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난항’ 롯데카드…실적 부진에 발목 잡히나
[MBK의 아픈 손가락]①
한때 3조 몸값…시장선 ‘고평가’ 지적만
로카모빌리티 매각해 군살빼기 나섰지만
하나·우리금융 등 인수후보 고사 이어져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카드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4년 전 MBK파트너스 품에 안긴 롯데카드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새 주인을 찾고 있지만 몸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시장 평가만 받은 상태다. 고금리와 소비 감소 등으로 카드업황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실적까지 뒷걸음치고 있어 원매자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롯데카드는 지난 2019년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에 따라 매물로 나왔고, 같은해 5월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당시 MBK파트너스가 책정한 롯데카드 기업가치는 1조8000억원 수준이었다. 인수 당시 롯데카드 순이익은 517억원에 그쳤지만 지난 2021년 역대 최대인 2414억원을 기록했다. 실적이 상승 궤도에 오르면서 MBK파트너스는 인수 3년만인 지난해부터 롯데카드 매각을 본격 추진했다.
그러나 롯데카드 매각은 예상과 달리 흥행에 실패했다. 이미 지난해 한 차례 불발되기도 했다. 지난해 MBK파트너스는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같은해 9월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당시 예비입찰에 하나금융지주가 참여했지만, 기업가치(밸류에이션)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 하고 결국 매각은 최종 무산됐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적정 매각가로 3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MBK파트너스는 통매각 대신 분리매각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지난 4월 호주계 PEF 맥쿼리자산운용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롯데카드가 보유한 교통카드 사업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지분 100%을 4150억원에 매각했다. 지난해 불발된 매각을 재추진하기 전에 자회사를 떼어내 매각가를 낮추기 위한 의도였다.
롯데카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잔액을 줄이며 내부 통제 강화에도 주력했다. 롯데카드의 올해 상반기 기준 부동산 PF 잔액은 1조3967억원으로 1분기말 대비 9.76%(1510억원) 감소했다. 롯데카드는 2020년 2200억원 규모의 부동산 PF를 시작한 이후 지난해 말 1조5686억원까지 관련 대출을 꾸준히 늘려왔지만 올해 들어 새마을금고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부실 가능성이 대두되자 선제 조치에 나선 것이다.
통상 사모펀드 등 대주주가 기업을 매각할 땐 기업가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실적을 높이거나 부실 자산 등을 덜어내는 경우가 많다. 롯데카드의 경우 3조원이라는 몸값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계속된 만큼 자회사를 분리매각해 군살을 제거하고 부실 우려를 잠재워 투자 매력도를 높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적 부진에…기업가치 반등 ‘요원’
롯데카드 인수 후보로는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이 꼽힌다. 두 금융지주 모두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비은행 키우기에 나서고 있는데다, 하나카드와 우리카드가 카드업계 선두권에 있지 않은 만큼 롯데카드 인수에 욕심을 낼 만한 상황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2019년 MBK파트너스의 롯데카드 인수전에도 뛰어든 전력이 있어 롯데카드의 내·외부 사정을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유력 후보로 꼽힌 금융지주들은 카드사 인수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황 장기화 등을 고려하면 카드사가 매력적인 매물은 아니라는 평가다. 실제 롯데카드 지분 20%를 보유 중인 우리금융지주의 임종룡 회장도 최근 인수합병(M&A) 우선순위로 증권사를 언급했고, KB금융 역시 양종희 신임 회장이 인도네시아 KB부코핀 은행 정상화에 주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롯데카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롯데카드는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3657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7%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로카모빌리티 매각에 따른 대금이 일회성으로 반영된 결과다. 로카모빌리티 매각 효과를 제외한 롯데카드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67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7.8% 감소했다.
실적 부진은 롯데카드를 비롯한 카드 업계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자금 조달 수단인 여신금융채권(여전채) 금리가 올라 조달 비용이 급등한 탓이다. 부동산 PF 비중을 낮추곤 있지만 부동산 시장 불안에 따른 부실 우려도 여전하다. 현재 카드사 중 부동산 PF 사업을 하는 곳은 롯데카드와 신한카드 등 2곳 뿐이다. 특히 롯데카드의 경우 MBK파트너스 품에 안긴 뒤 수익성 개선을 위해 PF 사업을 빠르게 늘렸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와 금융권 전반의 대손비용 증가 영향으로 자회사 매각 효과를 제외한 이익 규모는 줄었다”며 “자회사 매각을 통한 자본확충으로 레버리지 배율이 개선됐다. 유동성 확보에 따른 조달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되고 있어 점진적으로 이익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롯데카드가 MBK파트너스로 편입된 직후인 2020년 3월부터 대표직을 맡아온 조좌진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로 만료된다. 조 대표 임기 4년간 기업 가치를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업황 부진에 따라 매각 결실을 맺기는 쉽지 않을 거란 평가도 나온다. 매각 여부와 상관없이 조 대표의 연임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롯데카드는 지난 2019년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에 따라 매물로 나왔고, 같은해 5월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당시 MBK파트너스가 책정한 롯데카드 기업가치는 1조8000억원 수준이었다. 인수 당시 롯데카드 순이익은 517억원에 그쳤지만 지난 2021년 역대 최대인 2414억원을 기록했다. 실적이 상승 궤도에 오르면서 MBK파트너스는 인수 3년만인 지난해부터 롯데카드 매각을 본격 추진했다.
그러나 롯데카드 매각은 예상과 달리 흥행에 실패했다. 이미 지난해 한 차례 불발되기도 했다. 지난해 MBK파트너스는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같은해 9월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당시 예비입찰에 하나금융지주가 참여했지만, 기업가치(밸류에이션)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 하고 결국 매각은 최종 무산됐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적정 매각가로 3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MBK파트너스는 통매각 대신 분리매각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지난 4월 호주계 PEF 맥쿼리자산운용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롯데카드가 보유한 교통카드 사업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지분 100%을 4150억원에 매각했다. 지난해 불발된 매각을 재추진하기 전에 자회사를 떼어내 매각가를 낮추기 위한 의도였다.
롯데카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잔액을 줄이며 내부 통제 강화에도 주력했다. 롯데카드의 올해 상반기 기준 부동산 PF 잔액은 1조3967억원으로 1분기말 대비 9.76%(1510억원) 감소했다. 롯데카드는 2020년 2200억원 규모의 부동산 PF를 시작한 이후 지난해 말 1조5686억원까지 관련 대출을 꾸준히 늘려왔지만 올해 들어 새마을금고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부실 가능성이 대두되자 선제 조치에 나선 것이다.
통상 사모펀드 등 대주주가 기업을 매각할 땐 기업가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실적을 높이거나 부실 자산 등을 덜어내는 경우가 많다. 롯데카드의 경우 3조원이라는 몸값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계속된 만큼 자회사를 분리매각해 군살을 제거하고 부실 우려를 잠재워 투자 매력도를 높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적 부진에…기업가치 반등 ‘요원’
롯데카드 인수 후보로는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이 꼽힌다. 두 금융지주 모두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비은행 키우기에 나서고 있는데다, 하나카드와 우리카드가 카드업계 선두권에 있지 않은 만큼 롯데카드 인수에 욕심을 낼 만한 상황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2019년 MBK파트너스의 롯데카드 인수전에도 뛰어든 전력이 있어 롯데카드의 내·외부 사정을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유력 후보로 꼽힌 금융지주들은 카드사 인수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황 장기화 등을 고려하면 카드사가 매력적인 매물은 아니라는 평가다. 실제 롯데카드 지분 20%를 보유 중인 우리금융지주의 임종룡 회장도 최근 인수합병(M&A) 우선순위로 증권사를 언급했고, KB금융 역시 양종희 신임 회장이 인도네시아 KB부코핀 은행 정상화에 주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롯데카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롯데카드는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3657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7%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로카모빌리티 매각에 따른 대금이 일회성으로 반영된 결과다. 로카모빌리티 매각 효과를 제외한 롯데카드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67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7.8% 감소했다.
실적 부진은 롯데카드를 비롯한 카드 업계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자금 조달 수단인 여신금융채권(여전채) 금리가 올라 조달 비용이 급등한 탓이다. 부동산 PF 비중을 낮추곤 있지만 부동산 시장 불안에 따른 부실 우려도 여전하다. 현재 카드사 중 부동산 PF 사업을 하는 곳은 롯데카드와 신한카드 등 2곳 뿐이다. 특히 롯데카드의 경우 MBK파트너스 품에 안긴 뒤 수익성 개선을 위해 PF 사업을 빠르게 늘렸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와 금융권 전반의 대손비용 증가 영향으로 자회사 매각 효과를 제외한 이익 규모는 줄었다”며 “자회사 매각을 통한 자본확충으로 레버리지 배율이 개선됐다. 유동성 확보에 따른 조달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되고 있어 점진적으로 이익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롯데카드가 MBK파트너스로 편입된 직후인 2020년 3월부터 대표직을 맡아온 조좌진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로 만료된다. 조 대표 임기 4년간 기업 가치를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업황 부진에 따라 매각 결실을 맺기는 쉽지 않을 거란 평가도 나온다. 매각 여부와 상관없이 조 대표의 연임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정용진의 3.4조 G마켓 구하기...알리바바 ‘신의 한 수’ 될까
2KG에코솔루션, 100억 규모 ‘바이오중유’ 입찰 수주
3벤츠, E클래스 명성 ‘E200 아방가르드’로 잇는다
413년간 숨만 쉬고 모아야...내 집 마련에 멀어지는 서민들
5짧은 원피스 입고 "문의 주세용!"…중고마켓서 이젠 '여친'도 판다?
6라이엇 게임즈, ‘한국 문화유산’ 위해 국가유산청과 후원협약 체결
7닷밀, IBK기업은행과 문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협력 체결
8 尹 탄핵심판 다음 재판 1월 3일…헌재 "사안 중대성 고려"
9농협금융, 차기 회장 후보에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