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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저출산 극복 노력...결국 기업이 해결했다

[‘인구 절벽 위기’ 韓 산업 어디로]③
장기간 저출산·고령화 겪은 일본, 출산율 반등세
2005년 1.26명→2015년 1.45명
기업들 출산 장려책 내놔…유연근무제 도입·보육비 지원 등

지난해 6월 사람들이 도쿄 시부야 지구의 ‘시부야 건널목’을 가로질러 걸어가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인구 소멸이 어느 때보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웃 나라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오랜 기간 저출산·고령화로 심각한 사회 문제를 겪었다. 일본 인구는 2010년 1억2813만명에서 2011년 1억2808만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인구가 줄었다. 일본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배경으로 인구 정체 및 감소가 꼽힌다. 

그럼에도 일본은 출산율 반등에 성공했다. 일본은 저출산 대응에 적극 나서며 2005년 1.26명까지 떨어졌던 출산율이 2015년 1.45명으로 상승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닥친 2021년에도 1.30명을 유지했다. 유엔(UN)은 일본의 출산율이 소폭 상승해 2060년대에 1.5명대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예산으로 무려 13년 동안 143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합계출산율은 매년 감소세다. 이는 현재 수행하고 있는 정부의 저출산 관련 정책 및 지원사업의 실효성이 미미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일본은 이러한 초저출산 문제를 기업 주도로 어느정도 해결한 측면이 있다.

日정부의 저출산 극복 정책은

일본 정부는 저출산의 원인으로 가임여성 수 감소, 생애 미혼율 증가, 평균 초혼 연령 증가, 일·생활 균형 부재, 보육시설 부족 등을 지목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을 아주 장기간 지속 추진해 왔다. 변화된 정책으로는 일본 정부 규제하에 시행되는 잔업시간 규제, 연차휴가 의무화, 노동시간 유연화, 성과주의 임금 등이 있다.

그리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야간근무 규제,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등 제도가 확대돼 일과 가정의 양립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이처럼 일본의 출산율 반등에는 기업의 역할이 컸다. 저출산 극복에 따른 근로자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기업이 먼저 혁신에 나선 것이다. 기본적으로 회사에 보육시설을 설치하거나 보육비 지원 정책이 주류를 이룬다.

현재 캐논, 덴소, 아지노모토, 도쿄가스, 일본항공, 후지제록스 등의 대기업이 각자의 특성에 맞는 유연 근무제를 도입한 상태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 기업 캐논은 2009년부터 직원들을 1주에 2번씩 조기 퇴근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12시간 근무가 일상이었던 일본에서는 파격적인 조치였다. 이는 직원들이 더 많은 아이들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회사의 출산 장려 프로그램이었다.

미쓰이스미토모 해상화재보험은 지난해 7월 ‘육아휴직 응원수당’ 제도를 만들어 최대 10만엔(약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 대상은 육아 휴직자가 아닌, 휴직자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 직원이다.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쓰게 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삿포로맥주는 육아휴직에 들어갈 때 실수령액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주는 ‘육아휴직 시뮬레이션 시트’를 지난해 3월 공개했다. 직무·직책별 자격수당과 사회보험료, 소득세 등을 입력하면 육아휴직 기간 받을 수 있는 수령액을 알 수 있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공함으로써 막연하게 연봉 감액을 걱정하는 직원들의 육아휴직을 도우려는 목적이다. 화장품 제조업체 랭크업은 2022년부터 젊은 사원을 대상으로 육아 체험을 시작했다. 육아 중인 직원 가정을 방문해 육아를 경험함으로써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돕겠다는 방침이다.

“기업 역할 중요”…기업들도 출산 장려책 앞다퉈 마련

기업의 저출산 대책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 5대 종합상사 중 하나인 이토추상사는 2021년 여성사원의 출산율이 1.97명을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본 전체 여성 평균 출산율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또 0.94명이었던 2010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관계자는 “야근 대신 다음날 아침에 전날 마치지 못한 일을 마무리하도록 유도하는 등 근무제도를 유연화한 결과”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이고 세분화한 일본 기업의 저출산 지원 정책이 큰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권혁기 숙명여대 일본학과 교수는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일본은 정부에서 무한정 예산을 지원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대기업의 역할이 출산율 반등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일본 기업들이 저출산 극복 대책에 적극적으로 동조해 기업의 육아휴직, 출산휴가 등 우리나라에 비해 지원 제도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자도 육아휴직을 1년 이상 받을 수 있으며 도심권을 중심으로 기업에서도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에 나섰기에 출산율 반등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대기업들의 저출산 극복 지원책.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해 6월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저출산 대책을 직접 발표했다. [사진 연합뉴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적용할 만한 일본의 저출산 극복 정책은 없을까. 송정현 동국대 일본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의 저출산 관련 정책에 관해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목표가 없으며, 그에 따라 명확한 정책내용이 부실하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명확한 목표 수립과 함께 분야별 세부 정책 계획과 예비타당성 조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한일 양국의 공통 해결 과제인 저출산·고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전의 정책 추진의 성과와 실패 요인에 관해 양국이 협력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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