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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 개화 기대감 높아지지만 여전히 장벽에 막힌 예비 기업들

금융위, 조각투자방식의 신종증권 시장 개설나서
해외와 비교해 법제도화 미비… “규제 현실화 필요성”

(왼쪽부터) 바이셀스탠다드 대표, 김경태 트레저러 대표, 회화인 뮤온오프 대표, 박도현 파이랩 대표가 11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열린 ‘2023 STO 써밋’에서 파이어사이드쳇을 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금융위원회(금융위)가 조각투자 신종 증권 거래를 위한 한국거래소의 시범 시장 개설을 허용하면서, 토큰증권발행(STO) 시장의 개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관련 산업을 준비해온 기업들은 여전히 해외와 비교해 우리나라 제도의 벽이 높다고 보는 분위기다. 아직 걸음마 단계의 STO 산업 성장을 위해 좀 더 빠른 법제도화 및 규제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정례회의를 거쳐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비정형적 신종증권(투자계약증권·비금전신탁수익증권) 시장을 개설하는 등 10건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신규 지정했다고 밝혔다. 상장은 분산 원장 기술 기반의 토큰증권(ST)이 아닌 기존 전자 증권 형태로 이뤄진다.

조각투자 방식의 신종증권은 일반투자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고가 미술품이나 저작권, 부동산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다. 이번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으로 거래소의 증권시장시스템을 활용한 매매거래, 상장, 공시, 청산결제 등이 가능해진다.

조각투자에 활용되는 토큰증권 상품은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신탁수익증권으로 나뉘는데 시범시장 개설로 유통이 불가능했던 투자계약증권이 수혜를 볼 전망이다. 현행법상 발행만 가능한 투자계약증권은 미술품, 한우 등의 공동 사업에 투자해 사업 손익을 귀속받는 형태다. 발행과 유통이 가능한 신탁수익증권은 부동산이나 음악저작권 등을 유동화해 신탁사가 수익증권으로 발행하며 이를 쪼개 시장에서 투자자들을 모집한다.

앞서 금융위가 ST를 투자계약증권으로 규정하고, 발행과 유통 분리 원칙을 천명하면서 1년 가까이 기존 ST 발행 기업들이 조각투자 상품 발행을 중단했다. 

지난 2월 금융위는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 투자계약증권 형식의 ST 발행을 허용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 면제 조치를 통한 사업재편을 승인을 받은 기업은 7곳뿐으로 ▲바이셀스탠다드(피스) ▲서울옥션블루(소투) ▲스탁키퍼(뱅카우) ▲알티너스(도트) ▲열매컴퍼니(아트앤가이드) ▲투게더아트(아트투게더) ▲테사(이하 플랫폼명 테사) 등이다.

일부 샌드박스를 통해 수익증권 발행-유통을 한시적(2년)으로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지만, 이 역시 부동산조각투자사 4곳(루센트블록, 비브릭, 카사, 펀블)과 음악저작권 조각투자 뮤직카우 등 소수에 불과했다. 

이번 혁신금융서비스를 신규 지정으로 조각투자가 좀 더 제도권 안으로 바짝 들어오는 모양새다. 하지만 기존 ST 기업들은 1호 투자계약증권 상품을 향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높은 허들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위기다. 모든 조각투자 상품은 가격대에 상관없이 투자계약증권 관련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높은 국내 장벽…해외로 눈돌리는 기업들 

신범준 바이셀스탠다드 대표(왼쪽)와 줄리안 콴(julian Kwan) IX스왑 창업자 겸 CEO가 MOU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바이셀스탠다드]

지난 8월 투게더아트 신고서를 제출했으나 결국 이를 철회하고 최근 다시 도전했다. 지난 11월 열매컴퍼니도 신고서를 제출했으나 금감원 정정신고 제출 요구로 정정신고서 다시 제출했다. 같은 달 서울옥션블루 역시 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승인 여부는 미지수다.

최근 뮤직카우의 경우, 음악 수익증권으로 1호 증권신고서를 승인받아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금감원은 설명자료를 통해 “증권신고서 승인을 하지 않았으며, 수익증권 발행일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반박했으며 “투자자 보호에 중점을 두고 엄격히 심사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1호 투자계약증권 승인이 이뤄진다고 해도 상품 발행 시마다 매번 적지 않은 시간과 자금이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현행 제도를 ‘간소화’해야 국내 ST 시장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상품 발행 시마다 필수적인 증권신고서는 분량이 수백페이지에 달하고, 인건비·판관비를 제외한 로펌, 감정평가 등 외부용역비로만 수천만 원을 지출해야 한다. 

또한 STO 상품 하나를 내는데 기업공개(IPO)에 준하는 작업과 비용이 필요한 점도 부담이 되고 있다. STO업계 관계자는 “IPO가 한번으로 끝나지만 STO는 지속적으로 상품을 출시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및 비용 부담이 크다”며 “이는 상품의 수익률을 낮추고, STO 기업들의 적극적인 토큰증권 발행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관련 법제도 역시 미비한 상황이다. 현재 STO 산업을 규율하는 제도는 자본시장법상의 투자계약증권 규정 및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이 유일하다. 국회에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나, 내년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아 회기 내 개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명확한 법제도가 없어 ST 기업들은 예측 가능한 준법운영을 진행하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한다.

이렇듯 국내 투자계약증권 신고서 승인이 난항을 겪고 있고,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한 샌드박스 역시 허들이 높아지면서 ST 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미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은 ST 발행과 유통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바이셀스탠다드는 지난 11월 싱가포르 STO 플랫폼 IX스왑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한국의 우량한 기초자산 및 K콘텐츠 등을 발굴, 싱가포르를 비롯한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인근 동남아 국가 투자자들에게 유통·공급하겠다”는 청사진 제시했다. 회사 창립자이자 CEO인 신범준 대표는 핀산협 산하 토큰증권협의회 초대 회장이다. 협의회 회장사이자 금융당국의 사업재편 승인을 받은 바이셀스탠다드까지 해외에 눈을 돌리는 것은 국내 규제가 과도하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펀더풀도 지난 11월 IX스왑과 K-콘텐츠 투자 접근성 개선 및 STO 시장 활성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윤성욱 펀더풀 대표는 “K-콘텐츠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모순된 상황에 놓여있다”며 해외 진출 의지를 밝혔다.

바른손랩스-EQBR도 최근 싱가포르에서 먼저 영화 STO 상품 출시를 위한 작업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강신범 바른손랩스 대표는 “제도화 측면에서 한발 앞서 있는 싱가포르 등 해외 시장에서 STO 상품화를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SNS, 동영상 플랫폼 등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지만 인터넷실명제, 저작권 3진아웃 등 갈라파고스 규제 등으로 해외 플랫폼에 자리를 내어준 것처럼 ST 산업 역시 금융선진시장과 비슷한 수준의 규제와 정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결국 미래 금융 먹거리를 해외에 내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신범준 토큰증권협의회 회장은 “정부가 STO를 제도권에 올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관리감독과 법제도의 테두리 아래서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인정할 부분이다”며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만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빠른 법제도화 및 규제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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