯한 주요 의약품 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GC녹십자는 희귀질환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유전성 희귀질환인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했다. GC녹십자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이 치료제를 개발했으며, 현재 10여 개 국가에 헌터라제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인 노벨파마와는 산필리포증후군 A형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산필리포증후군 A형은 유전자 결함으로 중추신경계에 헤파란 황산염이 쌓여 중추신경계가 손상되는 유전성 질환이다. 현재 허가받은 치료제가 없어, 환자 대다수는 증상이 악화해 15세 전후에 사망한다. 회사는 올해 1월 FDA로부터 이 약물을 희귀소아질환 의약품(RPDD)으로 지정받았다.
종근당도 희귀질환과 관련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유전성 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 후보물질 ‘CKD-510’은 현재 임상 단계에 진입해 있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특정한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손상되는 말초신경병이다. 유아기나 청소년기에 나타나며 이후 손과 발의 근육이 위축되거나 모양이 변형돼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종근당은 지난 2020년 3월 FDA로부터 이 물질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헌팅턴증후군 치료제 후보물질인 ‘CKD-504’도 개발하고 있다. 헌팅턴증후군은 근육이 경련하거나 발작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유전성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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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인간게놈연구소는 지난 2003년 인간게놈프로젝트(HGP)를 통해 사람의 유전체를 분석한 유전체 지도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유전체 지도는 사람이 정복하지 못했던 수많은 질환을 치료할 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키웠다. 유전자는 디옥시리보핵산(DNA)으로 구성돼 있고, 이 DNA의 조합에 따라 생물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유전체 지도를 비롯한 여러 유전 분야 연구가 희망을 불러일으킨 영역이 또 있다. 유전성 질환이나 선천성 질환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희귀질환과 관련한 시장이다. 희귀질환은 한국을 기준으로 환자의 수가 2만명이 되지 않는 질환이다. 세계적으로 7000여 종의 희귀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도 75만명의 환자가 있다.
희귀질환을 향한 관심은 유전체 지도를 비롯한 유전 분야 연구가 발전하며 커졌다. 기저질환의 병리생리학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고, 여러 제도와 법안 등이 마련된 점도 희귀질환 시장의 가능성을 키웠다.
특히 여러 제도와 법안이 만들어지면서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희귀질환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이들 기업은 희귀질환 환자의 수가 적은 만큼 이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 개발에도 소홀했다. 하지만 세계 여러 규제기관이 희귀의약품을 다른 의약품보다 더 빠르게 허가하고, 이에 따라 약물을 신약으로 개발하는 성공률도 높아지면서 기업들도 희귀질환 환자가 쓸 수 있는 의약품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국가임상시험재단에 따르면 전 세계 희귀의약품 시장 규모는 오는 2028년이면 3000억 달러(약 4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실제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파이프라인이 진행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해 5월을 기준으로 신약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의 80% 가까이는 희귀질환 환자를 위한 의약품이었다. 이 중 후기 임상에 들어선 파이프라인은 항암제 파이프라인이 59%를 차지했고 내분비와 혈액, 면역 파이프라인은 8%, 정신 질환 파이프라인은 7% 정도였다.
기업들은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더 많은 역량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환자에게 꼭 맞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일이 신약 개발의 흐름으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일부를 잘라내는 유전자 가위 기술 등 새롭고 혁신적인 유전 분야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규제기관도 기업들이 희귀질환 치료제를 잘 개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의약품 시장인 미국의 식품의약국(FDA)도 기업들이 희귀질환 치료제를 잘 개발하도록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혜택을 주고 있다. 이 기관이 특정 기업의 물질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하면, 기업은 물질을 신약으로 개발하는 데 필요한 R&D 비용에 대해 세제 혜택을 받는다. 기업이 FDA에 임상시험 심사를 신청할 때는 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있고, FDA는 기업에 임상시험 설계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기도 한다.
FDA는 지난해 희귀의약품을 위한 우선심사제도도 신설했다. 희귀의약품이 임상시험과 인허가 절차를 거쳐 시장에 출시된다면, 이 의약품을 기업이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기간도 7년까지다. 다른 신약은 독점권 기간이 5년이다. 세계적으로는 FDA가 특정 기업의 물질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물질의 가치가 높아지기도 한다.
GC녹십자·종근당,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속도
해외 여러 기업들이 유전성 질환을 비롯한 희귀질환 의약품을 속속 개발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일찍이 유전성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해 주요 제품으로 삼았다.
유망한 바이오 기업들은 기술력을 앞세워 해외 기업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거나, 북미와 유럽을 비롯한 주요 의약품 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GC녹십자는 희귀질환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유전성 희귀질환인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했다. GC녹십자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이 치료제를 개발했으며, 현재 10여 개 국가에 헌터라제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인 노벨파마와는 산필리포증후군 A형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산필리포증후군 A형은 유전자 결함으로 중추신경계에 헤파란 황산염이 쌓여 중추신경계가 손상되는 유전성 질환이다. 현재 허가받은 치료제가 없어, 환자 대다수는 증상이 악화해 15세 전후에 사망한다. 회사는 올해 1월 FDA로부터 이 약물을 희귀소아질환 의약품(RPDD)으로 지정받았다.
종근당도 희귀질환과 관련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유전성 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 후보물질 ‘CKD-510’은 현재 임상 단계에 진입해 있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특정한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손상되는 말초신경병이다. 유아기나 청소년기에 나타나며 이후 손과 발의 근육이 위축되거나 모양이 변형돼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종근당은 지난 2020년 3월 FDA로부터 이 물질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헌팅턴증후군 치료제 후보물질인 ‘CKD-504’도 개발하고 있다. 헌팅턴증후군은 근육이 경련하거나 발작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유전성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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