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UAM·양자·커뮤니티까지 새 먹거리 확보에 바쁜 통신사들
[통신·플랫폼의 이유있는 외도]①
국내 통신 시장 포화…‘탈통신’으로 활로 개척
SKT·KT·LG유플러스 자체 거대 언어 모델 개발에 집중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통신사들이 ‘탈(脫)통신’에 나서고 있다. 이미 포화한 통신 시장에서 벗어나 비통신 신사업에서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통신사들은 인공지능(AI)·도심항공교통(UAM)·양자암호 통신·커뮤니티 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 먹거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몇 년 전부터 ‘통신사’라는 꼬리표를 떼고자 큰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는 통신 분야에서 비중이 큰 이동 통신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다다르면서, 수익 창출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통신산업은 전형적인 내수산업이라는 점에서 해외 진출 역시 쉽지 않다.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도 거센 상황이다. 여기에 고령인구 증가로 인한 통신비 할인 규모 역시 점차 증가하는 모양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본업인 통신만 믿고 있기에는 향후 수익 악화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포화 상태에 다다른 통신 시장…통신비 인하 압박도
이런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최근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AI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3사는 자체 거대 언어 모델(LLM) 개발과 AI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를 출시하며 AI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 시장은 2032년에 약 1조 3000억 달러(약 17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으며, 한국IDC에선 국내 AI 시장이 2027년 4조4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SKT는 지난해 9월 T타워 수펙스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I를 중심으로 자체 경쟁력 강화와 전방위 협력을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으며, KT는 지난해 10월 말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초거대 AI ‘믿음’(Mi:dm) 출시를 발표했다.
UAM도 통신사들이 집중하는 분야다. UAM은 도심 내 3차원 공중 교통체계를 활용한 항공운송 생태계로, 도심에서 이동 효율성을 극대화한 미래형 에어택시를 말한다. 전기 수직 이착륙(eVTOL)이 가능한 개인 항공기(PAV)와 결합해 승객이나 화물 운송을 목적으로 운용된다.
국토교통부 K-UAM 로드맵에 따르면, UAM 글로벌 시장 규모는 초기 상용화 시점인 2025년 109억 달러, 2030년 615억 달러로 급성장해 2040년에는 609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UAM 시장이 2040년에 1조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2040년까지 국내 UAM 시장 규모가 13조원, 생산유발효과 23조원, 부가가치는 11조원에 이르고 일자리 창출만 16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UAM은 궁극적으로 자율 주행을 목표로 한다. 네트워크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통신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은 5G를 활용한 통신망 구축을 테스트하고 있지만 향후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는 6G 통신망 구축이 요구될 전망이다.
KT는 현대자동차·대한항공·현대건설·인천국제공항공사와 컨소시엄을 꾸리고 UAM 실증 사업에 참여했다. KT는 UAM 통신인프라와 데이터 플랫폼 개발, 모빌리티 사업 모델 연구, UATM 교통관리시스템 개발·실증 협력 등을 추진하고 있다. KT는 2022년 10월 UAM 전용 5G 항공망 구축을 완료하고 성능 검증을 마쳤다.
SK텔레콤은 한국공항공사·한화시스템·한국기상산업기술원·한국국토정보공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UAM 기반 기술 개발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6월 글로벌 UAM 기체 제조사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 이하 조비)에 1억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 역시 UAM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카카오모빌리티·GS칼텍스·제주항공 등과 컨소시엄을 구축해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꿈의 혁신 기술’로 불리는 양자암호통신 기술에 대해서도 국내 통신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SKT·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양자암호통신 관련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이다.
양자암호통신 기술이란 양자역학 원리를 적용, 빛의 가장 작은 단위인 광자에 정보를 담아 암호화해 전송하는 차세대 보안 통신 기술을 말한다. 양자컴퓨터 발전으로 기존 암호화 체계가 위협받으면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양자암호통신의 중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양자암호통신의 경우 빛의 입자인 광자에 정보를 저장해 통신하게 되는데 양자 상태의 광자를 이용하면 ‘복제 불가능성의 원리’나 ‘측정의 비가역성 원리’를 이용해 절대적으로 도청이 불가능한 암호화된 통신을 할 수 있다.
SK텔레콤 양자기술연구소 설립 후 관련 연구에 진심
양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리량의 최소 단위로 미세한 자극에도 상태가 변하는 특징을 지녔다. 제3자가 데이터를 탈취할 경우, 양자 정보가 변하게 돼 해킹이나 도청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2022 양자정보기술 백서에 따르면 양자암호통신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2년 이후 연평균 39.8% 성장해 2030년에는 24조5793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은 2011년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한 이래 꾸준히 양자 관련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특히 양자키분배기, 양자난수생성기를 중심으로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고도화해 왔다. 2018년에는 세계 1위 양자 보안기업 IDQ를 인수했으며, 2022년에는 SK브로드밴드와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과 연결되는 국제망 구간에 양자내성암호(PQC)를 상용화했다. 지난해 5월에는 네트워크 보안장비 회사 엑스게이트와 양자암호통신 기반 가상사설망(이하 VPN) 기술 개발을 완료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양자내성암호(PQC) 기술을 적용한 전용회선 서비스를 2022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U+ 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은 양자내성암호 기술이 적용된 광전송장비(ROADM)를 통해 해킹이 불가능한 보안환경을 제공한다. 기업 고객이 전용회선을 통해 데이터를 송·수신할 때 양자내성암호 키로 암호화·복호화하는 방식이다.
메타버스 및 커뮤니티 앱 등도 통신사들이 노리는 새 먹거리 중 하나다. 통신사 중 가장 발 빠르게 메타버스 시장에 진출했던 SK텔레콤은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프랜드는 SK텔레콤이 지난 2021년 7월 출시한 메타버스 서비스다. KT도 메타버스 플랫폼인 ‘지니버스’의 오픈베타(시범 서비스) 버전을 지난해 3월 선보였다. 지니버스에서는 나의 아바타와 공간을 직접 꾸미고, 친구를 초대해 AI에 기반을 둔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KT는 향후 ‘믿음’ 기반의 AI NPC를 본격적으로 도입해 차별화된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4월 MZ세대 고객을 위한 일상 기록 플랫폼 ‘베터’(Better)를 출시하기도 했다. 베터는 ‘더 나은(Better) 나를 만드는 기록의 공간’이라는 콘셉트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다. 이용자는 일상·운동·취미·맛집 등 원하는 주제로 ‘보드’(개인의 주제별 기록 모음)를 개설한 뒤 자신의 일상을 사진과 글을 업로드할 수 있다. 주제별로 정리된 자신만의 아카이브(기록 보관소)를 갖게 되는 셈이다. 베터는 긴 글로 구성되는 여타 블로그와 달리, 사진과 함께 1000자 이내 가벼운 글을 기록하는 것에 최적화돼 있어 1분 만에 손쉽게 기록을 남길 수 있다.
특히 베터는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에서 그치는 기존 SNS와 달리, 보드 개설 시 완료일을 설정하면 디데이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계획적인 일상, 이른바 ‘갓생살기’를 실천하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G유플러스는 베터가 출시 6개월 만에 다운로드 10만 건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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