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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품을 돈 마련하려면…팬오션 유상증자에 쏠린 눈

[배 품은 닭, HMM 인수전 결말은] ②
인수금융에 팬오션 유증까지…자금조달 우려 ‘여전’
팬오션 재무부담 가중으로 신용등급 하락 경계
하림, “자금 우려 없다…HMM 유보금은 손 안대”

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본계약 체결을 위해서는 ‘자금 조달력’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사진 하림]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본계약 체결을 위해서는 ‘자금 조달력’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보유자금이 많지 않은 하림이 HMM의 인수금액을 감당하기 위해 팬오션 유상증자를 고려하고 있어 시장의 관심이 주목된다. 

자금 조달력 우려 일파만파…답은 팬오션?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6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HMM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계열사 등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인수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초기부터 하림의 자금 조달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림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인수자금을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관련 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지자 최근 김홍국 하림회장은 직접 나서서 “자금 우려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김 회장은 HMM 인수와 관련해 한 매체를 통해 “이중삼중으로 자금준비를 하지 않았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HMM의 몸값은 6조4000억원으로, 하림 측은 전체 인수금액 중 2조원가량을 인수금융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하림은 신한·우리·KB국민은행과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 등으로부터 총 3조원이 넘는 인수금융 대출 확약서를 받은 상태다. 2억원을 대출받는다고 가정하면 나머지 4조4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남은 자금 중 상당 부분은 HMM 인수 주체인 팬오션의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림그룹은 HMM 경영권 지분의 57.9%에 대한 인수 주체로 팬오션을 내세워 인수대금을 팬오션 유상증자와 인수금융, 선박 유동화 등으로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하림그룹은 3조원 수준의 유상증자로 자금을 확보하고 이외에도 양재 물류단지 등 금융기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6500억원, 분양 수입 3조8000억원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처럼 하림그룹이 최대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팬오션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팬오션은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향후 매도인인 한국산업은행 및 한국해양진흥공사와 본건 거래 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 진행 예정이나 본 공시 시점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본건 거래 계약 체결을 전제로 당사의 유상증자 추진 여부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 하겠다”고 밝혔다. 

하림 참여 여력 부족·팬오션은 신용등급 하락 우려

2023년 3분기 기준 하림지주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662억원으로 팬오션 유상증자를 결정한다 해도 참여할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3조원가량을 팬오션 유상증자로 조달한다고 가정했을 때 하림 측은 유상증자 금액으로만 1조6400억원가량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팬오션의 상황도 여유롭진 않다. 팬오션은 2023년 9월말 별도 기준 4600억원에 불과한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 2조4000억원, 단기성차입금 6000억원으로 차입을 확대하면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 실제 한국신용평가(한신평)과 한국기업평가(한기평) 등 신용평가사들은 HMM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팬오션에 대해 인수자금 조달에 따른 재무부담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신평은 보고서를 통해 “실질적인 재무 부담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인수 금액과 자금조달의 방안, 주주 간 계약 내용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면서도 “만약 주주 간 계약상으로 팬오션이 HMM의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팬오션 자체의 재무 부담은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기평도 “고가치 선박에 대부분 선박금융이 설정돼 있는 등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기는 어려워 유상증자가 주요 자금 조달 방안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도 팬오션의 유상증자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팬오션의 목표주가를 내려 잡았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팬오션의 목표주가를 4500원으로 하향 제시하면서 “HMM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으로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대규모 영구채 발행 및 유상증자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상증자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규모 증자 자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또한 “하림지주의 팬오션 지분은 54.7%인데 별도기준 보유 현금성자산이 610억원에 불과해 증자 시 지분율이 낮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HMM의 8조원 수준의 순현금은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딜의 성공 여부, 인수 가격, 조달 구조에 대한 불확실성이 주가의 상승 여력을 제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림의 무리한 인수에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HMM해원연합노동조합을 중심으로 HMM의 현금성 자산을 노리고 인수에 뛰어든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HMM의 10조원에 달하는 유보금을 하림그룹이 유용할 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떠오른 것이다. 

이에 하림측은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이 사실처럼 유포되고 있다”며 “HMM이 보유한 현금 자산은 현재진행형인 해운 불황에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게 그룹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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